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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모형을 한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해 대법원이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보류한 세관을 상대로 법원이 또다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최근 리얼돌을 수입하는 A업체가 김포공항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업체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리얼돌 1개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김포공항세관에 수입신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포공항세관은 그해 2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판단해 수입통관 보류를 결정했다.

이에 A업체는 3월 관세청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관세청은 신청 후 90일의 결정기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A업체는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김포공항세관의 조치는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모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후 해외 제작 리얼돌의 상용화가 사실상 허용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A업체는 “피고는 관세법상 처분 사유도 없으며 인간과 흡사한 성 기구의 통관 허용여부에 대한 기존의 법원 판결에도 적절하지 않는 처분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성 기구는 인간의 신체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며 “성 기구 형태가 신체와 유사하거나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변해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수준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음란물과는 달리 성 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따라 은밀하게 사용되는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중으로부터 성적 혐오감을 야기할 수 있는 성 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돼 그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요구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리얼돌의 정교함을 이유로 통관 보류 조치가 적법하다는 세관 측 주장은 수용하기 어려우며,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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