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반대, 노동-민생입법 과제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반대, 노동-민생입법 과제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깜깜이 회계’ 논란으로 인해 정부가 회계장부 비치 보고를 요구한 것에 대해 노동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전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회계장부 비치 보고에 대해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고용노동부는 회계투명성을 빌미로 노조의 운영에 대한 개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계 투명화는 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고 범죄 집단화하는 공작과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이어 상생임금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조직해 의도대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악을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대노총은 정부가 제출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이정식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 노동부가 현장 조사 등 강제 조치에 돌입할 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노동시장개혁 추진과 함께 양대노총을 포함한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재정에 관한 서류(장부)의 비치 및 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자체 점검한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지난 15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노조법 14조에 따른 비치 대상 서류에는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회의록과 재정 관련 서류는 3년간 보존 대상이며, 노조는 각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게재해 둬야 한다.

반면 노조 회계 투명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드러낸 노조도 있었다. MZ세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이하 협의회)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찾아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노동의 대가로 노조가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이라며 “큰 규모의 노조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해 노동부도 입장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토론회에서 “어제 자정까지 노동조합에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대상 노조의 70%가 제출했고 이들 중에서 30%만 제대로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계자료를 내지 않은 곳에 대해서 이 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린 뒤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하고, 이후에도 안 지킬 경우 또 다른 페널티 단계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1000명 이상 노조원이 있는 33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회계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노조의 회계를 검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현행 법에 나와있는 부분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고 짚었다.

노조도 높아진 사회적 위상에 걸맞게 조합원, 미래세대인 청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 장관은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도 자신의 SNS를 통해 노조 회계는 동네 친목모임 회계만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노조 지도부에게 회계는 노조원도 알아서는 안 되는 성역인 듯하다”며 “정부가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회계서류를 비치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지만, 양대 노총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MZ노조는 ‘노동의 소중한 대가로 노조가 운영되는 만큼 노조 회계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며 “기성 노조는 적어도 회계 투명화만큼은 MZ노조한테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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