출구조사 발표 전후 당선 예측 엇나가
차기정부 국정 방향·과제 등 살펴보니
종교 논란 가장 심했던 대선으로 꼽혀
‘통합정부’ 구현, 쉽지 않게 전개 될 듯
진영대립 따른 국민분열 숙제 떠 안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이 확정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nbsp; [사진제공=뉴시스]<br>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이 확정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본 투표 이후 확진자 투표까지 마친 9일 저녁 7시 30분 발표된 방송 3사(KBS, MBC, SBS)와 JTBC 출구조사 결과는 1% 이내의 초박빙으로 1(방송3사):1(JTBC) 구도를 보였다. 그러나 개표율 98%를 넘긴 새벽 4시, 윤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1987년 6·10민주항쟁은 전두환 군부독재 연장조치(4·13 호헌) 등에 저항한 전국단위의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6·29 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해 12월 16일 치러진 13대 대선은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인 노태우의 승리로 끝나면서 사실상 군정(軍政) 연장으로 귀결됐다.

이후 ‘문민정부’를 기점으로 한 선출직 대통령은 모두 여섯 명으로, 우리의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며 명암(明暗)의 기록을 역사에 아로새겼다. 역대 어느 대선도 격렬하지 않았던 경우가 없었고, 극적이지 않은 상황 또한 없었다. 대한민국 대선은 그야말로 ‘격동(激動)’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처럼 후보 당사자나 가족 리스크가 극심했던 적은 없었다. 특히, 유력 후보(들)의 부인(들)이 대국민사과까지 하며 선거 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이른바 ‘배우자 없는 대선’은 처음이다. 이번 대선에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 주관의 마지막 TV 토론은 이와 관련한 ‘난타전’이 절정을 이룬 때였다. 이른바, ‘대장동’과 ‘본부장’으로 대변되는 대형 게이트성 비리의혹을 두고 유력 후보들은 사생결단식의 설전을 주고받았다.

또 사전투표 하루 전 급박하게 이뤄진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와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36.93%), 투표용지 투입방식 논란을 빚은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율 등은 막판까지 가늠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했다.

이처럼 역동적이며 치열하게 전개됐던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청년문제, 국민통합, 부동산, 양극화, 남북문제와 외교 등 산적한 당면 현안들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됐다.

<투데이신문>은 오는 5월 10일 취임하게 될 당선자가 향후 5년 동안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인도하며 국정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이번 대선의 의미와 함께 ▲그동안의 대선 전개 과정, ▲당선자 예측 및 결과(방송사 출구조사) 분석, ▲국정운영 방향 등을 전망해보기 위해 9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를 전후해 ‘20대 대선 특별좌담’ 시간을 가졌다.

좌담은 역사학자 이종우 상지대 교수와 김재욱 작가가 함께했다.

일명 ‘이박사’로 불리는 이종우 교수는 팟캐스트 방송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로 이름을 알리며 시사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재욱 작가는 지난 2014년, <삼국지인물전>을 통해 삼국지 등장인물과 현실정치인들을 매칭해 평론했고, 2017년 대선 땐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를 출간해 주목을 끌었다. 진행은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장이 맡았다.

김재욱 작가(왼쪽)와 이종우 상지대 교수 ⓒ투데이신문
김재욱 작가(왼쪽)와 이종우 상지대 교수 ⓒ투데이신문

◆ 정권심판 열망이 정치교체보다 컸다

▷윤철순 부장(윤) : 이번 대선과 후보들 면면을 평가한다면.

▶이종우 교수(이) : 이번처럼 깜깜이, 예측이 어려운 선거는 없었다.

▶김재욱 작가(김) : 동감한다.

▶이 : 정치 저관여층 입장에서는 차악을 뽑는 선거가 아니었을까. 이번에는 양쪽이 어떻게 보면 모두 대안이 없는, 그런 선거가 아니었나 싶다.

▶김 : 그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만들어낸 결과라 생각한다. 당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홍준표를 후보로 내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강해, 이를 상징할 수 있는 윤석열 후보를 내세웠다고 본다.

