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펀드 외 9개 이상 환매중단 사모펀드 존재
금감원, 피해규모 및 조사일정 세웠지만 공개하기 어려워
망망대해 위 ‘나머지 사모펀드’ 피해자들 관심과 보호 필요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모펀드 판매사 강력 제재 및 피해구제 촉구 청와대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계약 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모펀드 판매사 강력 제재 및 피해구제 촉구 청와대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계약 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당국은 피해규모가 적거나 주목받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고,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의 뒤에 숨어 손해배상 비율을 낮추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라임, 옵티머스펀드 외에 환매중단된 나머지 사모펀드들이 2년 가까이 진상조사는커녕 피해자 구제에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크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5대 사모펀드(라임CI, 옵티머스, 헤리티지, 디스커버리, 헬스케어)를 선정, 이들 펀드를 상반기내로 신속하게 처리한 후 환매연기된 나머지 사모펀드에 대해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대 사모펀드 환매연기 규모는 전체 환매연기 펀드 금액(6조8000억원) 중 약 2조9000억원에 달하며, 관련민원만 1787건이다.

이에 지난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펀드 판매사들에 투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으며,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투자 원금 100% 지급을 약속하면서 피해자 구제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헤리티지, 디스커버리, 헬스케어를 비롯한 나머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이 펀드 운용사가 외국에 있고, 피해자 수가 적다는 이유 등으로 사태해결 우선수위에서 밀어냈다고 입을 모은다. 

비슷한 시기에 피해 입었지만…

현재까지 환매중단된 대규모 사모펀드들은 라임CI 펀드(1조6000억원)에 이어 △젠투 펀드(1조900억원) △독일 헤리티지 펀드(5209억원) △옵티머스 펀드(4952억원) 순이다.

이밖에 △알펜루트 펀드(3679억원) △디스커버리 펀드(2500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1849억원) △더플랫폼 아시아무역금융 펀드(1755억원)가 뒤를 잇고 있으며 △UK신재생에너지 펀드(610억원) △로얄글로벌M 펀드(600억원) △아름드리 펀드(470억원) △UK루프탑 펀드(254억원) △UK VAT 펀드(208억원)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들도 다수 존재한다. 공대위와 피해자들은 향후 더 많은 사모펀드들이 환매연기 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이렇듯 라임CI를 포함한 총 13개에 이르는 사모펀드가 비슷한 시기에 환매중단 됐지만 라임, 옵티머스 펀드 외에 뚜렷한 해결국면을 맞은 사모 펀드들이 없다는 점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일각에선 라임CI와 옵티머스 펀드를 비롯한 5대 사모펀드에 대해서 여전히 판매사들의 투자금 반환 및 처벌 등이 결론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나머지 사모펀드들에 대한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그런 가운데 라임CI 펀드 다음으로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판매가 이뤄진 젠투펀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는 크지만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가 해외에 있어 손실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모펀드 사태의 중심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다. 젠투펀드는 △신한금융투자 4200억원 △삼성증권 1451억원 △한국투자증권 178억원 등에서 판매됐다.

최근 들어 금감원이 젠투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부문검사에 돌입했으나 이마저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일 젠투펀드는 오는 2022년 7월 2일로 1년 더 환매 중단 연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젠투펀드 피해자들은 금감원의 5대 사모펀드 선정 기준과 해결의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알펜루트 펀드 피해자들 역시 방치되고 있다.

알페루트 펀드는 지난해 초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펀드를 부실하게 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총 수익 스와프(TRS) 증권사들의 자금회수가 이어졌고, 결국 유동성 문제로 해당 펀드는 환매중단 됐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펜루트펀드 △한국투자증권 2972억원 △신한금융투자 △1727억원 △NH투자증권 1436억원 △미래에셋증권 1003억원 등에서 판매된 후 3679억원이 환매중단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이 포함된 사모운용사 233곳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피해자들은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고 잃어버린 자산을 하루빨리 돌려받고 싶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로열글로벌M 펀드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5월 교보증권이 설계하고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된 후 지난해 3월 환매중단된 로열글로벌M 펀드는 피해규모만 500~600억원으로 추정된다.

로열글로벌M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은 고객에게 역외펀드(외국 자산운용사가 국내서 자금을 모아 외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통해 미국 대출회사 WBL이 발행하는 미중소상공인 대출을 기초로 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안내했다.

피해자들은 신한은행이 해당 펀드에 대해 정상채권만 취급하며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해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했으나 WBL에 대한 실사 결과, WBL의 채권 145건 중 부실채권은 142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신한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 운용사인 교보증권과 판매사인 신한은행을 상대로 소송 계획을 세웠다. 

운용사인 교보증권의 경우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사 탠덤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투자자들의 자산을 회수한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진척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주요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가려져 나머지로 분류된 사모 펀드들은 대부분 환매중단 이후 피해자 구제 및 사태해결 측면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금융당국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전부라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옵티머스펀드 외 기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피해규모 및 판매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계획 등은 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및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및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길 잃은 피해자들, ‘보호’가 시급하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해결 속도가 늦어질수록 정확한 피해규모 파악과 피해자 구제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결국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라임CI 펀드 피해자 연대 이경임 간사는 “금융당국이 해당 펀드들에 대한 검사나 피해자 구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판매사 재량으로 넘기는 경우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은 더욱 불리한 조건에 놓여지게 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의하고, 결국 재산을 잃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대위 이의환 의원장은 “크고 작은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아직도 거리에 나와 시위중이다”라며 “금감원은 더 이상 조사를 미루지 말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해당 펀드들에 대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대규모 환매연기가 급증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사모펀드 환매연기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모펀드 환매연기는 총 361건이 발생했다. 이는 2018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대부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의 결과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는 등 자산운용사의 각종 의무를 모두 줄여준 바 있다. 라임자산 운용, 알펜루트자산 운용 등도 모두 2015년 규제완화 이후 결성된 펀드들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사모펀드 51개 운용사 중 지난해 8월 말 기준 환매중단 펀드 규모는 총 6조589억원으로, 앞으로도 7263억원의 펀드가 환매중단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박광온 의원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결성된 부실 사모펀드들의 만기가 현실화 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의원은 “규제 공백을 악용한 위법·불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후진적 금융시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금융당국이 라임, 옵티머스 등 거대 사모펀드에 집중하는 사이 나머지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판매사들은 기다리라고만 하고, 펀드들의 환매는 다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을 잃고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금융당국이 당초 발표한 사모펀드 감사에 대한 계획을 조속히 처리하고 나머지 펀드들에 대한 계획도 하루빨리 잡아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