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하루 전 날벼락 같은 환매 중단…5억원이 사라졌다
결혼 전 어머니가 만들어준 한복끈 피켓 목걸이로 엮어
투자자 중 최고령 노인…매일 2시간씩 1인 시위 이어가

지난 15일 서초동 서울고등중앙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옵티머스 피해 투자자 A씨 ⓒ투데이신문
지난 15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옵티머스 피해 투자자 A씨 ⓒ투데이신문

금융권 안팎으로 사모펀드와 관련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라임펀드 환매 중단을 시작으로 올해 6월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의 잇단 환매 중단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펀드 운용사들과 관련한 사기 정황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판매사들은 운용사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전 재산은 공중분해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사모펀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피해 투자자들은 구제받지 못한 채 금융 사기 피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사모펀드 사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피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지난 6월 17일 투자자들에게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정적이다’라며 판매된 사모펀드가 돌연 환매 연기 됐다. 이 사모펀드는 바로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낳고 있는 ‘옵티머스펀드’다.

그 날 투자자 A씨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환매중단’ 소식을 받고 주저앉았다. 딱 하루만 지나면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돈이 허공에 뿌려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2억원의 돈도 가입돼 있던 터라 불안함은 극에 달했다.

환매 연기가 된 후 금융당국이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은 손실 추정액이 약 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금융 사고다. 투자자 중 상당수가 개인투자자로, 피해규모만 2400억원대로 추산된되고 있다. 현재 운용사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판매사 또한 불완전판매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일부 판매사들이 투자금 선지급 조치를 취했지만 피해자 상당수는 원금상환 및 보상에 대해 진전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80세를 바라보는 노령의 A씨도 수많은 개인 피해 투자자 중 한명으로, 직접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그는 오늘도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와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Q.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으며 투자금은 어떻게 모은 건가.

나는 평범한 주부로 경제활동을 해본적은 없다. 아이들이 결혼한 이후에는 손주를 돌보고 살았다. 10년 전 취미로 사진을 시작해 개인전을 두 번 연 것 빼곤 대체적으로 평범하게 산 인생이다. 지난해 남편이 사망하고 남긴 재산과 친정에서 주신 유산 등 5억원을 모아 NH투자증권에 찾아가기 전까지 말이다. 이 사실을 딸은 아는데 아들은 아직 모른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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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옵티머스펀드를 가입할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나는 내가 가진 재산을 조금씩 나눠서 펀드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재테크를 해왔다. 재테크를 하다 보면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해서 투자한 것에 대해서는 손해가 나더라도 탓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대신 고위험 투자를 원하지 않아 대체적으로 안전한 곳에만 넣어 운용해 왔다.

어느 날 NH투자증권 PB가 연락을 해서는 자신이 처음 센터에 발령받아 왔는데 한번 오라고 하더라. PB를 만나서 설명을 들었던 게 옵티머스펀드였다. 당시에는 옵티머스펀드가 사모펀드라는 설명도 없었고, 오로지 ‘국공채’ 펀드이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로 리스크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사업, 교육사업에 투자한다고도 말했다.

그 설명을 듣고 안전한 펀드라고 판단해 두 번에 걸쳐 돈을 맡겼다. 지난해 10월에 3억원, 12월에 2억원 총 5억원을 투자했다.

Q. 환매 중단 소식을 듣고 당시 심정은 어땠나.

거짓말처럼 만기 바로 전날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고 나니 ‘앞으로 더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아서 주말이 지난 후 바로 가입했던 센터에 찾아갔다.

당시 센터장과 직접 만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퇴근하고 사무실 불이 다 꺼질 때까지 기다려도 만날 수 없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나더라. 그래서 다음날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피켓을 만들어서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로 갔다.

내가 피켓을 들고 오니 직원들이 나와서 ‘미안하다, 최선을 다하겠다’ 라며 사과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빨리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는 말밖에 없었다.

친정어머니가 시집오기 전 한복 끈을 손수 만들어주셨다. 그 끈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다가 피켓 목걸이로 만들었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NH투자증권에서 20년간 거래했는데 지난 세월이 참 허무해졌다.

A씨는 결혼 전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준 한복 허리끈을 잘라 피켓 목걸이를 만들었다. ⓒ투데이신문
A씨는 결혼 전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준 한복 허리끈을 잘라 피켓 목걸이를 만들었다. ⓒ투데이신문

Q. NH투자증권에서 20년간 거래한 이유가 있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NH투자증권이 규모가 커서 망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거래를 하기 시작하니 서로 신뢰가 쌓이면서 계속 돈을 맡겼다. 옵티머스펀드 외 다른 펀드들 대부분 NH투자증권과 거래했다.

