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83.9%, 민원인 갑질 ‘심각’ 판단해
“정부, 회사 의무 위반 여부 정기점검해야”

지난해 1월 서울 시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방역지원금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월 서울 시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방역지원금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장난 전화, 성희롱, 폭언이 매일 매시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럽습니다. 회사에서는 함부로 통화를 못 끊게 하고 선종료 멘트만 해도 바로 감점 처리를 해버립니다.” (직장인 A씨)

# “공공기관에서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는데,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한 사람들에게 차를 빼달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소리를 지르거나 욕이나 폭언을 하면서 화를 냅니다. 얼마 전 주차금지 지역 차량을 빼달라고 했던 이용자도 제 민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기관에서는 이 민원을 이유로 제 근무 평점에 불이익을 줬습니다.” (직장인 B씨)

제3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를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노동계는 사업주 처벌 규정 강화와 더불어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 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95%, 표본오차 ±3.1%p)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8.8%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이 약 5년이나 지났음에도 직장인 10명 중 6명가량은 감정노동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민원인 갑질이 얼마나 심각하냐는 질문에 ‘심각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83.9%에 달했다.

제3자의 폭언 등에 대한 보호 적정성.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제3자의 폭언 등에 대한 보호 적정성.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직급 간 인식 차이도 크게 두드러졌다. 실무자 10명 중 4명(38.3%) 가량은 민원인 갑질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상위 관리자(8.3%)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실무자 10명 중 6명(61.5%)은 사업주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답변했지만, 상위 관리자 3명 중 2명(66.7%)은 ‘잘 보호한다’고 응답해 정반대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2018년 10월에 개정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상 회사는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필요한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및 전환, 휴게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하며, 노동자가 치료나 상담, 고소나 고발 등을 진행할 경우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야 한다.

만일 사업주가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노동자가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직장인 10명 중 3명(29.2%)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민원인 갑질을 책임져야 할 상위 관리자 36.1%가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모른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권호현 변호사는 “그 누구의 월급에도 ‘욕값’은 들어 있지 않다”며 회사는 민원인 갑질을 당한 직원에게 휴식부여, 상담 및 소송지원 등 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줘야 하고 어떻게 보호해 줄지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회사의 의무 위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학부모, 민원인 갑질을 당한 노동자를 적극 보호하라는 현행법상 의무만 다했어도 서이초와 같은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