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업계, 녹색경영 표방하는 ‘그린워싱’ 문제 주목
CU‧GS25,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는 약속 슬그머니 철회
한솥, 알록달록 크리스마스‧할로윈 용기…재활용 어려워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편하고 깨끗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식생활과 직결된 ‘도시락 용기’의 비환경성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한 도시락이 초래하는 환경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도시락 용기를 둘러싼 재활용 문제와 폐기 등 전반적 문제를 살펴본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도시락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짚어본다.

왼쪽부터 CU와 GS25가 각각 내놓은 친환경 소재 도시락 ⓒCU,GS25
왼쪽부터 CU와 GS25가 각각 내놓은 친환경 소재 도시락 ⓒCU,GS25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편의점 도시락도 이제 친환경 바람!”, “도시락 플라스틱 40% 절감해 축구장 약 580개만큼의 플라스틱 사용 줄일 것”

2년 전 편의점 ‘빅2’로 불리는 CU와 GS25는 도시락 소재인 플라스틱을 ‘친환경 소재’로 교체 추진에 나선다며 이같이 홍보했지만, 현재는 두 곳 모두 해당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친환경 소재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본도시락의 경우도 정작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아울러 한솥도시락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인 PSP 소재를 사용했다고 꾸준히 홍보해왔지만, 시즌 상품에는 재활용이 어려운 알록달록한 용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779억원 규모였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에 육박하고,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 등 메이저 외식업체의 매출까지 더해진다면 도시락 시장 규모는 곧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시락을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은 환경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눈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U‧GS25 친환경 용기교체 무산…본도시락 ‘친환경 소재’도 실효성 의문

지난 2018년 8월 초, CU는 단가가 기존 용기에 비해 20∼30% 높고 코코넛 껍질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도시락’ 용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이듬해인 2019년 상반기에는 ‘실링’ 포장 기법을 이용해 별도의 플라스틱 덮개가 필요 없는 도시락을 내놓을 방침이라며, 이로 인해 연간 사용하는 플라스틱 덮개가 30% 절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GS25도 친환경 원료인 BIO-PP(바이오PP, 폴리프로필렌에 무기물인 탈크를 혼합)로 제작된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 도시락을 내놓으며, 기존 대비 플라스틱 함량을 4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S25는 바이오PP가 기존 플라스틱 대비 분해 기간이 절반수준인데다 소각 시 유해물질 발생이 거의 없으며,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또 플라스틱을 40% 절감하게 되면 축구장 약 580개만큼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며, 2018년까지 기존 도시락의 50%를 친환경 용기로 교체하고, 다음해인 2019년까지 모든  도시락 용기를 친환경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같은 편의점업계 공약의 배경으로는 지난 2018년 4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던 사건이 지목된다. 당시 수거해가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돼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편의점 전경 ⓒ투데이신문

하지만 2020년 6월 본지 확인 결과, 현재 두 곳 모두 해당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CU와 GS25는 도시락 용기 양산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 해당 건에 대해서는 일시 중단됐다는 입장이다.

CU 관계자는 “당시 계획했던 코코넛 껍질을 활용한 소재에 유기물이 포함되다 보니 냄새가 난다던지 하는 성형 상 불편사항이 발생해 플라스틱과 무기물로만 만들고 있다”며 “해당 도시락 건은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친환경 방안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GS25 관계자도 “현재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도시락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대체 용기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 도시락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매출도 수직상승하고 있지만 편의점업계는 도시락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2년 전 중국발 쓰레기대란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면서 친환경소재 변경을 약속했었지만 이는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플라스틱 소재가 꼭 필요하지 않은 젤리 제품에도 마케팅을 위한 과대포장이 적용된 실정이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CU 도시락젤리, 세븐일레븐 참치회젤리, GS25 삼겹살젤리 ⓒ소비자 제공, 세븐일레븐

GS25는 지난 3월 3일 ‘삼겹살 젤리’를 출시하면서 실제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담는 스티로폼 용기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삼겹살의 비계와 분홍색 살코기를 고스란히 재현해 보는 재미를 살렸다는 설명이다. CU는 최근 편의점 도시락 모양과 유사하게 만든 젤리를 선보였다. 파스타, 피자, 파인애플 모양의 젤리로 구성된 양식 도시락 젤리와 달걀 프라이, 당근 모양의 젤리 등으로 구성된 한식 도시락 젤리 2종이다. 젤리를 찍어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 포크까지 포함돼 있다. 세븐일레븐도 ‘참치회 젤리’를 내놨다.

이들 제품은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용기나 고기를 담는 플라스틱 트레이와 흡사하게 만들어 시각적 마케팅 효과를 노렸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해당 용기들은 정육이나 도시락, 회의 유통과정에서는 신선도 유지 등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젤리 포장에 불필요한 트레이를 추가하고 플라스틱 포크까지 제공하는 등의 상술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본도시락은 앞서 두 편의점 브랜드가 도입했다 중단한 ‘친환경 소재’를 지난 2014년부터 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해당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용기는 폴리프로필렌(PP)에 천연 규산염을 45% 이상 첨가해 일반 플라스틱보다 빠르게 자연 분해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제품력과 안정성을 인증 받았다는 것이 본도시락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소재는 원료 추출 소재만 다를 뿐 플라스틱과 분자구조가 동일하다. 실제로 본도시락이 주장하는 주된 내용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의 경우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다”라며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는 이를 석유가 아닌 자연 원료, 즉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것이며 일반 플라스틱과 분자구조는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의 환경성 항목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의 환경성 항목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그리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받은 인증은 플라스틱의 생분해성에 대한 인증이 아닌데도 본도시락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빠르게 자연 분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성분이 섞인 플라스틱이 비교적 빠르게 분해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지난 1992년부터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대해 친환경제품 인증제도를 시행 중이다. 