내가 돈이 있고, 투자하려는 고객이었을 땐 버선발로 마중 나오더니 돈 대신 시위 피켓을 들고 찾아가니 태도가 바뀌어 마음이 아프다.

Q. 1인 시위를 하면서 건강은 괜찮나.

사실 나이가 있다 보니 건강이 좋지 않다.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이 되고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피해자 모임에서 집회를 한다고 하길래 병원에서만 있을 수 없어서 휠체어를 끌고 시위 현장에 나간 적도 있다. 지금도 먼 거리를 이동하며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와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매일 2시간씩 서있는데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러나 내 돈, 원금을 다 돌려 받을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Q. 투자자로서 옵티머스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평범하게 살아온 노인인 내가 옵티머스의 비리, 의혹 등을 어떻게 알겠나. 펀드 가입할 때도 사모펀드라는 말도 없었고, 오로지 ‘국공채’라서 안전하는 말만 강조했다. 그리고 상품 안내자료를 일일이 다 읽고 가입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저 PB말 듣고, PB가 강조하는 것만 기억했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나.

옵티머스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자 보호가 뒷전이라는 것이다. 뉴스에서도 오로지 ‘비리’에만 집중돼 있어 답답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투자자에게 판매사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며 조건 없는 선지급을 70%하고, 최근에도 20%를 추가 지급하지 않았나. 똑같은 판매사인데 한국투자증권은 하고, NH투자증권은 못하겠다고 하는데 투자자가 무슨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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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펀드 가입자에 대해 긴급 유동성 자금을 선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NH투자증권은 가입 규모 기준으로 최대 70%를 차등 지원하며, 개인 고객의 경우 3억원 이하 투자 고객에게 70%를,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에는 50%를, 10억원 이상에는 4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피해 투자자는 개인 881명, 법인 168곳으로 총 1049명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되는 금액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의 70% 유동성 자금 선지원 방안에 대해 꼼수를 부린다며 더욱 크게 반발했다. 투자자들은 NH투자증권이 투자자 보호라는 감투를 쓴 ‘무이자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투자 규모에 따라 선지원 금액이 결정되는 것과 향후 펀드 손실 회수 자금 규모에 따라 투자자가 선지원 금액보다 더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일부를 반납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A씨도 NH투자증권의 안일한 투자자 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Q. 피해 투자자 입장에서 판매사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원금을 다 돌려줘야 하는 게 맞다.

판매사가 운용사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부실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팔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소비자들이 판매사에게 찾아와 환불 요청을 했다. 그런데 판매사는 운용사를 탓하며 소비자에게 돈을 주면 ‘이사회서 반대한다, 배임이다’ 등의 말만 늘어놓는다.

시간을 끌면서 소비자들을 지치게 하더니 기껏 내놓은 게 ‘무이자 대출’이더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NH투자증권이 지금 그러고 있다.

고객에게 판매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나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NH투자증권은 노인인 내가 피켓을 드니까 경찰을 부르면서 나가라고 하더라. 고객은 안 무섭고, 시위하는 사람은 무서운가.

나는 NH투자증권의 고객이다. 내 돈이 여기에 묶여 있고 받아야 할 돈을 아직 못 받고 있어서 달라고 하는 것이다. 내 남은 여생을 누가 길 위에서 보내고 싶겠나. 여러모로 힘들다.

Q. 이번 사모펀드 사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피해 투자자 대부분이 노인층이라는 것이다. 노후대비를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 한마디 해달라.

현재 젊은이들은 불안정한 경제 속에서 오히려 소비가 더 커진 것 같다. 집값이 올라서 집을 살 생각을 포기해버리니 자동차에 더 투자하는가 하면, 해외여행도 자주 가고 외식도 많이 하지 않나.

내가 5억원이라는 돈을 모으기까지 80여년이 걸렸다. 물론 우리 남편이 열심히 수고해 번 돈과 퇴직금이 있고, 친정집에서 받은 약간의 재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나도 한평생 돈을 아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작은 집 하나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돈이 사라졌다. 

금융사를 믿었던 것과 ‘안전하다’라는 PB말만 듣고 돈을 맡긴 게 후회스럽다. 투자자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노인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판매사가 못 주겠다고 버티니 다들 지쳐 나가떨어진다. 그러니 젊은 세대들은 근검절약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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