▶이 :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노태우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정권 안정’이라는 구호가 있었고 김영삼 때는 ‘문민정부 수립’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또 김대중 당선 때는 IMF 위기극복이, 노무현 때는 ‘구세대 마감론’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이명박 때는 ‘잘 살아보세’ 같은 부자 만들어주겠다, 박근혜 당시엔 ‘보수·진보 간 마지막 세 대결’이라는 상징성이 컸다. 문재인 때는 아시다시피 ‘탄핵’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없다.

▷윤 : 그렇다면 차기정부는 어떻게 봐야하나.

▶이 : 국민의힘에서 ‘정권교체’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 인기가 50%를 넘나들고 있는데 정권교체 열망은 그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했는데 정권을 교체하자는 건지, 아니면 잘 못해서 바꾸자자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다. 그러다보니까 거대 이슈가 실종됐다. 

▷윤 :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50% 가까이 되는 건 ‘노무현 효과’ 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이 :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 지지율과 양 후보의 득표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데이터를 보면, 전 정권에 대한 분노에다 확실하게 심판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투표한 사람들도 많다. 이런 걸 볼 때 노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팬심'만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말씀하신 부분이나 정권교체, 그런 부분하고 별개로 부동산부터 코로나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렇게 해서는 안 돼, 문재인은 문재인이고 정권을 바꿔야지’ 하는 마음이라고 본다.

▶김 : 어쨌든 부동산이 굉장히 부각됐고, 솔직히 실(失)한 건 맞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려지고 매도당한 것들도 있다. 특히, 외교적 성과가 그렇다. 성과가 분명하지만 국민들에겐 와 닿지 않는다. 경제지표도 좋아지고 있고. 이런 것들을 한 정치인이나 한 정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부분, 성과가 작용한 거다.

▶이 : 공감한다. 국민들도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다. UN이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영화와 음악 등 한류가 그렇다. 초반에 코로나 방역도 잘 했기 때문에 국민들도 그런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게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다. 물론 당장 부동산 때문에 짜증도 나고 ‘집도 못 팔게 하냐, 부자 좀 되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이 부딪치고 있는 양상이다.

▶김 : 후보를 선택하는 직접적인 동기를 살펴보면 흐름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다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보면, 부동산 문제 때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도 많았다고 본다.

김재욱 작가 ⓒ투데이신문
김재욱 작가 ⓒ투데이신문

◆ 2030 ‘불공정’ 분노, 오랫동안 누적된 것

▷윤 : 공정의 키워드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조국 사태도 그렇고.

▶김 : 조국 사태는 발화점이었던 건 분명하지만, ‘직접적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2030들이 분노하는 공정 문제는 오랫동안 누적돼 온 것이라고 봐야한다.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정치적으로 갑자기 추진한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꼈던 것처럼 이런 것들이 쌓여왔다고 생각한다.

▶이 : 진보 진영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자녀 입시를 위해 서로 ‘품앗이’ 한 문제도 20대들이 분노한 지점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보수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진보는 ‘공정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진보 진영까지?’라는 부분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 거다. 어찌 보면, 정치성향에 따라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표를 생각하면 이런 사람들을 달랬어야 했다.

▶김 : 조국 문제가 터졌을 때, 진보 쪽에서 옹호한 논리가 ‘당시의 입시제도가 그런 거였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거였다. ‘다들 하는 거였다’는 주장이다. 정치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여기에 진보 진영 ‘스피커’들까지 그 사람들을 응원했고 그런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답답함을 느꼈었다. 조국 전 장관처럼 사과했으면 그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텐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적극적으로 옹호하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더 분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종교가 크게 부각됐던 첫 대선

▷윤 : 종교 논란도 많았다.

