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민·노동·예술·교육 등 단체 연명
“여당, 특별법 거부권 건의 참담·분노”
민주, 대통령실앞 특별법 공포 촉구 회견
“국민의힘, 독재자 돌격대 유정회 보는 듯”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되는 19일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에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한 국민의힘을 비난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비슷한 시각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종교·시민·노동 등 658개 시민사회단체도 연명으로 윤 대통령에게 법률 공포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건의는) 집권여당의 책무를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며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끝내 외면하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한 여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무책임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불상사는 결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100명 넘는 국회의원이 결정한 게 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한 거부권 건의라니, 참 비정하고 모진 분들”이라며 “독재자의 국회 돌격대였던 유정회(유신정우회)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의원들과 함께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한 게 대통령 하명을 받아 국민 고통을 외면하고 진실을 은폐해 앞잡이 노릇(한 것)이냐”며 “비정하고 비굴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배우자의 불법과 부정이 두려워 특검법을 거부하더니 여당을 앞세워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거부하는 모양새”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의 큰 분노와 심판,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어제 이곳에서 이태원 유가족들의 눈물에 삭발식이 있었다”며 “대통령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유가족들의 최소한의 요구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특별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지기는커녕,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나쁜 결정”이라며 “매우 무책임하고 비정한 여당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남 의원은 “이태원 특별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오직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양심과 상식의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재협상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더 이상 특별법을 후퇴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종교·시민·민중·노동·농민·인권·법조·예술·재난참사·교육 등 각계 단체들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각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종교·시민·민중·노동·농민·인권·법조·예술·재난참사·교육 등 각계 단체들이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각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 고통 외면하는 정부 존재 이유 無”

민주당보다 30분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및 각계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건의하기로 한 여당 국민의힘은 각성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법률을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견엔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단과 한국 YMCA·YWCA,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등 종교·시민·민중·노동·농민·인권·법조·예술·재난참사·교육을 망라한 660개 단체 대표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하루 앞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했다”며 “지난 9일 본회의 표결 퇴장에 이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무시하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대규모 인파 밀집을 예측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며 “그럼에도 경찰은 일부 현장 책임자들만 기소했을 뿐 정무적,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하는 소위 ‘윗선’에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고 정부와 여당은 진상이 다 드러났으니 특별법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 온 유가족과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이며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했던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59명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진상규명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유가족이 한겨울 차가운 길바닥에 몸을 엎드리고 단식과 노숙을 하게 해서 만든 특별법인 걸 알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참사 책임을 피하기 위한 파렴치함과 인면수심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눈물을 닦지 않는 정부는 존재 필요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오전 의원총회를 거쳐 민주당에 이태원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여당은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점과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방식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유가족들은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강력 반발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에는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과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 고 최혜리씨의 어머니 김영남씨 등 유가족 11명이 참여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돼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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