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이후 첫 회동, 어떤 이야기 오가나
MB 사면 건의하는 방식 취할 가능성은
김영삼-김대중, 전두환·노태우 사면 논의
서로 정치적 부담 내려놓는 사면 논의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nbsp;[사진제공=뉴시스]<br>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6일 첫 회동이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현실화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나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데 이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사면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정부에서 풀어야 국정운영의 출발을 산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윤 당선인이 당선되자마자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했는데 또 다시 이 전 대통령을 연달아 사면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부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7년 방식을 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이후 만나 전두환·노태우씨 사면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고, 즉각 사면 결정 발표를 했다.

당시 청와대는 15대 대선 종료에 맞춰 국민대통합을 이뤄 당면한 경제 난국 극복에 국가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면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당선인이 특별사면을 건의하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합의를 하면서 서로가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nbsp;[사진제공=뉴시스]<br>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의 건의

이에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역시 윤 당선인이 건의를 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발표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이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권교체 시기에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를 하지 않고 윤 당선인에게 넘긴다면 그에 따라 윤 당선인이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반대 진영에 있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하게 된다면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진영 사람 봐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진보 진영에서는 윤 당선인에 대한 비토론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또한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는 차원에서 기소한 사람이 특별사면을 한다면 역사적 아이러니가 되면서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역시 국민통합을 대선 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보회에서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의 결심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정치적 부담을 상당히 져야 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건강상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정치인·공직자에 대해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라는 것이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는 없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하는 것이 문 대통령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도 사면을 단행한다면 진보 진영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퇴임 이후 자신의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꺼려하게 된다.

더욱이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0.0%로 ‘이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을 해야 된다’(34.2%)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같은 기간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4%로, 찬성(35.0%)에 비해 높았다. 두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B 사면 반대 여론 높아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는 빗발쳤지만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시피 반대가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한다면 자신의 진영은 물론 중도층도 등을 돌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은 윤 당선인이 강력하게 사면을 요구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임기말에 있는 문 대통령이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에 윤 당선인의 건의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비쳐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에서는 관계자발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내비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빅딜인데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면서 김 전 지사의 사면도 함께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더라도 진보 진영에서 반발에 대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인 사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문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사면을 동시에 단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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