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프랑스 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기차 보조금 개편 적용 리스트를 공개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 전기차에는 22개 브랜드 78차종이 포함됐다. 한국 전기차 중에는 현대자동차 코나만 리스트에 들어갔다. 새 보조금 개편안은 지난 16일부터 적용이 시작됐다.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은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린다. 미국은 지난해 자국 내 인플레이션 위기가 확산되자 IRA 법안을 통과시켰다. IRA는 북미산 생산품 세액 공제 및 보조금 혜택, 중국산 광물‧이차전지 등의 배제를 골자로 한다. 여기에는 자국 내 생산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한화 974만원)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랑스 역시 전기차 보조금으로 최대 7000유로(한화 996만원)를 지급할 방침이다. 지급 대상 기준은 탄소배출량이다. 프랑스는 제조와 운송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환경 점수로 환산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프랑스가 내세운 명목은 친환경이지만 사실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개편으로 봐야 한다. 프랑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지난 5월 녹색산업법안을 발표하며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전기차 구매보조금의 40%가 이미 아시아에 지급됐다. 공공자금으로 아시아 공장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통상에서 자국 보호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회(EU)는 IRA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9월 핵심원자재법(CRMA)을 승인했다. CRMA에는 핵심원자재 수요 중 최소 10%를 EU 내 광산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원자재의 50%는 권역 내에서 가공 및 정제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 기조를 보인지는 이미 오래됐다. 일본판 IRA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자국 내 생산량과 판매량에 비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감면 대상에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재생항공연료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의 확산은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부족한 부존자원으로 인해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이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당연히 수출이 더 많아야 한다. 다른 나라가 빗장을 걸어 잠글수록 한국의 경제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는 이처럼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통상을 이끌어야할 수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방문규 장관이 내년 22대 총선 후보로 국민의힘에 차출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후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9월에 부임한 방 장관의 임기는 3개월에 불과했다. 전임 이창양 장관의 임기도 1년 3개월에 그쳤다. 둘 모두 거시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보호무역 통상 위기에서 한국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총선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방향키를 잃은 한국 경제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