▶이 : 그렇다. 종교 키워드가 가장 많이 부각된 선거였다. 역대 대선을 보면, 개신교 쪽에서 ‘장로 대통령’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김영삼이 선출됐고 이명박도 당선됐다. 하지만, 그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등장한 신천지도 그렇다. 신흥 종교는 사실 ‘리더’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천지 같은 경우는 일단 신자 수가 개신교보다 적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신천지 여파가 크다고 볼 수도 없다.

▶김 : 대선 국면에서 신천지라는 종교가 비난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단’이라는 종교적 규정 때문이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단이라는 말 자체가 특정 종교를 ‘정통’이라고 전제해야 성립되는 거다. 신천지를 이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기독교 계통, 그러니까 천주교, 개신교 계통 사람들은 가능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한국 사람들 조차 기독교의 관점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 사실 이 문제는, 신천지라는 종교를 여러 종교 중 하나로 인정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특이하고 낯선 종교’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껴 폄하한 것이다. 물론, 종교라해도 사법적으로 문제 되는 행위나 사람을 감금하는 이런 문제들은 강력히 처벌하고 비난해야 된다. 그러나 결국 ‘이단이기 때문에 저렇게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현상들은 결국, 개신교 중심적인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다는 걸 보여줬다.

▷윤 : 특히, ‘무속신앙’이 대선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이 : 신천지와 같이 문제가 된 게 무속 논란이라고 본다. ‘소 가죽을 벗겼다’는 식의 자극적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건진법사도 그렇다. 깊이 개입한 건 문제지만 이게 ‘예측’ 측면으로 흘러갔다. ‘건진법사가 이랬으니,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이 정치에 개입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시즌2’라는 식으로 종교를 폄하시키며 프레임 싸움으로 몰고 갔다. 정치인들은 표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다손 치더라도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처럼 종교가 크게 개입된 경우도 처음이고 종교에 대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도 처음이다.

▷윤 : 사전투표 하루 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졌다.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은 어떻다고 보나.

▶김 : 안 후보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태에서 단일화 했다면, 위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이름 값 때문에라도 단일화가 필요하니까 밀어부쳤겠지만, 막판에 급박하게 추진한 인상을 준 측면이 있다. 물론, 불안하기도 했을 테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역풍까지는 생각 못했더라도,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판단도 했어야한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민주당 역시 예측 못해 불안감을 느꼈겠지만, 그렇다고 반전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 수 있다.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이 : 동의한다. 윤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전부터 공언해왔다. 그런데, 사실 안 후보 지지층은 거대 양당에 신물을 느낀 중도층이나 호남 쪽이다. ‘호남 출향민’들 얘길 들어보면, 안철수가 윤석열과 단일화하는 거 보고 ‘이재명 찍으라’는 소릴 ‘본향’ 사람들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 이런 얘기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특히, 정치전문가나 평론가들은 윤석열에게 큰 득은 없다고들 한다.

▷윤 : 사전투표율이 유례없이 높았다. 그 이유와 본 투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김 :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는 통계적으론 민주당에 유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특히, 2030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본다. 안철수라는 변수가 사라지면서 진영 결집도 심화됐고.

▶이 : 반드시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쪽에 유리한 2030도 사전투표에 상당하게 참여했을 것으로 본다.

&nbsp;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뉴시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뉴시스

◆ ‘이재명 승리’ 예측했지만, 결과 뒤집혀

▷윤 : 최종 승자는 누구일지, 투표율은 어떻게 될지 예측한다면.

▶김 : 최종결과는 1~3% 이재명이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막판 변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단일화가 민주당 쪽 세 결집에 영향을 줘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거 같다. 또 그전까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꼭지점으로 한 이대남들이 기세를 많이 올렸다. 민주당은 이대녀 표심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이게 득표율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 과거 노무현과 이회창이 붙었을 때, 2.4% 차이로 노무현이 이겼다. 그때보다 차이가 안 날 거라고 생각한다. 1% 안쪽으로 이재명이 승리한다고 본다. 선거운동 막판에 대장동 관련 녹취록이나 윤 후보의 잔 실수들, 지속적인 막말, 페미니스트 발언 철회 같은 잔펀치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 예상한다. 노무현, 이회창 때보다 좀 안 되게 ‘근소 우세’가 예상되는데, 반면 질 것 같다는 생각도 사실 지울 수 없다. 코로나라는 변수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도 알 수 없는 선거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된 지지세력인 노인층에서 확진자가 많다. 이들의 얼마나 움직일지 여부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 중에 하나는 코로나다.

