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 반대 여전…비필수의료 혜택 우려도

서울 소재 모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 시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을 대상으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본격화한 가운데 논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 소비자와의 우려가 큰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법무부와 복지부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함께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부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전략회의’를 열고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필수의료 분야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어 의료인에 대한 사법 부담이 큰 상황인데, 여기에 특례 적용으로 부담을 완화해 인력 유입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다. 

정부는 이번 제정안을 발표하기 위해서 지난해 11월부터 의료계, 환자,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총 9회 차례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안에는 의료인이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는 보험인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됐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명시됐다. 

이와 함께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게는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됐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 행위 시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필수의료 행위 중 환자가 사망하게 될 시 형의 감면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특례는 의료사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절차인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서는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을 두고 필수의료가 아닌 피부과, 성형외과 등 분야에 혜택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해당 법 제정 논의 과정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이후 환자, 소비자단체는 정부 정책 방향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추가적인 충분한 논의와 법률적 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며 “반대 입장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듣지 않은 채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의료사고 분쟁이 가장 많은 분야가 피부과, 성형외과라는 점을 고려해야 된다”며 “자칫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혜택만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사법 부담 완화에 대해 먼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확한 정의 및 범위를 규정하고 민사와 형사로 구분한 뒤 법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유사입법례와 환자 권익보호 등을 고려해 의료분쟁조정법 등 현행법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며, 필수의료 분야에 제한적 사범부담 완화가 적용되더라도 환자단체 및 소비자단체와 충분히 소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 절차를 가져야 한다”며 “‘막무가내식’ 의료분쟁 문화를 개선하는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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