본도시락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EL727 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 기준은 인증사유 7가지(자원순환성 향상, 에너지 절약, 지구 환경오염 감소, 지역 환경오염 감소, 유해물질 감소, 생활 환경오염 감소, 소음‧진동 감소) 중 지구환경오염감소, 유해물질감소 사유가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 환경표지인증을 주고 있다.

이는 전 과정 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 즉 성형원료가 화석연료로부터 제조한 원료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낮은지에 대해서와 납(Pb), 카드뮴(Cd) 수은(Hg) 등 각종 유해물질 감소에 대해 확인된 제품이기에, 소재의 생분해 용이성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본도시락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빠르게 자연 분해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소비자의 오해를 살 수 있도록 홍보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는 생분해성 및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종순 연대사업팀장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동일한 플라스틱끼리 분리배출이 돼야 하며, 생분해될 때까지 쌓아놓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소각이 되지 않고 썩기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데다 그 후에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생분해된다고 계속 만들어내면 일반 플라스틱과 구별하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버려지게 되는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생분해 인증이 되지 않은 플라스틱을 친환경으로 뭉뚱그려 홍보하는 행위 또한 기업의 눈속임으로 볼 수 있다”며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친환경소재 개발도 중요하지만 적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화려한 프린팅으로 꾸며진 한솥도시락 ⓒ소비자 블로그 캡처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화려한 프린팅으로 꾸며져 재활용이 어렵게 만들어진 한솥도시락 ⓒ소비자 블로그 캡처

‘그린워싱’ 기업 녹색경영, 실효성보다 마케팅 치중 경향   

일각에서는 이런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과 관련해 자칫 그린워싱(Green Washing)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초록색, 자연 이미지 등을 활용해 제품이 마치 친환경, 유기농 제품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솥의 도시락 소재 또한 ‘친환경 마케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0월 할로윈 시즌과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솥도시락은 알록달록한 용기를 특별 제작해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화려한 포장으로 인해 재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행보가 한솥도시락이 추구하는 ESG 경영, 즉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에 앞장선다는 경영방침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솥도시락은 우수한 식재료 사용으로 가성비 높은 도시락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환경보호를 위해 일부 용기를 펄프(종이)소재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즌 마케팅을 위해 용기에 화려한 프린팅을 함으로써 재활용이 어렵게 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일반 플라스틱소재와 마찬가지로 PSP소재의 경우에도 재활용을 염두에 둔다면 단색 용기가 가장 좋다”며 “알록달록한 무늬의 용기의 경우 현장에서 선별을 꺼리는 데다 재활용 하게 되더라도 색이 섞여 원료의 품질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해당 용기는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동판을 따로 제작해 만든 용기”라며 “올 1월부터는 PET 소재의 투명뚜껑으로 바꿨기 때문에 이벤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자사는 일반 제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이 40%에 불과한 PSP(발포폴리스타이렌수지,일명 스티로폼) 소재 용기를 사용한다고 홍보해 온 한솥이기에, 이를 일반 플라스틱 투명뚜껑으로 교체하는 것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환경적 측면에서는 만두집에서 제공되는 흰색 스티로폼 용기가 최고겠지만, 기업이 마케팅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투명 뚜껑의 경우 내용물 확인 용이성 등 고객 편의를 고려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본도시락 ‘프로에코러’ 이벤트 사진 ⓒ본도시락

본도시락의 경우 지난 2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식물과 본도시락 용기가 어우러진 ‘친환경적’ 사진을 내세워 ‘프로에코러’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첨자는 친환경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반팔 티셔츠(5명)와 본 도시락 메뉴인 ‘광양식바싹불고기 도시락’ 기프티콘(20명)을 받게 됐는데, 이와 관련 기업이 환경적 책임은 간과하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친환경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캠페인 소식에 일부 소비자는 SNS 댓글로 “플라스틱 제품 무차별적으로 찍어내면서 갑자기 에코? 일회용 도시락회사가 갑자기 에코? 양심이 있자”,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야지 왜 소비자에게 환경을 실천하라고 책임을 떠미냐”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본도시락은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잔반을 남기지 않거나, 배달음식 용기를 재활용해 음식과 관련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모습 등의 인증샷을 뽑아 경품을 증정하겠다고 했기에, 기업의 책임보다는 소비자의 실천 쪽에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GS25와 CU의 약속이 과장된 점과 결국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이다. 

GS25측은 2018년 당시 배포했던 보도자료에서 바이오PP를 기존 용기보다 플라스틱 사용량 40% 감량, 분해 기간 절반, 소각 시 검은 연기 배출 저감 등의 효과를 제시했지만 일반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PP)과 성분이 같기에 이 같은 효과는 인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GS25와 CU의 경우 친환경소재 교체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플라스틱을 어느 정도 규모로 줄일 수 있는지 구체적 수치와 목표 연도까지 제시해 놓고도 일시 중단해 결국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

이와 관련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기업 친환경마케팅 방식에 있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눈속임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특히 친환경 효과에 대해 대외적으로 마케팅을 해 홍보효과를 거둔 뒤 결과적으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