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그날 뭐하고 있었나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가 되자마자 기자가 커뮤니티에서 본 게시물의 제목이다. 2년 전 <크랩>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시민들에게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는 콘텐츠를 다시 끌어올려 업로드한 게시물이었다. 참사 뉴스를 외국에서 접했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MT 뒤풀이 중이었다, 등 시민들은 참사 소식을 접한 날을 회상했다. 참사 당일 시민들의 상황은 다양했지만, 그들은 모두 “그날을 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당시 고등학교 재학 중이었다.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배가 뒤집혔대”라는 말을 듣고 안일하게 여겼던 기억이 또렷하다. ‘많이 일어나는 사고’ 중에 하나로 치부했으나, 하교 후 뉴스를 보며 그냥 ‘많이 일어나는 사고’가 아닌 그야말로 대참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오열하는 학부모들의 뉴스가 나오고 있는 TV 앞에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던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날 기자는 한참을 TV 앞에 서서 이 사건을 안일하게 여겼던 것을 자책하며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리길 간절히 기도했다. 

올해로 세월호 참사가 8주기를 맞았다. SNS, 커뮤니티 등에는 당시 참사를 상기시키고 추모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고,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의원들도 SNS에 추모글을 올렸다. 보여주기 식이든, 진심을 다한 추모이든 대한민국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주기 추모글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은 아이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고, 나라의 안전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라며 “지난 5년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검찰 세월호 특수단, 세월호 특검으로 진실에 한발 다가섰지만,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있다. 진상 규명과 피해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까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실을 밝혀내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글처럼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을 재개해 미수습자 9인 중 4인의 유골을 수습, 기간제 교사 순직을 인정했으며 4.16생명안전공원, 안산건강마음센터 건립을 확정 짓는 등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는 데 성과를 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반면에 세월호 침몰 이유, 피해자들을 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답을 얻지 못하며 진상규명에는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진상 규명을 꼭 해내겠다고 말하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망스러운 사항이 아닐 수 없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정성욱 진상규명 부서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종합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진상규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요청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6대 정책 과제에 대한 약속 응답지’에 유일하게 답변을 거부한 후보다. 이번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 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 잊지 않겠다”라는 메시지가 포함된 짧은 추모글을 올렸지만, 기억식에는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는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라고 말하면서도 진상규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이야말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꼭 이뤄져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이어받게 될 윤석열 정부는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위험요소들이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 안고 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덮자는 말이다. 더 이상 유가족들의 슬픔을 방관하지 않고, 진상규명의 남은 과제들의 이행을 약속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도 그 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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