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3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소재 와룡공원 인근 노상주차장에서 이선균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조수석에서 번개탄이 발견됐고, 수사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시민들이 고 이선균씨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애도를 표했다. 이들의 충격과 애도는 동시에 검찰, 경찰, 언론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우선 얼핏 보면 검찰에 이선균씨의 죽음에 관한 책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전후부터 검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대규모 마약 제조 및 유통·판매 조직을 적발하거나 체포하지 못하는 등의 성과는 없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검찰의 마약 수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선균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은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인 상황이고, 대통령실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의혹을 전후한 상황에서 이선균씨의 마약 투여 의혹에 관한 언론 보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마약 투약 수사는 검경합동수사단이 담당한다.

경찰의 경우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 유포를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고 이선균씨는 조사 과정에서 마약 투여 여부를 적발하기 위한 수 차례의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론은 “정밀검사”, “판독되지 않는 마약의 존재” 등을 기사화해서 이선균씨의 마약 투여를 사실인 양 몰고 갔다. 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선균씨의 변호사가 숨지기 나흘 전 마지막 조사를 앞두고 조사의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기자들의 안전사고 문제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피의자 측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언론은 보도 윤리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이선균씨의 마약 투여 의혹은 경찰에서 조사가 들어가기 전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소위 ‘캐비닛’으로 일컬어지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한 사안을 쌓아놨다가 정권이 불리할 때 언론에 흘리고 언론이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무죄 추정의 원칙’은 무시됐고, 이선균씨가 조사를 받을 때마다 언론은 어김없이 마이크와 카메라 렌즈를 이선균씨에게 들이댔다. 심지어 이선균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국내 언론은 ‘마약 투여 혐의’라는 말을 거침없이 수식어로 붙였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라고 서술한 해외 언론과 대비되면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비공개로 이뤄진 발인 현장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것을 보도했다.

한국현대사에서 검찰, 경찰, 언론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어났을 때 검찰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고, 언론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위로 보도했다. 검찰은 무리하게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조사했고, 언론은 ‘논두렁 시계’ 의혹을 비롯해 각종 의혹을 무차별 보도했다. 그리고 봉하마을에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카메라로 포위했고 검찰 출두를 생중계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노회찬 의원은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6년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이 원외에 있을 때 강연비 명목으로 받았고, 의원이 원외에 있을 때 생계나 정치 활동을 위한 자금을 모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었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점이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였다. 무엇보다도 노회찬 의원이 과거 금품을 수수한 검사, 이른바 ‘떡값 검사’의 명단을 공개했고, 이로 인해 노회찬 의원은 검찰의 적이 됐으며, 일종의 ‘검찰의 복수극’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 보도에서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도를 넘어섰다.  언론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무시한 채 현장을 생중계하고, 사실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설들을 마구 유포했다. 일부 언론은 노회찬 의원을 태운 구급차를 쫓아가면서까지 보도했다. 이로 인해 피의사실 유포와 이에 따른 사자(死者) 명예 훼손은 물론이고, 언론 보도가 자살을 조장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너무 검찰과 언론만 비판한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4.19혁명 당시 경찰의 발포,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최루탄 조준 사격으로 인한 이한열 열사 살해를 비롯해 (성)고문, 용공 조작, 노동 운동 탄압, 강압수사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아마 경찰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례는 책 한 권 분량이 넘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현대사에서 검찰, 경찰, 언론이 직간접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한 사례는 많다. 이들이 가진 강력한 힘으로 인해 학생이나 노동자 같은 서민은 물론이고, 유명 연예인, 정치인도 이들에게 한 번 잘못 ‘찍히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들은 비판받으면 힘으로 누르고, 힘으로 눌러지지 않으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버티다가, 버티지 못하면 근본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잠시 엎드린다. 그리고 주변 상황이 변하거나 비판 여론이 잦아들면 다시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한다.

검사, 경찰관, 기자. 필자가 어린 시절 장래 희망으로 한 번쯤은 삼았던 직업들이다. 어린 시절 저 직업들을 장래희망이라고 했을 때 한 어르신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꽤 더러운 일이야.”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검사, 경찰관, 기자들이 대다수라는 것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 정치 권력과 경제적 부를 지향하는 기득권 검사, 경찰관, 기자들이 대다수의 검사, 경찰관,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선량한 검사, 경찰관, 기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그 조직 내부에 있다.

이번 회차를 작성하는 시점은 2024년 1월 2일이다. 오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테러 사건이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정당이나 정파에 상관없는 공정한 수사, 원칙과 인권 수호, 수사 역량의 발휘를 통해 일벌백계(一罰百戒)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공권력을 이용해 여당의 상대 정파나 정치인을 탄압한다는 의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언론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진실을 파헤치며 그 결과를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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