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장소로 떠오르는 ‘광장시장’ 직접 가보니
먹거리 천국에 사람들 ‘북적’…젊은 관광객 많아
감성 자극 ‘빈티지’스타일…전통과 현대의 조화

광장시장 서1문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서1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들이 본격적으로 서울 종로구 중심지인 광장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만 지켜봤던 광장시장의 분위기와 맛집탐방 등을 즐기기 위해서다.

1905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상설 시장인 광장시장은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핫플(hot place)’ 또는 ‘힙(hip)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광장시장이라고 검색하면 110만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게재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시물에는 광장시장을 방문한 MZ세대들의 ‘인증샷’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몇몇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광장시장 방문 영상 조회수는 100만~300만회에 달하기도 했다. 영상들에 달린 댓글에는 “이제 거리두기도 사라졌으니 또 방문하고 싶다”, “광장시장은 많이 들린다”, “여러번 가봐야 할 곳” 등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광장시장 동문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동문 ⓒ투데이신문

일반적으로 전통시장은 중장년‧어르신 등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광장시장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광장시장이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지난 16일 광장시장의 인기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방문해 보기로 했다. 지하철 5호선 을지로4가역 4번 출구에서 나와 5분쯤 걸어 도착한 광장시장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광장시장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동문과 북2문, 남1문이 만나는 거리에 형성된 ‘먹자골목’이다.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은 광장시장의 맛집 탐방을 목적으로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에 올라온 글과 영상만 살펴봐도 ‘맛집’, ‘먹거리’ 등의 키워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먹자골목에서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분식, 모둠전, 육회 등이 바로 떠오를 만큼 관련 가게들이 즐비하다.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취재 당일 각 맛집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40대 전업주부 이모씨는 “이 정도 줄은 주말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한복을 맞추기 위해 광장시장에 방문했는데 꽈배기 가게의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평소보다 짧은 것을 보고 행렬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여기는 맛집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언제나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며 “광장시장 근처에는 다른 시장들도 많아 접근성이 좋다. 의류에 관심이 많아 자주 들리고 있다”고 답했다.

15년째 광장시장에서 분식을 판매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TV에서 많이 소개되면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젊은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발길이 줄어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실제로 광장시장에는 젊은 사람 만큼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여행정보 서비스 ‘열린관광’에 따르면 광장시장은 해외 관광명소로 지정돼 있다. 한국을 여행하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경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광장시장은 도심 중앙에 위치해 방문하기 편하며 주변에는 세운상가, 종묘, 동대문디자인프라자 등의 명소가 있다.

광장시장에서는 붉은 옷을 입은 서울 여행 도우미 ‘레드엔젤’이 지도를 나눠주면서 길 안내를 돕기도 한다. 언어 통역도 가능한 레드엔젤은 단순한 길 안내뿐만 아니라 맛집‧쇼핑‧관광정보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레드엔젤 업무를 하고 있는 20대 김모씨는 “주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관광객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광장시장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MZ세대를 타게팅한 상점들도 들어서고 있다. MZ세대 취향을 저격한 ‘그로서리 스토어(식료품 잡화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2021년 10월 오픈한 321플랫폼의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은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광장시장 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1층에는 전통주를 기반으로 한 로컬 그로서리 스토어, 2층에는 365일장 음식을 총괄하는 센트럴 키친이, 4층은 와인바가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광장시장에는 소위 ‘힙’한 카페도 살펴볼 수 있었다. 종이상자를 찢어 만든 메뉴판과 박스테이프를 칭칭 감은 플라스틱 의자 등을 배치한 노상카페나 노출 콘크리트와 빈티지 소품 등을 활용해 레트로 감성을 자극시키는 카페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안산시에 거주하는 20대 박모씨의 경우 광장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빈티지적인 분위기 때문에 종종 방문한다고 답했다.

박씨는 “광장시장은 100년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새롭게 카페나 가게 등이 오픈되는 등 신구의 조화가 이뤄져 있다”며 “특히 광장시장만의 빈티지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스타일이 담겨 있어 감성을 자극 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남에 거주하는 김모씨 또한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광장시장에 방문한다”며 “특히 예능이나 유튜브 컨텐츠를 접하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SNS를 통해 광장시장의 먹거리를 많이 보게 됐다. 특히 싸고 맛있는 주전부리들이 많았던 점이 끌렸다”며 “또 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이한 메뉴들을 즐기기 위함도 있다”고 답했다.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광장시장 내부 ⓒ투데이신문

소비자들의 증언처럼 광장시장에서는 정겨우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거리 중간에 있는 노점들 사이에서 노란 전구가 반짝였고, 빈대떡을 기름에 부치면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가 골목 안을 돌아다녔다. 기자뿐만 아니라 광장시장을 방문한 사람들 모두가 맛있는 먹거리와 감성 가득한 옛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전문가는 이처럼 광장시장에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MZ세대들의 유입을 이끄는 부분이라고 지목했다. 

소비자모임 이수현 실장은 “빈티지 분위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 또한 레트로 감성을 체험하고자 한 것”이라며 “또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광장시장이 많이 노출된 것도 관심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 만큼 광장시장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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