이종우 상지대 교수ⓒ투데이신문
이종우 상지대 교수ⓒ투데이신문

◆ 통합정부 구현, 쉽지 않을 것

▷윤 : 뜨거워진 통합 정부, 가능하다고 보나.

▶이 : 양 진영의 ‘단일화’를 두고 DJP연정이라고도 하는데, 핵심은 총리다. 그런데 우리나라 총리는 ‘대독총리’라고 부르지 않나. 힘이 별로 없다. 힘없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국정 파트너로 끝까지 데리고 가겠다 얘기하고 있는 거다. 또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때문에라도 국민의당과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계속 얘기했던 게 민주당 쪽의 ‘합리적 진보세력’들과 연정을 펼치겠다고 했는데, 이 얘긴 달리 보면 누군가를 빼오겠다는 거다. 민주당은 분열시키고, 총리는 허수아비를 세우겠다는 얘기아닌가. 이재명은 민주당 내에 기반이 없다. 그런 후보가 당내 반발을 누르고 다당제를 추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윤석열이 얘기하는 공동정부론도 마찬가지다. 

▶김 :  어쨌든 주도하는 세력들이 있을 거 아닌가. 당 내 기반이 어찌 됐건 다른 군소 정당을 끌어 들이고,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 때 자리 배분들이 효과적으로 될 수 있을까. 양쪽이 똑같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힘이 너무 크다. 실질적으로 뭔가 발휘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 당 내에서 정치 고관여층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치권과 지역의회, 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자기 권한을 쉽게 안 내려놓으려 할 거다. 지금 공동정부 통합정부라면 자기네들 기득권을 일부 내려놔야 되는데 가능할까. 예를 들어, 홍준표를 두고 볼 때 당심은 윤석열에게 가고, 민심은 홍준표에게 가 있었다. 당심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세대교체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김 : 결국 주도권을 많이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자기 살을 깎아내는 그런 결단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과연 얼마의 지분을 나눠줄지 모른다. 지분을 많이 내주지 않는 이상 국민들이 그냥 상징적으로 자리만 몇 개 내주는 식으로 형식만 맞췄다고 볼 거다.

▷윤 : 6월 지방선거는 어떻게 보나.

▶이 : 대선 결과와 별개로 양당 모두 혼돈 양상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때 분당을 한다 안한다는 얘기까지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여당이 된 쪽은 그나마 낫겠지만 야당으로 남는 쪽에선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 : 아무래도 국민의힘이 우세한 흐름으로 전개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안철수의 ‘정치생명’ 전망은

▷윤 :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어떻게 될 것 같나.

▶김 : 일련의 흐름을 보면, 안철수와 국민의당 사람들은 다시 재기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는 천신만고 끝에 정치인생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지지는 받기 어렵다고 본다. 만약, 완주 했다면 큰 세력까진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탕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을 거다.

▶이 : 같은 생각이다. 안철수는 악수 중에 최악수를 뒀다.

▶김 : 제가 만약 안철수였다면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을 택했을 거다.

▶이 : 제갈량의 뜻을 강유가 잘못 이해한 것처럼 국민들이 안철수를 왜 지지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안철수가 잘못 이해한 거다.

▶김 : 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소수 의견도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 국민의힘 양쪽으로 갈라져서 고착화돼가고 있다. 안철수 같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바람을 일으키고 계속 이어갔다면 그런 것들을 한번 논의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제3지대론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안철수보다 훨씬 더 준비해야 할 거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3지대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도 타파해야한다.

