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나 지음│248쪽│135*210mm│오월의봄│1만6000원

[사진제공=오월의봄]
[사진제공=오월의봄]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클럽이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고작 아픈 발을 쉴 수 있는 자리와 공짜 술, 성범죄의 위험성 따위지만 클럽은 여성들의 존재와 행위를 통해 돈을 번다. 클럽은 상품으로서의 여성을 활용하면서도, 고용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무상으로 여성을 착취해 수익을 창출한다 (38쪽)

유흥산업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왜곡된 성의식을 샅샅이 분석하고 파헤친 <남자들의 방>이 출간됐다.

룸살롱, 단톡방, 벗방, N번방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혐오하며 마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는 수많은 ‘남자들의 방’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반성매매인권행동‧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의 활동가인 저자 황유나는 성매매산업 현장이 거대한 여성 상품 시장이란 것을 체감하며, 해당 산업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주목했다.

성매매 피해 지원 활동을 해 온 저자는 총 3장에 걸쳐 남자들이 유흥 중심으로 여성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지, 여성을 매개 삼아 어떻게 결속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했다.

특히 저자는 한때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버닝썬’,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단톡방 성희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인터넷 ‘벗방’ 등과 같은 수많은 ‘남자들의 방’에서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집약돼 그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자는 법이 ‘1차(접대)’와 ‘2차(성매매)’를 분리해놨을 뿐, 1차와 2차의 연결성은 사회적으로 이미 공식화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유흥산업은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 종사자를 외모에 따라 분류하고 서열화하면서도 이를 성차별이 아닌 업종별 특징으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저자는 이 같은 행위를 ‘여성혐오 산업의 전범’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여성의 상품화가 만연한 현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성공회대에 진학해 실천여성학을 전공했다. 그 과정에서 구성성과 맥락을 탐문하는 페미니즘의 방법론을 동경하고 애정하게 됐다.

이 책은 일상화된 폭력과 여성에 대한 멸시가 유흥이 된 남자들의 즐거움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성별화된 작동원리와 보편적 여성인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 답을 함께 찾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성매매를 가르는 기준선이 어디서부터인지를 묻기 위해 ‘1차’에서 벌어진 성별화된 노동과 성애화된 서비스의 양상에 집중했다”며 “이 책은 ‘사회의 매춘화’ 과정을 잘 보여주는 논픽션 사회비평이자, 동시대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의 주요 전쟁터 중 하나에 용감하게 뛰어든 여성학 연구자가 만들어낸 중요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