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총독이냐”, “역사 공부 좀 해야”
조부 창씨개명 언급하며 ‘친일파’ 주장
일본 여당 대표냐...식민사관 역사인식
與, “李 반일 선동 멈추고 수사 받아야”
“서울하늘에 인공기 펄럭여도 좋은가”
유승민, “정 위원장 사과하고 사퇴해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을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12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날에 이어 또 다시 부딪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친일’ 설전을 두고서다.

전날 정 위원장은 이 대표와 ‘친일 국방’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정 위원장이) 일본 여당대표냐, 조선 총독이냐”는 발언부터 ‘정 위원장 조부가 만주사변에서 일본에 공을 세운 인물’이라는 고발까지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에 이어 정 비대위원장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에게 마이데이터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에게 마이데이터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 “일본 여당 대표, 조선 총독, 망언, 식민사관”...맹폭

장경태 최고위원은 “일본이 조선과 전쟁한 적 없다고 주장해 민족의 역사, 항일의 역사를 완전히 부정하는 정진석은 일본 여당 대표인가 조선 총독인가. 이것이야 말로 후안무치한 망발이고 경박한 역사인식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비대위원장 발언은 때린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문제, 돈 떼어먹는 사람보다 빌려준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다. 국력이 약해서 강한 나라에 지배하(받)는 게 정당하다는 뜻과 같다. 그것이 친일 매국 세력의 인식이었고 주권찬탈 명분이었다. 우리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을 만든 사람들의 논리였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인사참사, 경제참사, 외교참사, 국방참사, 교육참사 등 5연타 참사에 대통령의 1일1사고로 국민도 외신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역대급 대통령의 무능과 사고, 역사를 부정하는 여당 대표의 망언까지, 윤석열 정권 내내 국민 시름만 늘어간다. 윤 대통령의 욕설,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망언부터 즉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선숙 최고위원은 정 비대위원장의 조부를 언급했다.

임 최고위원은 “오타니 마사오, 이 이름은 정 비대위원장 할아버지 정인각씨가 창씨개명한 이름이다. 정인각씨가 창씨개명했다고 조선총독부 신문에서 보도해줄 만큼 친일 인사”라며 “정 위원장 조부는 정 위원장이 일본이 국운을 걸고 청나라를 제압했다고 감탄해 마지않는 바로 그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웠다. 조선총독부가 만주사변 공로자 공적조서까지 작성해준 사람”이라고 밝혔다.

임 최고위원은 해당 공적조서를 확대출력해 보이며 “정 위원장 조부는 일본에 엄청난 금액의 비행기 헌납금을 모아 바쳤고 군수물자 조달 공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식민지 조선 사람들에게 일본에 충성하라는 시국 강연회를 열고 국방 사상 보급에 앞장섰다는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으로부터 77년이 지난 오늘 친일파 조부를 둔 여당 비대위원장이 친일 인식을 감추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일제 극우의 침탈 논리를 선전하는 반민족적 망언을 서슴치 않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정 비대위원장은 친일 망언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당장 비대위원장을 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정 비대위원장이 어제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한 적 없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라며 “집권여당 대표가 이완용 같은 친일파나 할 법한 주장을 하니 눈과 귀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같은 당 안에서도 사퇴하라고 얘기가 나왔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과거 민주당 정부 당시 연합 훈련과 이번 훈련은 성격이 다르다”며 “이번 한미일 훈련은 독도 인근에서 일본 자위대가 전범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누비는 걸 허용한 꼴이자 유사시 한반도 상륙을 노리는 일본 극우세력의 염원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비대위원장 조부의 친일 이력이 제기된 데 대해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친일 역사라는 게 분명히 있지 않나. 역사 인식이 없는데 조부의 친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성에 대한 인정을 한다면 사과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냐는 게 오늘 최고위 발언”이라고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진의 호도·왜곡 말고 역사 공부 좀 해야”...‘반일 선동’ 반박

연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친일’ 공세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진의를 호도하고 왜곡한다”며 “(민주당이) 역사공부 좀 해야한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일보가 주최한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건 식민사관이 아니고 역사 그 자체”라며 “제발 공부들 좀 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북핵실험 시 비핵화공동선언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이미 91년도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간 체결할 때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폐기됐다"며 "북이 약속을 어기고 핵을 개발한 순간부터”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만 전술핵을 다 물리치고 핵 없는 나라가 됐지만 북한은 정반대로 핵을 개발하고 핵고도화하고 핵무장을 완성했지 않나”라며 “더 이상 그 선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며 “당연히 그것은 폐기돼야 마땅하고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전술핵 재배치 논의와 관련 있냐’는 질문에 “바로 그것과 연결짓는 건 좀 무리다.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우리가 쉽게 여겨서 넘길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다만 문자 그대로 91년도 한반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한·미·일 3국의 동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극단적인 친일행위’라고 비난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반일 선동' 공세를 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법치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반일선동의 삐에로 복장을 입었더라도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전히 수사 대상”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권 의원은 “이 대표는 결코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성실하게 수사받으면서 자숙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가짜 평화쇼를 벌이며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를 정치 장사의 제물로 삼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대역죄인이다. 즉각 석고대죄하기를 촉구한다”며 “북핵은 대한민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느니, 북핵은 공격용이 아니라 단지 북한 체제 방어용이라 지껄이던 세력이 바로 민주당”이라고 힐난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위기적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죽창을 들고 친일몰이를 하는 게 아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훈련을 친일몰이로 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이 일본에 컴플렉스가 있는 나라도 아니고 당당히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위대한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서울 하늘에 인공기가 펄럭거려도 좋다는 말인가”라며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자체 핵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테이블 위에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어이없는 욱일기 논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내에선 정 위원장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정 비대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윤상현 의원은 “가관”이라며 “정 위원장 메시지 진의를 모를 분이 아닐 텐데, 일부 문장 하나를 마치 급소라도 움켜쥔 것처럼 물로 늘어지고 사퇴까지 요구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보면 야당 강경파 정치인인 줄 알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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