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사전 통지없이 방문했다가 유가족들의 비판을 샀다.

2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경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한 총리는 협의회 측에 별다른 통지도 하지 않은 채 분향소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분향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한 유가족은 한 총리에게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한 총리는 분향도 하지 못한 채 다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이후 협의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한 총리의 조문에 대해 입장을 드러냈다. 협의회는 “한 총리는 협의회에 어떠한 통지도 없이 찾아와 보여주기식으로 조문을 하려 했다”며 “한 총리가 진정으로 사과와 위로를 하려고 했다면 먼저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공식적인 일정으로 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현장에 있었던 유가족들의 사과 요구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뜬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습에 더욱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를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엄연한 가해자라고 지목했다.

협의회는 “한 총리는 희생자를 ‘사망자’로 고칠 것, 근조리본을 거꾸로 달 것 등 책임 회피를 위한 용어 변경을 지시한 자”라며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경찰 인력을 더 투입했더라도 사과는 일어났을 것이라는 취지로 책임 회피식 발언도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2차 가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생존 피해자에게 ‘더 굳건했으면’이라는 책임전가식 망언을 한 것은 물론 정부의 피해자 지원이 충분했을 거라며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며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조기에 종료시켰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가 분향소 앞에서 협의회와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과 악수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협의회는 “희생자 및 유가족을 모욕하고 있는 단체들과 악수를 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며 “우리들의 호소에는 답변도 안 하면서, 보여주는 그런 모습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한 총리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들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다”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협의회는 “단 한 차례도 유가족들을 대면하지 않은 국무총리가 ‘다 듣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예를 갖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을 한 차례 더 무시한 한 총리의 조문은 조문이라기보다 또 다른 가해”라며 “한 총리가 진정한 조문을 하고자 한다면, 공식적으로 유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된’ 조문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한 총리 조문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전날 한 총리가 억지로 분향소를 찾아 끝내 유가족 우롱만 했다”며 “누구 하나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는 윤석열 정부, 49재조차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억지로 분향소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