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투데이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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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2020년 국내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놓인 가시밭 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첫 출발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됨에 따라 외국인들이 떠난 우량주를 개인 투자자(이하 개미)들이 다시 매수하는 ‘동학개미운동’ 열풍 덕에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개미들의 무리한 빚투(빚내서 투자) 행진은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맞은편엔 대규모 금융사고 피해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등 각종 의혹 해소와 투자자 구제를 호소하며 밤낮으로 절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된 문제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다른 한쪽에선 은행 문을 두드리던 금융권 취준생들의 한탄이 쏟아졌다. 과거 채용비리 덕을 보고 입사한 이들이 버젓이 은행에 근무하고 있었던 반면 피해자들에 대한 후속조치는 전혀 없었다는 점은 깊은 절망감을 안겼다. 반가운 변화도 있었다. 금융당국이 꾸준히 강조하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30년 만에 금융실명제를 손질해 소비자 불편을 덜어내는 계획을 발표하는가하면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를 위해 금융사에게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업권내에서도 자체적으로 탈석탄 선언 바람이 불기도 했다. 당초 반쪽짜리 선언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와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으로 친환경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데이신문>은 2020년을 뜨겁게 달군 금융권 소식 10가지를 정리해 봤다.

 


 

지난 10월 여의도 소재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해자 구제를 외치고 있는 피해자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
지난 10월 여의도 소재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해자 구제를 외치고 있는 피해자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

서민 울린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현재진행 중

올해 금융권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태로 시작해 사모펀드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라임펀드는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됐으며 피해 규모만 1조6679억원으로 파악된다. 라임 사태는 은행들이 공모펀드인양 포장하며 서민들에게 무작위로 판매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환매 중단은 라임으로 끝나지 않았다. 올해 6월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 중단 됐으며 이 밖에도 젠투,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여러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환매 중단된 것이다. 이에 피해 투자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금융감독원조차도 사모펀드 관리 부실을 지적받으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살기 위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보험사, 초등학생 대상 수천만원 구상권 청구 논란

지난 3월 한화손해보험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소송을 취하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은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리면서 시작됐고, 다음 날 국민청원에서 약 18만명(12월 30일 기준)의 청원을 받는 등 한화손보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일파만파 퍼져갔다. 이에 한화손보는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소송을 취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손보는 지난 2014년 6월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운전 하다가 승용차와 추돌해 사망하자 A군을 상대로 약 2700만원의 구상금 변제를 요청했다. 구상권 청구 소송은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에서 음주·뺑소니 등으로 제3자의 행위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를 제3자에게 환수하는 법적 조치다. 금감원은 지난 11월 이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 소송 남용 방지 장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보험회사가 소송 무능력자인 미성년자나 경제적 취약 계층을 상대로 보험금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구상금 청구 소송 건수를 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할 의무도 만들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보이스피싱 피해자 ‘고의·중과실‘ 없으면 금융사 책임

지난 6월 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등 정부 부처가 ‘디지털 경제·금융의 신뢰기반 조성’이라는 골자로 한 ‘보이스피싱 척결 종압방안‘을 발표했다. 관계부처는 최근 스마트폰 대중화와 대포폰, 악성앱 등 통신서비스 부정사용의 증가로 디지털 신기술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금융회사·통신사업자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업무상 책임과 의무도 강화되면서 향후 보이스 피싱 피해자에게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금융사가 책임지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 ⓒ뉴시스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 ⓒ뉴시스

‘금융실명제’ 30년 만에 손질…‘비대면’ 편의성 업그레이드

올해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비대면 금융 확대를 위한 초석 마련에 힘을 쏟았다. 금융위가 1997년에 ‘금융혁신’으로 불리며 첫 등장한 금융실명제를 30여년 만에 손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11일 금융위에 따르면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술발전, 편리한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3분기 중 ‘금융분야 인증·신원확인 혁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 12월부터 저축은행의 ‘실명확인 절차 간소화 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 5월엔 DGB대구은행이 ‘비대면 실명확인 간소화 서비스’를, 6월엔 SK텔레콤에서 ‘비대면 실명 확인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라고 밝혔다. 시행되는 서비스 대부분은 ‘안면인식·블록체인 기술’등을 활용한 특례에 해당되며 향후 실명확인 절차가 간소화돼 금융이용의 접근성 및 편의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지난 2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808.60)보다 11.91%p(0.42%) 오른 2820.51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시스
지난 12월 2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808.60)보다 11.91%p(0.42%) 오른 2820.51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시스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주식열풍…‘동학개미운동’ 확대

