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간의 “웃기고 있네” 메모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두 수석의 퇴장 조치를 내린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맹비난을 펼쳤기 때문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자동으로 맡게 돼있다. 따라서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사회를 맡았는데 두 사람을 “웃기고 있네” 메모에 대한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는 여야에 치우치지 않은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자리이다. 비록 여당 원내대표가 자동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부적절한 필담을 나눴던 것이 언론을 통해 포착됐다. 당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실상 국정조사와 같은 자리였다. 이런 이유로 이런 필담을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은 자리였다. 

그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되면서 두 수석은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두 사람은 즉각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퇴장조치

야당 의원들은 국회 모욕으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뿐만 아니라 퇴장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난감했지만 사과를 했으니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사회를 맡은 주 원내대표가 두 사람에게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특히 친윤계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주 원내대표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가 과잉 대응을 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의 자존심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격앙된 어조로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미 두 수석이 두 번이나 일어나서 사과를 했기 때문에 충분한데 퇴장 조치를 내릴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장 의원의 해당 발언에 대해 ‘사견(私見)’이 아니라고 발혔다. 즉, 친윤계는 장 의원과 생각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이 주 원내대표로 인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걱정을 했다. 그 걱정은 원내지도부를 주 원내대표에게 맡긴 것은 정기국회에서 잘 돌파하고 야당의 정치공세를 막아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 걱정

친윤계가 걱정하는 것은 주 원내대표가 두 수석을 퇴장시킨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 있을 여야 협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여야 협치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끌려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친윤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당내 입지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당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에서도 야당과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친윤계로서는 정치적 입지가 좁아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친윤계로서는 당내에서 친윤계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친윤계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기도 하다.

자칫하면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당권을 잡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조사는

또 다른 걱정은 이태원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다.

주 원내대표가 두 수석의 퇴장 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야당에게 끌려다녔다고 친윤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여야 협상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끌려다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결국 실시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 여야 협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게 끌려다니게 된다면 협상 주도권이 야당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친윤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대로 가면 국조 주도권을 야당에게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친윤계로서도 뾰족한 답이 없다. 주 원내대표를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친윤계로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새해 예산안 심사 기간이기 때문에 그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