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경남제약·카카오커머스 등 미투 상품 지적받아
유사한 식자재 사용·콘셉트·디자인으로 미투 논란
카피 의혹, 이미지·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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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기존 오리지널 제품과 복제품의 기묘한 동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부터 미투상품 논란은 연이어 반복되는 등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트렌드와 더불어 영감·패러디·오마주란 이유로 일명 ‘베끼기 문화’가 업계 전반에 만연해진 상황이다.

아이디어·디자인을 도용한 가해업체와 지식재산(IP)을 피해본 피해업체간의 구분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시장에서는 카피제품이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허술한 법과 사각지대를 이용한 교묘한 카피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 KFC를 비롯해 경남제약, 카카오커머스 등 다양한 업계에서 미투상품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오리지널 제품이 복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이렇듯 미투상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오랜 과제로 남아있다.

이렇듯 투데이신문은 아직도 끊이지 않는 미투상품 논란의 현주소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업계 기업들의 상생방안과 미래 방향성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KFC의 커넬골드문버거(왼쪽) 맘스터치의 인크레더블버거(오른쪽) ⓒKFC,맘스터치
KFC의 커넬골드문버거(왼쪽) 맘스터치의 인크레더블버거(오른쪽) ⓒKFC,맘스터치

커넬골드문vs인크레더블버거, 차이점은 오직 ‘치즈 한장?’

최근 KFC가 새롭게 선보인 ‘커넬골드문버거’가 맘스터치의 기존 ‘인크레더블버거’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비슷한 구성과 맛으로 표절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FC는 지난 11월에 커넬골드문버거를 출시했다. 맘스터치의 인크레더블버거가 출시된 지 정확히 2년만이다. 해당 제품은 영화 ‘신세계’에서 언급되는 소재의 이름과 동일한 점을 응용했다. 앞서 KFC의 자사 유튜브 채널인 ‘방구석 시식회’와 패러디 티저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많은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버거의 경우 골드문을 연상시키는 계란반숙을 비롯해 통다리살 치킨패티, 슬라이스햄과 치즈, 양파와 양상추 등의 재료로 구성됐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KFC의 커넬골드문버거가 맘스터치 제품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계란의 형태(반숙·프라이)와 치즈의 유무를 제외한 모든 재료의 구성이 동일했다. 열량과 1회제공량 역시 치즈를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KFC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치킨버거 베이스의 브랜드라 재료를 조합하다보면 비슷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커넬골드문버거의 경우, 이전에 사용했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재료 위주로 조합하다보니 우연히 맘스터치 제품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제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미투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입장은 KFC 측의 설명과 달랐다.

한 소비자는 “이미 검증된 맛이기에 맛은 있었지만 인크레더블버거와 맛의 차이를 전혀 못 느꼈다”며 “조립 순서 외에는 거의 비슷해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맘스터치의 제품 콘셉트를 벤치마킹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패스트푸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또 다른 소비자는 “인크레더블버거와 비교했을 때 커넬골드문버거의 단품·세트 메뉴의 가격이 1600원 가량 비싸다”며 “광고에서 언급한 ‘버거의 신세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사이드 메뉴의 경우에도 기존 맘스터치의 케이준 감자, 내슈빌 치킨 등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외식업계에서의 미투 논란은 지난해에도 끊이지 않았다. ‘덮죽 사건’을 포함해 ‘파리바게트 감자빵 사건’ 등 다수의 미투논란이 발생해 관련 업계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어졌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A스타트업의 퓨리카뮤신(왼쪽) 경남제약의 결콜라겐&뮤신 ⓒA스타트업,경남제약
A스타트업의 퓨리카뮤신(왼쪽) 경남제약의 결콜라겐&뮤신 ⓒA스타트업,경남제약

