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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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투데이신문 정치부】 2019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초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났지만, 실무협상은 난항을 겪으며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선거제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정치·사법개혁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후 7년 만에 다시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중반부터는 이른바 조국 정국으로 극심한 혼란이 일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조국 이슈에 매몰됐고, 조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는 패스트트랙 처리 정국을 맞아 여야의 대립각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지지층도 극심한 대립을 이어갔다. 또한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관련 논란도 진보-보수 양측의 이견 차가 컸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장외투쟁의 선봉에 섰고, 막바지에 다다른 패스트트랙 처리 정국에서는 여야가 다시 격돌하며 3년여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다시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숨 가빴던 2019년을 마무리하며 본지는 올 한해 한국 정치에서 인상 깊었던 10대 인물을 선정했다.(이하 인물명 가나다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의 ‘다름’…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진영 간의 대결이 됐다는 현실, 정치적 득실, 많은 고려 상황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봐도 젊은이들의 상처가 걸린 반대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2019년 9월 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정국이 지속되던 2019년도 국정감사에서 조 전 장관 사태와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이로 인해 일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탈당하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민주당의 포용성과 다양성, 확장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거듭났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지난 1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지난 1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쇄신 불 댕기나?…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미련 두지 맙시다. 모두 깨끗하게 물러납시다.

(2019년 11월 17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40대 3선 중진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이었다. 소장파로 분류되던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자유한국당은 재창당 수준의 거센 쇄신 요구에 직면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등을 계기로 비황계는 연일 당내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이어진 당직 인선에서 이른바 친황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 총선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 4월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병원 사거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지난 4월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병원 사거리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故 노회찬의 뒤를 잇는 역전극…정의당 여영국 의원

권영길과 노회찬으로 이어지는 진보정치 1번지, 민생정치 1번지의 자부심에 여영국의 이름을 새겨넣어주셨습니다.

(2019년 4월 3일 창원성산 보궐선거 당선 소감에서)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고 노회찬 전 의원을 창원성산으로 이끌었다. 3년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0.54%p, 504표차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그 빈자리를 채웠다. 개표 이후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줄곧 리드를 허용했지만, 개표율 99%를 넘긴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정의당은 다시 6석의 의석을 회복했고, 내년 총선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3년간 3번째 창당…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제가 한때 죽음의 계곡이라 표현했는데 그 마지막에 와 있습니다. 가장 힘든 이 죽음의 계곡 마지막 고비를 모두 살아서 건너갔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새로운보수당까지 지난 3년간 3번째 창당에 나섰다. 새누리당 탈당 이후부터 외쳐온 ‘죽음의 계곡’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 그러나 신당에서의 역할을 기대했던 안철수 전 대표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친유승민계가 중심이 된 새보수당에 대해 ‘도로 바른정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 죽음의 계곡 그 마지막 고비가 다가오고 있다.

임기 881일째를 맞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임기 881일째를 맞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밖으로 나온 잠룡…이낙연 국무총리

국민께서 갈증을 느끼시는 건 정치의 품격, 신뢰감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긴 하지만 모처럼 국민께서 저에게 신망을 보내주셨던 그런 정치의 자세를 견지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지난 2년 7개월여 간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로서 대정부질문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유려한 언변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이미지 손실 없이 차기 유력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총리를 향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힘을 실었다. 당으로 돌아온 이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또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몰린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9월 6일 오후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9월 6일 오후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온탕과 냉탕 오간 판결…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

(2019년 9월 6일 항소심 판결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후 입장문에서)

지난 2017년 장미대선 정국부터 2018년 지방선거까지 계속 이어져온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한 판결로 올 한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지난 5월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한숨 돌린 것도 잠시, 같은해 9월 항소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특유의 행정력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고 있는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은 해를 넘겨 마무리될 상고심에서 결정된다.

지난 7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 ⓒ뉴시스
지난 7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 ⓒ뉴시스

뜻밖의 비보…정두언 전 의원

욕심뿐인 세상 속에서 찢겨져 앙상한 양심만 남아도 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강한 용기로 태어나고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서로가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희망이라는 이름 앞에 강한 사랑으로 꽃피우리

(정두언 전 의원의 노래 ‘희망’ 중)

올해 7월 16일, 갑작스런 비보가 전해졌다. 3선 의원 출신의 고인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치평론가로 여러 방송에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일식집을 여는 등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MB정부의 개국공신이면서도 후에 MB저격수로 돌아선 그는 진보-보수를 떠나 수많은 동료들의 안타까움 속에 영면에 들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외에 우뚝 선 제1야당 대표…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여러분 들어오신 것, 이미 승리한 것입니다. 자유가 이깁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합니다…반드시 문재인 정권, 심판합시다. 우리가, 자유우파가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2019년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올해 초 자유한국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 삭발, 단식 농성, 집회 등 장외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뿜어냈다. 한때 집시법 해설서를 저술하기도 한 공안검사 출신의 황 대표는 투쟁가로 변신해 ‘자유결전가’를 부르며 보수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다. 한편 황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혀둔 상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예외. 뒤바뀐 여야의 공수…윤석열 검찰총장

저에게 부여된 일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충실히 할 따름입니다.

(2019년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2019년 한해 정치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검찰총장 임명 이전과 조국 정국을 거친 현재 진보-보수의 평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라는 호평과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혹평 사이에서 윤석열 검찰의 종착점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예외. 두 달의 논란과 35일의 임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2019년 10월 14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8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정치는 물론, 한국 사회를 뒤흔들며 장관에 올랐고, 35일 만에 사퇴했다. 그사이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제도화에 첫발을 뗐다.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우리 사회에 ‘공정’이라는 화두를 다시금 새기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진보-보수 지지층 각각의 결집을 이끌기도 했다. 아울러 그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검찰개혁은 이제 국회 입법의 마지막 한 발짝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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