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피해자 고통 가중 우려”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당국이 KB증권에 대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 투자자보호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투자손실의 60%~70%까지 손해배상할 것을 결정했다.

31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안건으로 올라온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등 3건의 피해사례에 대해 모두 KB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이 같이 조치했다. 분조위는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 내에 설치된 소비자 보호기구다.

금감원은 원칙적으로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이 가능하지만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로 손해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경우 분쟁이 장기화되고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분조위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는 총 1조6700억원의 금액이 환매 연기 됐으며 이로 인해 개인 4035명, 법인 581사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21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은 총 673건이다.

따라서 금감원은 조정제도의 취지를 살려 양 당사자가 합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KB증권이 가장 먼저 동의를 표명함에 따라 분조위를 개최하게 됐다.

분조위는 KB증권이 투자자 성향을 확인하지 않고 펀드 가입이 결정된 뒤 ‘공격 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변경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한 전액 손실을 초래한 총수익스와프(TRS)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초고위험 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TRS는 투자금의 일정배수를 차입해 운용규모를 확대하는 계약이다.

분조위는 KB증권이 TRS 제공사이자 펀드 판매사로서 상품의 출시,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인정했다. 분조위에 따르면 KB증권은 TRS한도가 모두 소진됐음에도 이 펀드에 대해서만 별도로 한도를 부여하는 등 TRS 레버리지 비율도 예외적으로 확대해 결국 전액 손실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과 관련해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자본시장법)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 적용했다. 아울러 본점 차원에서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과 초고위험성 상품 특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에 30%를 공통으로 가산했다. 또한 투자자별로 판매사의 책임 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60%에서 70%까지 정했다.

예를 들어, 고령 투자자나 계약 서류가 부실한 경우는 배상비율을 높였고, 법인 투자자나 투자경험이 있는 경우 배상비율을 차감하는 식이다. 따라서 금융투자상품을 이해하지 못했던 60대 주부나 투자를 꺼리는 고령자에게 안전하다며 지속적으로 권유한 경우는 70%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액 손실을 초래한 TRS의 경우 위험성에 대한 미설명 사례는 60%의 배상이 결정됐다.

이번 분쟁조정은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으로 배상비율 등은 재조정이 가능하다. 이후 양 당사자인 KB증권과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분쟁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