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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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죽었던 강아지가 살아 돌아오는 시대다. 새해 첫날 한 유튜버는 키웠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후, 동물 복제 기술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다음, 한국사회는 연초부터 기술발전과 윤리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체세포를 활용한 포유류 동물 복제 기술이 처음 성공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스코틀랜드 애든버러대학교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월머트 박사는 1997년 복제양 ‘돌리’의 존재를 세상에 공개했다. 그 이전에도 수정란을 활용한 동물복제는 있었지만 다 자란 성체의 특성을 온전히 보전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체세포를 활용한 동물 복제 기술은 유전적 희귀병을 비롯한 불치병 치료 등에 중요한 힌트가 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 자체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멸종한 매머드의 유전자를 이용해 미트볼을 만들었다는 소식부터, 도도새와 들소에 대한 복제 시도까지 과학과 의학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반려동물 복제가 산업으로 등장한 것은 2015년이다. 미국의 기업 ‘비아젠 펫츠(VIAGEN PETS)’는 세계 최초로 죽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복제해 준다는 상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용은 강아지의 경우 한화로 약 6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6개월여를 기다려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유전자 샘플 보존에 따른 비용도 추가된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비용이지만, 진지하게 필요성을 고민했다면 부담이 불가능한 수준의 금액도 아니다. 당장 대중화를 말하긴 어렵겠으나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만큼 사례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죽음은 곧 이별’이라는 기존의 대전제를 거스르는 데서 느끼는 대중들의 이질감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한 논쟁의 씨앗은 죽은 동물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다른 동물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발했다. 이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다른 존재의 행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고민을 낳기 때문이다. 

실제 강아지 복제의 경우 복제할 동물의 체세포를 채취한 뒤, 핵을 제거한 다른 동물의 난자에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정한 난자는 대리견을 통해 출산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동물들의 신체적 훼손이 불가피하다. 또 복제에 이용된 동물은 입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로 남는다. 

복제 비용이 비싸 일반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자들은 생명과 그리움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돈이 없으면 묵묵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불평등을 우리 사회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죽음과 삶이 빈부격차의 테두리에 갇히는 것은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다. 

AI(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는 2024년. 새해 첫날 우리 사회에 던져진 동물 복제 이슈는 결국 기술과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수많은 영역에서 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을 흔들고, 인간의 윤리 의식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다양한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기술발전의 속도를 인류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온다. 공공의 복리를 위해 어디까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이 어느 정도의 경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떤 인식의 확장을 준비해야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진지하게 다뤄져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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