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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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여당발 김포시 서울 편입 논의가 ‘메가시티 서울’ 구상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7일 당내에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더니 ‘경기도와 서울특별시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 발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경태 뉴시티특위 위원장은 16일 “일단 김포시만 원 포인트로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라며 “유예를 두고 점진적으로 (서울시에)편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리시와 서울시의 통합 문제도 별 이견이 없으면 바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5일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관련해 “자치권과 재정중립성을 보장하는 완충기간이 있는 단계적 편입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서울의 도시경쟁력 강화, 국가경쟁력 제고 및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가시티’란 행정적으로 구분돼 있으나 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일컫는다. 메트로폴리스, 대도시권, 메갈로폴리스 등 다양한 용어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경제적 산업적 연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광역경제권’을 구성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는 ‘메가시티’라 불릴만하다. 인천시와 인접한 경기권 도시들을 규합하면 인구 1000만명은 훌쩍 넘기고 있으며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 물류 등 사회기반 시설을 공유하는 생활권이 형성돼 있다. 

이미 메가시티인 서울을 더욱 메가시티답게 하려면 김포시 등의 편입이 필요한걸까. 행정구역 편입이 안돼서 김포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할 때 교통난을 겪는 것일까.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되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도시계획 및 부동산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대체로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통대학교 권일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을 통한 통합이 적정한지는 공간구조, 즉 도시 전체를 살펴본 뒤에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계획적인 고민보다는 중앙이 주도하며 총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역별로 메가시티와 비슷한 논의가 많이 있었지만 재원 등 여러 문제로 복잡한 상황이다”라며 “또, 권역 내에서도 통합에 제외된 지역은 ‘메가시티 서울’과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같은 경기도라도 경기북부와 경기 동남부는 권역내 불균형이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 주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촌평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장점으로는 재산 가치가 증식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은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추이를 파악하기 힘드나 서울 편입 절차를 밟는 지역이 나오면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포시는 서울시와 인접한 지역 중 ‘도농복합적’ 특색을 갖고 있다. 서울에 편입된다면 김포평야의 농지들에 대한 개발 압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부터 부동산 개발 붐이 일어날 게 자명하다.

이는 또다시 수도권 쏠림, 특히 서울 쏠림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지역균형발전은 외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산대학교 서정렬 주택‧도시연구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다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세가 회복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전세 수요도 몰리며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서울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면 거론되는 지역은 이벤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결국 수도권으로 부의 편중이 더 심화될 것이란 뜻이다.

서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9월 부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포했다. 그런데 한달여 만에 메가시티 논의가 나온 것은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라며 “지역광역권부터 만든 뒤에 수도권역을 정비하는 게 순서상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시대에 맞는 메가 광역경제권에 대해 새롭게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주목받던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은 지난해 경상남도와 울산시가 불참을 선언하며 현재 논의가 멈춘 상태다. 대신 이들 지역은 부울경 경제동맹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윤곽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메가시티 서울’이 갑자기 부상하자 부울경 지역 여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남도의회는 15일 ‘지방소멸 부추기는 메가서울 정책 중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은 “국가균형발전과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총선용 의제로 급조된 서울 확대에 매달리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라며 “수도권 초집중화 해소가 시대적 과제인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지방화’가 핵심인지, 서울 주변도시 편입을 통한 ‘서울확대’가 국가정책 우선인지 마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역임한 광주대학교 이민원 명예교수는 “서울은 서울대로 발전시키고 지방은 지방대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물적자원은 한정돼 있고 서울을 크게 만들면 결국 더 강력한 흡인력을 갖게 돼 서울로 지방의 자원들이 쏠릴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지역별 광역권 발전이 성공하려면 김포시의 서울 편입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문제를 꺼냈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조성하는 예산인데 수도권에 쓰지 못한다는 조항은 없다. 처음 조성할때는 전체 예산의 9.7%를 수도권에 썼는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수도권에 쓰는 예산 비율이 17.8%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국가 전체 재정에서 균특회계의 비중은 처음 3.4%에서 2%로 줄었다. 규모가 축소됐는데 수도권에 쓰는 비율은 높아진 것이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메가시티 서울’이 저성장‧저출산 시대가 예견되는 미래상에 맞느냐도 따져볼 대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축소도시’ 개념이 검토되고 있다. 도시가 고령화 및 저출산, 그리고 저성장에 따라 더 이상 번성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고 도시의 인구 및 경제 규모에 맞춰 도시 환경을 스마트하게 축소하자는 시도다. 

정부의 목표가 인구와 자원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쏠린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는 것이라면 서울을 스마트하게 축소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장차 서울의 도시경쟁력 유지에 더 바람직할 터다. 다 가져봐야 속이 불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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