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내수시장에 백화점 향후 전망 ‘우울’
합리적 소비 대세…과시욕 자극하는 명품은 변수

백화점 3사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백화점 3사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백화점 업계가 지난해 3분기까지 호황으로 상승기를 이어갔던 반면 올해는 소비 침체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 가계 부채 부담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보복 소비에서 합리적 소비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빅3’,  롯데·현대·신세계의 올해 성장세는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이 본격화 되면서 국내 지출이 줄어드는 한편 높은 물가, 공공요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소비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3분기 리오프닝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조3418억원, 영업이익은 32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 123.9%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1조8183억원, 영업이익 351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1%, 59% 늘어난 수치다. 현대백화점 또한 매출 1조6928억원, 영업이익 2842억원으로 각각 10.2%, 42.2%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 침체의 전조는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11월 소비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8% 감소하며 3개월 연속 쪼그라들었으며 지난해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2.8% 줄어 전년도 2분기(-3.1%) 이후 5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더욱이 지난해 3분기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9%나 올랐다. 이는 분기 기준 상승률로 봤을 때 1998년 4분기(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에도 백화점 3사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역시 소매업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2009년 1분기·73)와 코로나19 확산 시기(2020년 2분기·66)보다 낮은 수치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중에서도 백화점의 수치는 71로, 최근의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로 고소득 이용객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자산가격 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운 가운데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고,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 유지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소비 회복이 어려우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백화점 성장세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고가 소비재, ‘명품’에 대한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속 ‘베블런 효과’에 따르면 사치재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희귀성을 겨냥한 과시욕으로 인해 그 수요는 줄지 않고 되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는 “백화점 전망과 관련해 명품과 같은 고가 소비재의 경우 견고한 구매층이 있는 만큼 별다른 매출의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침체된 경제 영향 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중고거래나 온라인 가격 비교 등 합리적 소비에 나서는 추세”라며 “이에 코로나19가 완화된다 해도 백화점의 성장세가 이전처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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