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멤피스’ 공연 장면. [사진제공=㈜쇼노트]
뮤지컬 ‘멤피스’ 공연 장면. [사진제공=㈜쇼노트]

브로드웨이 뮤지컬 ‘멤피스’가 국내 초연 무대로 한국 관객들의 심장을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인종차별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1950년대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를 배경에 두고 전개된 이야기를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선보여 호평받은 작품이다. 흑과 백으로 양분된 사회에서 흑인 음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쓴 백인 DJ 휴이와 무모해 보였던 도전에 함께 뛰어든 흑인 여가수 펠리샤가 조금씩 닫힌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뭉클하면서도 짜릿하게 펼쳐진다. 또 음악이 주요한 소재로 다뤄진 뮤지컬답게 흥겨운 로큰롤과 리듬 앤드 블루스, 가스펠이 녹아든 넘버에 눈부시게 화려한 볼거리까지 더해지면서 풍부한 감상을 약속한다. 이처럼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 채워진 뮤지컬 ‘멤피스’는 오는 10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작품은 전설적인 DJ로 손꼽히는 듀이 필립스(Dewey Philips)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을 거쳐 탄생했다. 듀이 필립스는 당시 흑인 사회를 배척하려던 사회적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오직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균형을 유지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멤피스 사람들은 그가 진행한 라디오를 통해 흑과 백이 어울린 문화를 접하게 됐으며, 이런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하면서 흑인 음악 대중화라는 문화적 경향 또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듀이 필립스는 1950년대 로큰롤 혁명을 이끄는 데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최초로 송출한 DJ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뮤지컬에서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듯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처럼 로큰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는 뮤지컬 ‘멤피스’ 속 휴이 칼훈(Huey Calhoun) 모델로 등장해 당당히 시대적 분위기를 앞서간다.

캐스팅 역시 기대감을 더하기 충분하다. 먼저 금기시되던 로큰롤을 전파하는 데 앞장선 백인 DJ 휴이 역은 박강현, 고은성, 이창섭이 맡아 여유로우면서도 고집 세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한껏 살린다. 또 눈부신 음악적 재능과 강인한 의지를 가진 펠리샤 역으로는 정선아, 유리아, 손승연이 캐스팅됐으며 최민철·심재현(델레이 역), 최정원·류수화(글래디스 역), 이종문(미스터 시몬스 역), 유효진(바비 역), 조성린(게이터 역) 등이 함께해 믿고 보는 무대를 완성한다. 그중에서도 휴이 역을 맡은 고은성과 펠리샤 역의 정선아는 세심한 캐릭터 분석을 바탕으로 완벽한 콤비를 이루며 작품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 장면. [사진제공=㈜쇼노트]
뮤지컬 ‘멤피스’ 공연 장면. [사진제공=㈜쇼노트]

어느 날 빌 스트리트 언더그라운드 바에 불쑥 찾아온 휴이는 경계 가득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음악’을 찬양한다.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공공시설 내 백인과 유색 인종 분리를 법으로 규제했던 ‘짐 크로 법(Jim Crow Law)’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던 때라 ‘백인’ 휴이의 방문은 바 안에 머물던 흑인들에게 그다지 달갑게 여겨질 리 없었다. 그는 흑인 여가수 펠리샤의 노래를 듣고 감탄하며, 로큰롤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한다. 또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펠리샤가 방송국에서 노래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자신 있게 외친다. 결국 굴하지 않던 신념만큼이나 집요한 끈기로 ‘대형사고’를 친 후 백인 전용 음악 방송국 인기 DJ가 된 휴이는 멤피스 사람들을 새로운 음악 세계로 인도하는 한편 펠리샤와 사랑을 키워가며 점차 꿈꾸던 미래를 실현한다. 하지만 뿌리 깊은 차별의 역사와 거대 자본, 전국적 규모의 방송 권력은 그가 바랐던 내일을 저만치 먼 곳으로 밀어내려 한다. 이렇게 갖은 제약과 압력이 더해지는 가운데 휴이와 펠리샤를 필두로 한 공동체는 여전히 남아있던 사회적 편견과 인종차별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오직 음악으로 인정받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

작품에는 도전과 사랑, 선택, 차별, 갈등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을 법한 현재진행형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시대적 분위기와 배경은 달라도 누구나 다른 얼굴로 마주했을 현실인 까닭에 문화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또 이런 묵직한 주제들이 적절한 유머 코드와 어울려 전해지면서 해소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러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br>-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br>-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br>-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br>-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br>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
-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이 모든 이야기가 화려한 쇼로 완성되는 과정은 음악이 책임진다. 뮤지컬 ‘멤피스’ 음악은 본 조비 창립 멤버이자 그래미어워즈 수상자인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맡았다. 작품에는 1950년대 로큰롤을 헌정한 음악들이 담겼는데, 뮤지컬 ‘멤피스’만이 가진 흥겨우면서도 짜릿한 비트 덕에 누구든 잠시나마 음악에 온몸을 맡기고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뮤지컬 문법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등장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데 일조한다.

길었던 연휴의 끝자락에 좀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오늘, 뮤지컬 ‘멤피스’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지친 영혼을 가득 채울 환상적인 음악상자가 당신을 리드미컬한 내일로 힘차게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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