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성비위 사건 2620건 터지는데 여가부 현장점검 2% 수준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최근 2년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2600건이 넘는 성폭력·성희롱 사건 중 여성가족부가 관련 법에 따라 현장점검에 나선 경우가 전체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공기관 1만8000여곳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을 더한 건수는 2620건이다. 문제는 여가부가 2600건이 넘는 사건 중 현장점검을 나간 경우가 전체 2%(53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여가부의 현장점검 실적이 미미한 원인으로 인력 부족일 것으로 추축한다.

하지만 여가부 측은 변호사, 노무사, 성폭력피해자지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현장점검 전문가 인력풀을 운영하고 있고, 여가부 직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점검단이 현장점검 실시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사례회의를 통해 통보된 사건에 대한 현장점검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에 기관장 사건,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 등 중대 사건으로 판단한 50여 건에 대해서만 현장점검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여가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인력 부족으로 할 수 없었다면 안쓰럽기라도 했을 것 같다.

피해자 지원 전담 부처인 여가부가 직원 외에 외부 인력풀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현장점검에 나선 사건이 불과 2%밖에 안 된다는 것은 여가부 스스로가 소수의 중대 사건만 처리하면 된다는 ‘현장점검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중대 사건이라는 분류 결과가 사례회의에서 통보되지 않은 사안은 도통 현장점검의 필요성이란 없는 경우들일까. 여가부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박한 진실과 ‘최대한의 노력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직일까.

특히 최근 여가부 조직 내에서 발생한 스토킹 사건을 경징계로 끝내기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양이 의원은 올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가부조차 부처 내 발생한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대처를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시점에서 현장점검 실적 저조 지적은 너무도 뼈아픈 실책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가부 폐지론이 들끓고 여가부 김행 전 장관 후보자 사퇴로 새만금 사태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현숙 장관이 유임된 탓에 여가부 조직 자체가 뒤숭숭할 것이다. 더군다나 물론 김 장관과 김 전 장관 후보 모두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혀 왔기에 여성 정책에 대한 비전 또는 정책 실행력의 동력이 급격하게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끊이지 않는 공직사회 성비위 사태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보호 및 방지 정책의 중추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여가부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국가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자성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