올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엔 ‘동학개미운동’이 빠질 수 없다.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들이 손을 털고 떠난 우량주를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자 1894년 일어난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을 보는 것 같다는 데서 붙여진 신조어다. 개미들의 입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단단해졌는데, 결국 이들은 코스피 상승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개미들의 저력은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금융투자세 도입 방안 등 다수의 투자 관련 정책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반면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현재 개미들은 역대급 순매수를 펼치면서 코스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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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사건 그 후…방치된 후속 조치 

지난 201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현재까지도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분석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재판기록에 따르면, 시중 4개 은행의 경우 이미 대법원의 최종 유죄판결이 났지만 유죄에 인용된 부정 채용자 61명 중 41명이 그대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구제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은행들의 부정 채용자 근무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29명이 유죄취지에 인용됐고, 그 중 19명이 현재까지 근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은행은 24명 중 17명이, 광주은행은 5명 전원이 근무 중이고 부산은행은 지난 8월까지 근무 중이던 2명의 채용자가 자진퇴사하면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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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장 자리…기본 조건 ‘낙하산?’

올해 금융권 수장자리에 관료·정치인 출신 인물들이 잇따라 내정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관피아’, ‘정피아’ 등 낙하산 인사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한국거래소, SGI서울보증 등 금융협회와 금융 유관기관 등 5개 기관에서 관료 출신(4명)과 정치인 출신(1명)이 모두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다음 달 보험연수원장에 민병두 전 의원이 확정되면 정치인 출신 인사는 2명으로 늘어난다. 일각에선 관료 출신 수장들이 금융정책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부와의 의견 조율을 잘 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지만 금융권 내 전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가 관료들의 ‘자리 나눠먹기’로 전략하는 등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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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험금 안주고 궁지 몰린 삼성생명…금감원에 ‘중징계’ 받아

지난 12월 4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해 ‘기관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일부 임원진에는 3개월 감봉과 견책이 내려졌고, 과태료와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번 금감원의 제재안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향후 금융위가 제재안에 대해 최종 확정하고 기관경고가 이행되면 삼성생명의 신사업도 1년 동안 가동을 중단한다. 이번 제재심의 주요 쟁점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약관상에 명시된 암 입원보험금 지급 사유인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금감원은 실제로 말기 암 등 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할 경우 보험사 측에서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 역시 의료법상 병원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처럼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에 해당하는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삼성생명 제재가 확정될 경우 경영진 책임론에 따른 인사 파장은 물론 향후 신사업 진출 등 경영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뉴시스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뉴시스

금융권 탈석탄 바람…반쪽짜리 선언 비판 딛나

금융권내 탈석탄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KB금융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그룹에서는 처음으로 KB국민은행 등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어 신한금융그룹이 ‘제로 카본 드라이브’ 추진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그룹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금융그룹은 뉴딜금융지위원회를 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나금융은 탄소중립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ESG 전략을 포함한 사회가치경영과 관련한 정책 수립, 사업계획을 결의하는 등 ESG 경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난 9월 전국탈석탄네트워크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국투자증권 앞에 모여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6개 금융기관을 향해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6개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책임 투자를 선언 했음에도,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에 주관사로 나선 것을 두고 비판했다.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전액 삼척석탄화력 발전 건설에 투자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삼성을 비롯 금융권의 탈석탄 선언은 신규 계약을 안 하겠다는 의미일 뿐, 기존의 석탄발전 건설에 대한 자금집행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탈석탄 선언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탈석탄 선언을 공식화한 곳 역시 향후 신규 투자 중단의지만 드러냈을 뿐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 이재갑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 이재갑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보험 동상이몽, 보험업계 지속되는 갈등

지난 12월 23일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까지 임금 근로자뿐 아니라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취업 형태와 상관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취업자는 누구나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화물차주 등 14개 직종에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보험업계 내에서는 고용보험을 놓고 업계와 설계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고용보험 확대로 인해 업계가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결과 설계사도 30% 이상이 실직할 것으로 내다 본 반면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위원회(이하 노조)는 보험업계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보험업계의 주장과 달리 노조는 현재 대다수 설계사들이 부당 해촉, 수당 미지급, 이직 시 계약 미이관 등을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업계와 노동자 간에 ‘고용보험’의 시각 차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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