▷윤 : 결선투표, 다당제, 4년 중임제 등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 다 말장난이 됐다. ‘다당제 보장을 위한 개헌’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대선 과정에서 거론된 명분으론 부족하다. 의원내각제도 기득권심리 때문에 어렵다. 다당제를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는 사실 의원 내각제인데, 이게 우리 현실에선 어렵다. 지금 현실적으로 필요한 건 국회의원 지역구를 없애는 거다. 지자체 선거로 이미 지역 민심은 충분히 반영되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다. 국가예산이나 결산, 법개정을 하는 사람들이 왜 지역 민심을 들어야 하나. 지금처럼 권력 나눠 먹기 식으로 거대 양당이 짬짬이를 하는 상황에서 의원 내각제를 하면 제3정당 진입은커녕 나라가 더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개헌을 할 거면 ‘총론’이라도 바꿔야 한다. 5.18 얘기도 좀 넣고.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 : 맞는 얘기지만 현실성이 너무 낮다. 개헌이라는 게 정치인들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거 아닌가. 과연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와 닿는 안을 낼까. 회의적이다. 

▶이 : 개헌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정치인들은 또 자기에게 충성할 사람들을 줄 세울 거고 결국 개헌은 멀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재욱 작가(왼쪽)와 이종우 상지대 교수 ⓒ투데이신문
김재욱 작가(왼쪽)와 이종우 상지대 교수 ⓒ투데이신문

◆ 차기정부, 출범과 동시에 레임덕 빠질 가능성 커

▷윤 : 이번 선거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김 : 민주당 얘기를 하자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이 있었던 만큼 수세적 태도로 선거운동에 임하고 메시지를 냈었어야 했는데, 초반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나간 경향이 없지 않았다. 후보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정권교체 열망, 현 정부에 대한 분노까지 떠안고 싸워야 했던 선거였는데, 초반 경선 과정부터 잡음들이 상당히 많았다. 친문 지지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특히 캐치프레이즈가 ‘이재명은 합니다’였는데 경선에서는 이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독재자 이미지를 오히려 키우는 역효과를 냈다. 젊은 친구들에게 비호감이 상당했다.

▶이 : 윤석열 후보 측이 잘 한 게 ‘국민이 키운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다. 결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밀어줘야 올라가는 건데 이런 부분을 잘 살렸다. 

▶김 : 정의당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이 의미 있는 지지를 얻지 못했다. 지금 봤을 때는 전망이 매우 어둡다. 진보정당이 명맥을 유지해 온 바탕에는 ‘노동’이 있었지만 사실 그마저도 수명이 다 해버린 거다. 그러다보니 페미니즘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 : 노동 이슈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라는 높은 파고가 계속해서 사람들을 덮치고 있는 이상 노동이슈는 계속 나올 거다. 사실 정의당이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언론 때문이라고 본다. 언론이 정의당의 활동, 진보정당 활동을 다루지 않고 덮는 한 제3정당이나 진보정당 출연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제3정당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작가도 얘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금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선거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지방선거도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서는 매우 얕아져 있다. 이런 방식으로 대선도 총선도 공약을 보고 뽑아야 하지만 아직 멀었다.

▷윤 : 차기정부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김 : 누가 되더라도 만세 부르고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긴 쪽에선 좋다고 하겠지만, 문제를 헤쳐나감에 있어서 굉장히 높은 벽과 저항에 부딪힐 거다. 그게 정치적 문제든 현실적 문제든 간에. 

▶이 : 어느 쪽이 되든 문제가 없을 수 없다. 특히, 박빙으로 당선됐다는 건 그만큼 분열 가능성이 크고 레임덕의 시작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임기 초반에 빠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야당이 되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거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고 전망이 불투명한 선거였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했던 대선은 이제 끝이 났다. 그러나 당선자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선자는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최종 당선자가 확정되기 전 특별좌담을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는 5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우린 이번 선거를 통해 수많은 문제점과 마주했다. 국민통합은 물론,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며 대선정국을 주도했던 후보자와 가족들의 법적 도덕적 문제까지. 이번 대선은 여전히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 정확히 둘로 쪼갰다. 이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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