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고려 없이 무조건 신고…유연성 갖춰야”
피해자 연령·학년 및 성인 개입 유무 분류 필요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획일화된 학교 성희롱·성폭력 신고 의무제가 피해 학생의 연령 등 특성에 맞춰 세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30일 ‘학교 성희롱·성폭력 신고 의무제도 법제 정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학교 성희롱·성폭력 신고 의무제는 아동·청소년 유관 기관·시설의 장 혹은 종사자가 미성년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될 시 곧바로 관계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바로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성희롱·성폭력은 학교라는 공간과 학생이라는 특성상 조기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 장기화·집단화되면서 더 큰 성폭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 성희롱·성폭력을 조기에 발견해 피해자를 보호 및 지원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고의무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사건 발생 시 중대성·경미성에 대한 판단, 피해자 의사의 충분한 고려 없이 신고를 해야 하므로 신고의무자의 신고 부담이 가중되는 점과 교육적 회복이나 선도 등 교육적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문제로 꼽혀왔다. 

연구원은 “학교 성희롱·성폭력은 형사 사법 시스템에 포섭돼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은 신고로 고통받을 수 있다”며 “오히려 본인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짚었다.

이에 신고 의무제 개선 의견으로 신고 단계에서 각급 학교·사안별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처럼 모든 사건을 신고하는 것보다 △피해자 연령 △초·중·고교생 학년 △성인 개입 사건 여부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주장이다.

연구원은 “적어도 초등학교 1~3학년의 경우에는 교육 차원에서 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 당시에는 사안이 은폐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지금처럼 획일적인 신고 의무제보다 유연성을 갖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성희롱·성폭력 판단 기준의 모호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비돼야 하며, 현재 성희롱과 성폭력을 동일선상으로 판단하고 신고를 함에 따라 발생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고 이후 단계로 연구원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 교육청 등과 같은 중간기구 설치, 학교의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며 “학교폭력, 아동학대, 성희롱·성폭력 등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사안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