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제재 법적 근거 모호”…‘금감원 책임’ 주장
윤 원장 “법리적 판단으로 결정…제재 문제 없어”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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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들에게 라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증권업계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징계가 최종 확정되면 금감원과 증권사와의 법적 공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일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사 3곳에 대한 징계안을 확정했다. 이는 내부통제(부실·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내부의 자율적 감시 시스템)미흡에 따른 것으로, 현 사태에 대해 증권사 CEO가 책임을 지라는 조치다.

증권사CEO 중징계 칼바람

금감원은 KB증권 박정림 대표에게 앞서 통보한 ‘직무정지’에서 한 단계 낮춰진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어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회장(전 대신증권 대표)과 신한금융투자 김형진 전 대표, KB증권 윤경은 전 대표는 ‘직무정지’를, KB증권 김성현 대표,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전 대표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번 제재의 최종 결정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이뤄진다. 금감원의 결정대로 최종 확정되면 해당 CEO는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증권업계서는 박정림 대표가 지키고 있는 KB증권의 인사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데 KB금융지주가 통상적으로 계열사 대표에게 ‘2+1년’을 보장하는 만큼 연임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이번 징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일하게 현직 대표이사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어 경영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약 박 대표에게 내려진 ‘문책경고’가 최종 확정되면 연임은 불가하며 타 금융회사로의 재취업도 3년간 제한된다. 박 대표는 지난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박 대표는 금융업계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고 KB국민은행에서 8년 만에 두 번째 여성 부행장에 올랐고,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첫 여성 CEO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다.

한편 이번에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은 금융투자협회 나재철 회장의 남은 임기에 대한 불안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금투협은 민간 유관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2022년까지 임기를 마칠 수는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나 향후 나 회장의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나 회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대신증권은 임직원 중징계에 따른 후속 인사는 물론 반포WM센터 폐쇄를 명 받았다. 대신증권 반포WM센터는 한때 대신증권 리테일 영업점 가운데 높은 실적을 기록한 만큼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 수십명이 중징계를 받은 신한금융투자도 대거 인사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증권업계의 반발…‘CEO 중징계’ 법적 근거 모호 주장

앞서 증권업계 CEO 30여명은 지난달 27일 라임 사태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금감원에 제출 한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감원이 CEO 중징계를 내릴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부통제미흡에 따른 CEO 제재와 관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는만큼 향후 증권사들의 법적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증권업계는 현재 CEO·기관 징계를 통보 받은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들이 추가 소명외에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감독을 소홀히 하고 증권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 결정이 잘못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CEO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제15회 금융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한 금감원 윤석헌 원장은 내부통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전·현직 CEO의 중징계는 제재심의위원의 법리적으로 판단에 의한 것이라서 문제가 없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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