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수당·정착금 등 경제적 지원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자립에 도움 되지 않아”
갑자기 갖게 된 큰돈에 탕진하기 일쑤
생활 유지위한 관리·교육 필요성 대두

경제적 문제나 가정문제, 학대를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어릴 때 일이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시설의 보호 아래 정해진 대로 살아왔던 생활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하는 자립 후 삶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는 독이 돼 보호종료청소년을 빈곤으로 내몰기도 한다.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는 하나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 생활환경에 변화를 겪는 보호아동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미비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 독립’으로써의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열여덟, 맨땅에 헤딩] 시리즈를 통해 6편에 걸쳐 자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해 어려움을 겪는 보호종료청소년의 삶을 조명해 봤다. 보호종료 당사자들을 만나 남들과는 다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자립 준비와 이후 생활,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불어 전문가들을 만나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고찰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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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김태규 기자】 위탁가정 또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 홀로 생활해야 한다. 전편에서 살펴봤듯 보호아동들은 자립 전 많은 교육을 받고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하게 된다.

최근 5년간 보호종료로 자립한 청소년은 △2015년 2677명 △2016년 2703명 △2017년 2593명 △2018년 2606명 △2019년 2587명으로 해마다 2500명 이상이다.

보호종료청소년은 시설 퇴소 후 자립생활을 위해 LH 전세임대,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을 지원받는다. 지원은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으며, 이를 통해 학업을 이어가거나 취업을 준비하게 된다.

자립정착금은 보호종료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지급하는 금액으로,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500만원을 지급한다.

보호수당의 경우 정부에서 보호종료청소년에게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지난 1월부터 기존 보호종료 2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확대돼 지급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을 받으며 자립한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지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보호종료로 자립 생활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이 자립 생활 도중 겪었던 어려움과 필요에 대해 들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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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정착금 지급 방식 개선 필요”

자립 8년차인 대학생 김연희(가명)씨는 자립 전 경제적인 지원을 알아보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한다.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시설 퇴소 후 자립형 그룹홈에 거주하고 있는 최소연(가명)씨는 자립 후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최씨는 자립정착금이 자립에는 도움이 됐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자립정착금을 등록금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립정착금을 등록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자립’에 도움이 됐다고 느끼지는 못했어요. 사실상 자립에 필요한 것은 500만원 이상이기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립생활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 자립 7년차 최소연씨

보호아동 출신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아동의 멘토 역할을 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23)씨는 대부분의 보호종료청소년이 자립정착금을 대부분 학비나 주거지 마련을 위한 보증금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또 자립정착금을 사용할 곳이 없는 경우 이를 흥청망청 탕진하는 보호종료청소년도 많다고 했다.

때문에 박씨는 자립정착금의 지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번에 지급하게 되면 쉽게 탕진하는 경우가 많으니 분할 지급, 디딤씨앗통장(CDA. 아동발달지원계좌) 예치 등을 통해 이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립정착금은 주거형태를 월세로 하면 보증금,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등록금으로 사용하면 끝나는 돈이죠. 취업을 해서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LH 전세임대로 주거지를 마련한다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비싼 물건을 마구 사는 등 탕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립정착금이 보증금이나 등록금 같은 형태로 사용되는 게 아니라면 분할 지급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아요. 당사자가 필요에 따라 수령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거나 돈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디딤씨앗통장에 예치할 수 있도록 해서 방탕하게 소진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 자립 3년차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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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주거지원 있지만…금액·자격 제한에 불안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자립을 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주거지 마련이다. 이들의 주거지 마련을 위해 LH에서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으며, 실제 이를 통해 주거지를 마련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LH 주거지원을 통해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취업 후 서울로 올라오면서 LH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됐는데,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웠어요. LH 전세임대주택 지원은 금액 제한이 있어 좋은 집을 구하기는 어려워요. 수도권에서 구하기는 더욱 힘들죠. 시간이 급박해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하고 집을 구하면 나중에 어디선가 물이 새거나 곰팡이가 피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러면 이를 수리하기 위해 의도치 않은 지출이 생겨요. 그렇게 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 자립 5년차 보호종료청소년 이진우씨

LH 전세임대주택의 경우 보호종료 시점부터 5년 이내에 신청을 해야 하고, 세 번의 재계약을 할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때문에 지원이 종료되면 또다시 주거지 마련이라는 문제를 안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LH 전세임대주택으로 구했어요. 그런데 세 번의 재계약을 해도 30대가 되기 전에 지원이 끝나요. 그러면 주거지 마련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준비를 하기는 버겁죠. 직장을 구하게 되면 대출을 받아서 전셋집을 구하게 될 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월세로 전전긍긍하며 살게 되겠죠.” - 자립 3년차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때문에 최씨는 주거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지 마련인데,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출생년도 제한 등 주거지원 수혜자격에 제한이 있어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소년소녀가장 대상의 전세임대주택 제도의 월 사용료나 관리비, 에너지 비용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은 보증금 약간을 내고 이런 비용들의 부담이 아예 없는 주택을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이러한 지원제도의 자격조건에 퇴소 후 기간이나 출생년도 제한 범위가 없거나 더 넓어야 할 것 같아요. 또 임대주택 재계약 횟수 제한을 없애거나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자립 7년차 최소연씨

전북 고창 요엘원에서 사례발표를 하고 있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사진제공 = 박강빈씨
전북 고창 요엘원에서 사례발표를 하고 있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사진제공 = 박강빈씨>

자립 이후에도 관리·교육 이뤄져야

자립 후 취업을 해서 꾸준한 소득을 갖게 되면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겠지만, 학업을 이어가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경제적인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자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원대상이 한정적이어서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립수당은 지급대상이 보호종료 3년 이내로 제한돼 있어서 이용하는 청소년이 적어요. LH 주거지원을 이용하면서 자립수당과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주거를 이어간다고 해도 보호종료청소년의 정서적인 자립이 이뤄져야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자립 7년차 최소연씨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생존’은 가능할지 몰라도 ‘자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지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지원을 못 받아요. 보호종료청소년은 매년 2500명씩 나오는데 한정적인 인원에게만 지원이 되니 자립에 성공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요.” -자립 5년차 이진우씨

때문에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자립을 위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가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동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경제적 문제에만 몰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자립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소 후 기간이나 출생년도로 지원을 제한하는 것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에게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가정의 아동들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가정의 아동이 받는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설보호 없이 원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가장 부러운 점은, 취업준비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먹고 잘 수 있다는 점이예요. 또래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자립 7년차 최소연씨

“보호종료 후 대학을 가든지 취업을 하든지 경험이 없으니 실수를 하기 마련이죠. 자립정착금을 흥청망청 쓰기도 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도입기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걸 몸소 깨닫고 변화하는 시점이 있어요. 그때가 가장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지원 기한을 확대하거나, 보호종료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개발된다면 좋겠어요. 경제교육처럼 교육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고요. 교육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교육을 이수했을 때 지원금이 배부되는 형식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 자립의지를 독려할 수도 있겠죠.” - 자립 3년차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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