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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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사람, 특히 여성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인형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간, 특히 여성의 존엄성 훼손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017년 5월 국내 성인용품 수입업체 ‘엠에스제이엘’은 인천세관 측에 실리콘 재질의 리얼돌에 대한 수입 신고를 냈다. 그러나 인천세관 측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내리고 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엠에스제이엘은 인천세관을 상대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세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입통관 신청 물품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및 왜곡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인간의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엠에스제이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 때문에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인용품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인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면서 엠에스제이엘의 승소를 최종 판결했다.

성문화에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판례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간, 특히나 여성의 존업과 가치 훼손이라는 지적과 함께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중단시켜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 청원자가 “리얼돌은 다른 성인용품과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표현한 마네킹과 비슷한 성 기구다. 머리스타일 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 제작도 가능하다”며 “한국에서는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리얼돌은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 리얼돌의 얼굴로 사용된다며 그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느냐”고 규탄했다.

이 청원자는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은 인간이 아닌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 땄더라도 남성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하고 아무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전문 상담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함으로써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밀리코칭상담소 고남숙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인형이라 할지라도 결국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서 괜찮다는 주장은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욕구 해소가 목적이라면 굳이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인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재생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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