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시공권 되찾자 ‘공사비 1300억원 증액해야’
총회서 부결된 뒤 재건축조합 대출 이자 대납 중단해
조합원은 한숨만…“할건지 말건지라도 확실히 밝혀라”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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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시공사의 공사중단과 내부갈등으로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해당 사업이 표류하는 원인으로 부동산경기 침체도 꼽히지만 정비사업이 가진 한계도 돌아볼 대목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아직 철거작업도 완료하지 못한 채 무기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 지위를 되찾은 서희건설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 진주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 받은 브리지론 이자 대납도 중단해 경매 처분까지 거론되고 있다.

해당 재건축은 남양주 평내 일대 진주아파트 부지 6만㎡ 면적에 지하 3층~지상 21층 21개동 1843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진주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5년 서희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 증액 문제로 2020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재건축조합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섰으나 서희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며 법적분쟁으로 이어졌다. 법원이 서희건설이 제기한 입찰절차진행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며 시공사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서희건설에 대한 계약 해지 등을 무효화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서희건설이 시공권을 되찾았으나 공사비 인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서희건설은 올해 초 다시 공사비 인상을 포함한 공사도급계약 변경을 요구했지만 지난 3월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부결됐다.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2017년 9월 계약 당시 공사비는 3.3㎡당 398만원, 약 2775억원 규모였다. 서희건설은 지난 2월 공사비를 3.3㎡당 546만원로 올리고 여기에 마감재변경, 법규변겅, 법정 요율변경, 착공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을 합해 별도로 3.3㎡당 43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총비용은 3.3㎡당 589만원, 이에 따른 공사비는 약 4106억원까지 치솟는다.

서희건설은 공사비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비용도 재건축조합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는 분양업무 및 홍보업무 일체와 각중 민원 해결 비용, 그리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공사비에 포함된 석면제거비용 등이 포함돼 기존 계약과 비교해 재건축조합에 불리하게 구성됐다.

서희건설은 미분양시 할인분양까지 재건축조합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반분양분 공급일로부터 3개월 동안 분양률이 50% 미만이면 5%할인, 6개월 동안 분양률이 70% 미만이면 10%할인, 9개월 동안 미분양이 있으면 15% 할인으로 조건을 명시한 뒤, 시공사가 재건축조합에 할인분양을 요구한 날로부터 5일 뒤에는 할인분양이 시행된 것으로 보도록 계약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희건설은 물가변동에 의한 공사비 증액을 다시 요구할 수 있도록 계약을 변경하려 한다”면서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하면 총회 의결로 공사비 증액과 조합원 추가분담금 납부를 승인하도록 하라는데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으로 늘어나는 공사기간 반영 요구도 주52시간제가 실시된 시기가 많이 지났는데도 별도 반영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책임과 경비를 모두 조합비용으로 요구하면서 할인분양까지 강제로 하려고 했다”라며 “재건축조합의 재산을 합의없이 시공사 마음대로 줄이겠다는데 정비사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도 사업이 많이 지체되면서 공사비 인상은 감수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서희건설의 요구 중에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합이 제공한 공사도급계약서. 서희건설은 지난해 9월 시공자 지위를 회복한 뒤 공사비 인상을 포함한 공사도급계약 변경을 요구했지만 지난 3월 조합 총회에서 부결됐다. ⓒ투데이신문
서희건설은 지난해 9월 시공자 지위를 회복한 뒤 공사비 인상을 포함한 공사도급계약 변경을 요구했지만 지난 3월 조합 총회에서 부결됐다. ⓒ투데이신문

서희건설은 지난 3월 조합 총회에서 요구안이 부결되자 재건축조합이 대출한 브리지론 이자 지급을 중단했다. 재건축조합 브리지론 대출기한은 지난달 만료됐는데 이자마저 연체되며 대출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다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브리지론 대출이 710억원 규모에 이자율이 12%다. 이자 지급이 3개월 가량 연체됐다”라며 “채권단은 오는 24일까지 연체이자를 입금해야 연장할 수 있다며 미납시 경매에 들어가겠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금을 구하고 있지만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희건설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경색 때문에 어려우며 요구안이 부결돼 재건축조합을 도울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제는 1주일에 서너차례 공문을 보내지만 답변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을 할건지 말건지라도 확실히 했으면 한다”고 답답해하며 “계약서에는 '갑'이 재건축조합이지만 도장 찍은 뒤에는 시공사가 갑”이라고 탄식했다.

재건축조합은 해당사업을 신탁대행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7일 조합원 총회에서는 신탁사로 교보자산신탁을 선정했다. 신탁대행으로 전환되면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서희건설과 공사계약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서희건설이 사업지가 경매로 넘어가면 이를 낙찰받아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기존 조합에 반발해 새로운 조합을 결성한 ‘신조합’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예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업부지는 아직 교회, 유치원 건물이 남아있어 철거작업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업에 대해 시공사인 서희건설에도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은 없었다. 서희건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 자체가 되지 않았다.

파행을 겪는 정비사업은 이 곳뿐만은 아니다. 경기 침체에 물가 인상이 겹치며 수도권에서만 수십군데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시공사도 답답할 노릇이지만 사업이 지체될수록 손해인 조합원들은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 정비조합은 분양 전까지는 별다른 자본이 없기에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도 개별 정비조합 내부 문제이기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지체된다 해도 지자체가 법적으로 나설 권한이 없다. 정비조합과 시공사가 서로 대화를 하도록 자리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싫다고 하면 할 수 없다”라며 “조합은 조합 정관에 의해 운영되기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주택포럼 서진형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지금은 건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특수한 상황으로 시공자 입장에서 정비사업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한다면 누가 정비사업을 하려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서 대표는 “정비사업이 지체되면서 주택 공급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공공택지 등을 조성해 사전에 공급기반을 마련해 대비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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