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위 결정…호실적·코로나19 영향 미쳤나

KB증권 박정림 대표 ⓒKB증권
KB증권 박정림 대표 ⓒKB증권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고됐던 KB증권 박정림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KB증권의 이번 인사 조치는 금융당국의 징계 방침과 대치되는 것으로 박 대표의 연임 배경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8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KB증권 등 계열사 10곳의 차기 대표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7곳의 계열사에는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하고, 3곳은 신임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선정된 후보들은 12월 중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KB증권 공동 수장인 박정림·김성현 현 대표이사가 재선임에 성공했다. 특히 연임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던 박 대표의 이름이 버젓이 올라온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KB증권의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는 목소리로 나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10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 3곳의 전·현직 임원 징계를 의결하고 박 대표에겐 문책경고, 김 대표에겐 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다섯단계다.

김 대표는 지난해 발생한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KB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유망 기업의 공모주를 차별 배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는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그 보다 한 단계 위인 문책경고를 받은 박 대표는 징계 확정 시 3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금융당국의 제재 확정은 계속 연기되는 변수를 맞았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처분된 징계는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달 25일 증선위에서 라임 사태 징계안에 대한 결론을 맺지 못했으며 12월 9일엔 전날 금감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기됐다. 이어진 16일 회의도 코로나19로 인해 금감원 직원 및 징계 대상자의 대면질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라임 관련 안건은 또 다시 연기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규정상 징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금융회사의 임원 연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므로 KB증권이 두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추위 관계자가 이번 이사 후보에 대해 “재임기간 중 경영성과, 중장기 경영전략 등 추진력,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변화혁신 리더십 등을 종합 검토했다“라고 밝힌 만큼 두 대표이사가 취임 후 받은 높은 성적표도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KB증권의 매출은 8조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0% 성장한 3605억원이었으며, 순이익 29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3.0%에 해당하는 성장세다.

KB증권의 호실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한 3452억원이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42% 증가한 수치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두 대표이사의 영향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에서도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호실적을 핑계로 KB증권이 금감원이 중징계 처분을 내린 임원을 연임시켰다는 점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또한 금융당국의 최종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권위가 추락했다는 점은 비판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대추위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아직 제재심 확정이 안됐으므로 후보군에 올라간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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