경남제약 마케팅 파워에 답답한 스타트업

제약업계에서도 미투상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광동제약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와 같은 미투브랜드 사건에 뒤이어 경남제약 역시 미투상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2월 경남제약은 결콜라겐&뮤신을 출시하자마자 스타트업 A사의 퓨리카뮤신(먹는 콜라겐) 제품 모델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남제약 측이 ‘뮤신’이란 핵심 원료를 키워드로 한 제품 아이디어를 카피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경남제약과 한 달 이상 해당제품에 대한 ODM(주문자 개발생산)논의가 있었지만, 제품 정보 공유가 끝난 후 갑자기 프로젝트가 무산됐다”며 “중소기업의 파트너십을 가볍게 여기는 경남제약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A스타트업이 2018년도 11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할 때부터 ‘뮤신’이란 키워드를 갖고 제품개발을 위해 노력한 점을 알고 있다”며 “파트너십 논의 중에 실리만 챙기고 업무협약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는 경남제약의 사례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남제약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자칫 외관상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달팽이 원료와 콜라겐 원료 등 타사 제품과 차이점이 확연히 존재한다”며 “중도에 업무제휴를 중단한 것은 제품 원료 이외에 마케팅·광고 등 복합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허청 식품생물자원심사과의 관계자는 “새로운 식품 제조법은 언제든지 특허 등록을 통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특허로 등록되기 위한 조건으로 신규성(발명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과 진보성(과거 기술로부터 발전성이 인정되는 것) 그리고 산업상 이용가능성 모두가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먹는 제품의 경우 “쉽게 변형이 가능한 수준이며,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소재인 만큼 특허 출원이 어려워 미투상품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더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W중소기업의 블루투스 마이크(왼쪽) 카카오커머스의 무선마이크(오른쪽) ⓒW중소기업
W중소기업의 블루투스 마이크(왼쪽) 카카오커머스의 무선마이크(오른쪽) ⓒW중소기업

카카오커머스, 중소기업 제품 카피 의혹

이어 대표적인 e커머스 유통업계 중 한 곳인 카카오커머스 역시 한 중소기업의 무선마이크 제품 디자인을 카피해 플랫폼에서 자체상품(PB)으로 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양사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 W사는 “2019년 12월에 출시된 본사의 제품이 1년 뒤인 2020년 12월, 카카오커머스에 의해 유사제품으로 재출시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W사 측이 본지에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각 마이크 상단의 캐릭터 디자인, 하단의 제품설명 위치, USB 충전포트, 배터리 위치 등이 비슷했다. 또한 보조배터리의 디자인·거치대·케이스 역시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제품 하단 투명 캡의 유무와 캐릭터의 전체 모습에선 차이점이 보였다.

W사 대표는 “현재 카카오커머스 측에서 우리 회사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뒤, 판매실적이 좋은 상품들 위주로 다시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것 같다”며 “분명 누적판매량이 존재하는데 신제품으로 출시된 카카오커머스 제품이 기존 우리 회사 제품의 판매 순위보다 높은 경우가 있어 판매순위 조작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다.

카카오커머스 측은 “같은 캐릭터를 토대로 집콕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다보니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게 됐다”며 “향후 제품 기획단계 시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투브랜드, 얻는 것보단 잃는게 더 많아

한 스타트업 투자회사는 이같이 미투 논란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배경으로 논문·상세컨텐츠와 같은 지적재산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자본력 등을 꼽았다.

이러한 미투 논란은 도덕성과 관련한 비난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가 타격을 받게 되고,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컨설팅업체 옳은방향 이수덕 대표는 “협소한 관점으로 미투브랜드가 제품과 브랜드 선택의 폭을 넓혀 소비자의 후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미투브랜드 문화의 고착화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의지를 꺾는다”고 지적했다.

영산대학교 외식경영학과 한상호 교수는 “성공을 위해서는 차별성 있는 메뉴와 서비스 창출을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미투상품은 이런 노력의 결과를 빼앗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며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 타격과 함께 가맹점에게도 경제적,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미투 브랜드 근절과 관련해서는 “영국의 경우 매년 가맹본부 임원과 대표 모두 관련 협회에서 진행하는 ‘경영윤리세미나’를 이수해야한다”며 “이러한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윤리 강화 교육이 필요하며, 법적보호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현재 부정경쟁방지법(타인의 아이디어를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식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해업체의 경우 법망을 피해갈 방법이 수없이 많지만, 그럼에도 피해업체에선 스스로 촘촘한 보호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관련 업계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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