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불출마로 김기현 vs 안철수로 재편
당분간 동떨어져서 전당대회 진행 지켜봐
나경원 지지층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상처난 나경원 지지층 누가 치유해주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요동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당권 포기는 결국 대통령실과 친윤의 거센 비판 때문이다. 이런 탓에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는 섭섭함이 드러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이제 전당대회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양자 대결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결국 불출마로 가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3.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이 그동안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지만 이날 결국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는 대통령실과 친윤의 거센 비판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당시 ‘출산 시 빚 탕감’이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나 전 의원과 선을 그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격노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포퓰리즘 정책만 내놓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 못 마땅해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실로서는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친윤계도 공격을 가세하기 시작, 지지율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해당 사건으로 나 전 의원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대통령실은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법이 아닌 중징계인 해임으로 대응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0조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가슴 벅차다. 감사하다”면서 화해를 시도했지만 친윤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로 인해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나경원의 패착

이미 당 대표 출마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보일 당시 아예 반윤으로 돌아서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면 지금의 나 전 의원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나 전 의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율이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이에 실망한 지지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김기현 의원에게 밀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실기(失期)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기호지세(騎虎之勢)였기 때문이다. 즉,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있었던 형국이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단계가 됐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 전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적 타격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 암중모색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당분간 현실정치에서 동떨어져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전당대회에서 어느 세력에 지지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중립적 태도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선언문에서도 윤석열 정부와도 상당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 전 의원이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것이다. 통상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 목숨 바치겠다’ 등의 발언이 나와야 하는데 ‘기원하겠다’는 것은 당분간 현실정치를 떠나서 암중모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날 선언문에는 윤석열 정부 특히 친윤계에 대한 섭섭함이 드러나 있다. 나 전 의원은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며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친윤계에 섭섭함을 드러낸 발언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제 간곡한 호소를 남긴다.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라며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러 보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나 전 의원이 친윤계에 상당한 섭섭함이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톱 빠진 호랑이이기 때문에 향후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차라리 출마했다면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차라리 당 대표에 출마를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어차피 당 대표가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하게 되면 3파전이 될 것이고, 이는 결선투표로 이어지게 된다. 즉, 나 전 의원이 김기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 둘 중 한명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당 대표의 운명이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사실상 제 발로 걷어찼다. 

이제 나 전 의원의 운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 나 전 의원이 향후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거나 다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윤심이 과연 나 전 의원에게 다시 돌아가겠냐는 것이다.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 전 의원과 윤심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나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말한다. 차라리 반윤의 선봉장으로 나섰다면 민심에 의해 공천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을 텐데 이를 포기함으로써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역량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행적이 그러했다. 

안 의원은 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철수’를 하면서 그에 따라 정치적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지난 10여년 동안은 풍찬노숙을 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나 전 의원의 이번 철수는 앞으로 나 전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상당히 어려울 것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당히 안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당 정치인이 대통령과 맞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맡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반윤 선언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도박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불출마는 그야말로 엄청난 고심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강구도로 재편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국민의힘은 이제 본격적인 김 의원과 안 의원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남아있지만 유 전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원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독려에 의해 가입한 당원들이 투표를 할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김 의원이나 안 의원이나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만약 출마를 했다면 투표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그 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도 불출마를 한다면 이들 표심은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최근 이 전 대표의 언행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당대회가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이라면 이 전 대표가 누구를 선택했다는 것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하는데 이번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의 독려로 가입한 당원들 역시 그렇다. 때문에 흥행에 실패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기대했던 그들로서는 이제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잃어버린 상태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는 김 의원에게는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고, 안 의원으로서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일~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당대표 양자대결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5%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안 의원과 김 의원이 맞붙으면 안 의원이 49.8%로, 김 의원(39.4%)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즉, 김 의원과 안 의원이 결선투표를 간다면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친윤계는 차라리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를 하게 한 후 결선투표 과정에서 김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시나리오가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유는 나 전 의원의 지지층과 안 의원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의원이 나 전 의원과 손을 잡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김 의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안 의원으로 향하게 됐다. 둘 다 친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연대론’을 꺼내들었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 그리고 이 전 대표도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연대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친윤계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국민의힘 지지층도 끌어 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쪽은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이 친윤계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국민의힘 지지층도 끌어안아야 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계속해서 윤 대통령을 꺼내는 것은 김 의원에게는 패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친윤계 지지층을 끌어 안은 김 의원으로서는 외연 확장을 위해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김 의원에게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친윤계라는 것이 더욱 공고히 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바로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 여부다. 김 의원이나 안 의원 모두 나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언문에서도 나왔다시피 암중모색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러브콜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김 의원으로서는 러브콜이 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과정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을 가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에게 비판을 가했는데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고 난 후에 러브콜을 보낸다면 나 전 의원 지지층으로서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상처 난 지지층의 마음을 누가 치유해주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가 달라진다. 다만 과도한 러브콜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유 전 의원이 출마를 하게 된다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통령실과의 갈등에서 유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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