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전액보상 안하면 법적대응 등 모든 조치 취할 것”
NH투증 “선지원 방안 논의, 투자자 보호 위한 방법 총동원”

20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옵티머스 피해 투자자들이 선지급 보상안 마련에 대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20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옵티머스 피해 투자자들이 선지급 보상안 마련에 대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해라!’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령의 투자자들이 궂은 날씨 속에서도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앞에 모여 이 같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이 날 모인 50여명의 투자자들 대부분은 60~70대이며 이중엔 부모를 대신해 집회에 참석한 자녀들도 있었다. 이들은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믿고 노후자금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20일 옵티머스 펀드 사태 피해 투자자들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본격적인 단체 집회를 시작했다. 이날 거리로 나선 투자자 50여명은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측의 배상마련을 촉구했다.

집회 투자자들은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해라’, ‘금감원과 NH증권 사기판매 공범이다’, ‘판매할땐 안전자산 일터지니 나몰라라’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한 투자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연 2.8%의 수익률이었다. 우리는 공격형 투자자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70대 투자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자 A씨는 “평생 모은 5억원을 몽땅 날리게 생겨 병원에 있다가 서둘러서 나왔다”라며 투자자 피해구제를 호소했다.

투자자 대표인 권혁관 비상대책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맡긴 돈은 자녀의 결혼자금부터 노후자금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16일 NH투자증권 임원진들과의 면담을 가졌는데 전액 배상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최소한 한국투자증권의 선지급 70%결정보다 그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냐고 하니 오히려 ‘그렇게 얘기하는 근거가 뭐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NH투자증권이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운용의 펀드를 판 6개 판매사 중 설정원본 기준 4327억원(35개)으로 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운용이 공공기관 발주 건설사 매출채권에 95%이상 투자한다고 투자제안서에 적시했지만 실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부업체,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펀드간 돌려막기에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고령자인 70대 투자자가 NH투자증권앞에서 피해자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최고령자인 70대 투자자가 NH투자증권 앞에서 피해자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편 실제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이하 사모펀드 특위)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금은 70대의 노후자금이 가장 많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사모펀드 특위 자료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의 개인 투자자 판매액은 총 2404억원이며 이 중 70대 이상 노인이 투자한 돈이 697억원(29.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대 657억원(27.3%), 60대 591억원(24.6%), 40대 301억원(12.5%), 30대 98억원(4.1%), 20대 60억원(2.5%)순이었다.

NH투자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2092억원을 판매해 판매사 중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한국투자증권 279억원, 한화투자증권 19억원, 케이프투자증권 14억원을 판매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투자자들에게 조건 없는 70%선지급 보상을 결정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상장기업인 만큼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50% 선지급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50%를 선지급해도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배임문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비대위원장은 “NH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의 사기당한 돈으로 주식을 지키고, 주주배임이라는 각종 프레임을 씌워 뒤로 숨으려 한다”라며 “우리의 소중한 돈을 전액 배상하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한국투자증권 이상의 보상안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우리와의 전쟁 선포”라며 “법적대응, 시민단체 등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NH투자증권 본사를 시작으로 금융감독원,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지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오는 23일에 열릴 정기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처음과 같은 동일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 공급을 위한 선지원 방안 논의 중이며 투자자 보호 및 자산회수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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