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마지막 답변자로 직접 나서
엄중한 시기 여러 공관 연쇄 이전 맞는지 의문
이명박·김경수·정경심 특별사면 가능성 언급
“동물학대, 안타깝다”...국정지지율 소폭 상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9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9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 도입 4주년을 맞아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와 함께 종료되는 청와대 국민청원 마지막 답변자로 직접 나서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동시에 올라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 2건(각 20만 명 이상 동의로 답변 기준 충족)에 대해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하는 것인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반문하며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영상으로 답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서는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안보 공백과 경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에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였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앞길이 개방됐고, 인왕산과 북악산이 전면 개방됐고 많은 국민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26일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대해 “개인적으로 새 정부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며 청원 답변과 같은 취지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면 가능성 언급

문 대통령은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 청원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반대 청원, ▲제주 영리병원 국가매수, ▲길고양이 학대자 강력 처벌(2건),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과 관련해 “청원인은 정치부패범죄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의 필요성과 함께 아직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며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국민들이 많은 반면,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공감대를 잘 살펴 판단하겠다”고 밝혀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의 사면 여부에 대해 동일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사면 관련 입장을 신중히 해왔던 문 대통령이 사면에 찬성하는 듯한 의견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면 결단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다음달 8일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등의 동시 사면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경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절차와 다음달 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 일정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주말 안에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청원은 지난달 15일 게시돼 한 달여 만인 지난 16일 만료됐다. 이 기간 동안 총 35만5501명이 동의해 공식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청원인은 48%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한다는 과거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일부에서 국민통합 관점에서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청원했다.

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 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 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지는 동물학대, 안타깝게 생각해

문 대통령은 의료민영화 우려를 이유로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국가매수를 주장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원인이 언급한 병원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최종 사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국가 매수 방안도 아직은 말하기에 이른 상황”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건의 동물학대범 강력 처벌 촉구 청원에 관해서는 “동물보호 청원에 대한 답변이 이번으로 열다섯 번째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고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동물 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 응원 청원에 대해서는 “지난 5년 동안 언제나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셨다. 위기와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셨다”며 “퇴임 이후에도 국민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이웃의 호소에 대한 뜨거운 공감은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법과 제도 개선의 동력이 돼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됐다”며 국민청원 의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보호에 대한 국가책임,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 대책,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수술실 CCTV 설치, 경비원 근로환경 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한 건 지난해 8월 국민청원 도입 4주년 기념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퇴임 열흘 앞둔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소폭 상승

한편, 퇴임 열흘을 앞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대 중반을 나타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45%로 집계됐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9%, 유보적 응답은 ‘어느 쪽도 아니다’ 3%, ‘모름·응답 거절’ 3%로 각각 조사됐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5% 선을 회복한 건 지난 3월 1주차(긍정 45%·부정 50%) 이후 2개월 여 만이다. 그동안 43~44%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해왔다.

긍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1% 올랐으며,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 떨어진 49%로 조사됐다. 긍·부정 간 격차는 4%포인트로 오차범위(6.2%포인트) 내를 유지했다.

연령별로는 ▲40대(긍정 54%·부정 45%) ▲30대(긍정 49%·부정 41%) ▲18세~29세(긍정 48%·부정 43%) ▲50대(긍정 47%·부정 50%) ▲70대 이상(긍정 38%·부정 55%) ▲60대(긍정 34%·부정 61%) 순으로 긍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긍정 48%·부정 47%)이 남성(긍정 43%·부정 51%)보다 긍정평가 비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긍정 78%·부정 21%) ▲대전·세종·충청(긍정 46%·부정 47%)▲서울(긍정 46%·부정 50%) ▲인천·경기(긍정 45%·부정 50%) ▲부산·울산·경남(긍정 32%·부정 60%) ▲대구·경북(긍정 29%·부정 60%)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2주 전 조사부터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하는 중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긍·부정 직무평가 이유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직무수행 평가 이유로 대체해 오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90%)·유선(10%)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9.7%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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