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일회용품 규제 정책 계도기간 종료
면세점 비닐봉투 사용 금지 또한 코앞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 가장 먼저 종이봉투 전환
롯데·신라·신세계는 “조만간 대체품 준비할 것”
환경단체 “계도기간 충분했지만 아직도 미흡”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얼마 전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30대 여성 이모씨는 면세점에서 비닐백 대신 종이가방에 담긴 면세품을 받았다. 친환경 정책에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주변에 있는 타 면세점에서는 여전히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어 의아함을 느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침체기를 겪던 면세업계가 최근 여행 수요가 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이용객은 2021년 677만명에서 1083만명대로 늘어났다. 이는 리오프닝으로 여행 시장이 확대되면서 면세점을 이용하는 인구도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행 분야가 활기를 띠며 이용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면세업계의 친환경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오는 연말로 다가온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계도기간 종료에 대한 대비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에 의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을 확대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편의점과 중소형마트, 면세점은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사용 금지 △음식점과 주점 비닐봉투 무상 판매 금지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 우산비닐 사용 금지 등이다.

해당 품목들은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던 만큼 올해 11월부터는 계도기간이 종료돼 규제 대상이 된다. 즉 올해 연말부터는 면세점에서의 비닐 봉투 사용이 금지된다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종이봉투 사용…“업력이 짧아서?”

본보 취재 결과 대부분의 면세점에서는 현장에서 아직 비닐 봉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도기간이 10개월 가량 남아 있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선제적으로 종이봉투로 전환한 기업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행보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지난 2021년 면세업계 최초로 고객에게 면세품 인도시 사용되던 비닐백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친환경 종이봉투로 교체했다.

다만 일부 주류와 병 제품의 경우 아직 비닐봉투를 대체할 포장 수단을 찾지 못해 여전히 비닐봉투를 사용 중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제외한 면세업계는 여전히 비닐봉투 퇴출에 있어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계도기간 종료에 당연히 대비하고 있으며 비닐봉투를 타 소재로 전환하는 대책을 상반기 내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으며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조만간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포장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도 “정부 정책에 따라 비닐봉투 미사용에 대한 대책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타 업체에 비해 면세점업에 대한 업력이 짧아 비닐봉투에 대한 재고량 차이가 많아서 즉각 대처가 가능한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발주자다, 이는 물동량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구매 전환이 빠를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답변했다.

실제 과거 면세업계 2강을 이뤘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영업개시는 각각 1980년 2월과 1986년 7월에 이뤄졌다. 신세계면세점도 2012년에 영업을 시작했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개점 연도는 불과 5년 전인 2018년이다.

다만 환경단체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서로 다른 면세점 업력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2019년부터 플라스틱 저감 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던 만큼 업계가 준비할 기간은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박정음 활동가는 “여행 수요 증가로 면세점 이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따른 비닐봉투 사용량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정부가 정한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에 특정 업체가 선제적으로 종이봉투로 전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의 업력이 짧아 빠른 대체가 가능했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정부는 플라스틱 저감과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로드맵을 이미 2019년부터 제시해왔던 만큼, 그간 업계가 친환경 정책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면세업계에서는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 발맞춘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 면세품 전용 물류박스인 H그린박스를 도입했다. 천 재질의 행낭을 알루미늄 프레임과 강화 플라스틱을 결합한 소재로 대체하면서 물류 이동시 사용되던 포장용 비닐(에어캡) 사용을 60% 이상 절감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21년 UN 우수사례 선정 국제 친환경 인증인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 & Sustainable Ocean and Climate Action Acceleration)에서 면세 업계 최초로 최우수등급(AAA)을 획득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Duty 4 Earth’ 슬로건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보세운송 전기차량 운영, 친환경 소재 행낭 사용 등 친환경 경영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해 에어캡을 대신하고, 천 소재 행낭 대신 충격 완화 효과가 뛰어난 물류 상자로 대체해 비닐 소비를 줄이는 등의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 또한 지난해 말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에 성공했으며 기부와 플로깅 등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한 각종 친환경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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