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나뚜루‧백미당, 일회용 스푼 사용 현황 살펴보니
식당선 다회용 수저 쓰는데…유독 아이스크림은 플라스틱 스푼?
하루 200개씩 소비되기도…코로나19로 느슨해진 일회용품 규제
환경단체 “철저히 소독한 다회용 숟가락 쓰는 것이 바람직”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백미당, 배스킨라빈스, 나뚜루,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SPC그룹의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4896억으로 국내 아이스크림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곧 여름이 다가오면서 아이스크림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가운데, 아이스크림에 딸려오는 플라스틱 숟가락 사용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리함에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등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아이스크림 매장의 일회용 플라스틱 스푼 사용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스푼은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견고하다.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파손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보니, 다회용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여러 번 씻어 사용해도 멀쩡하다.

실제로 아이 키우는 부모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이런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이 이유식이나 사료를 먹일 때 정말 유용하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푼의 경우 네이버쇼핑에 상호명을 검색하면 유사한 모양의 숟가락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견고하고 예쁜 플라스틱 숟가락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이라는 점이다. 

배달이나 포장 시 집에 식기가 있어 일회용 숟가락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플라스틱 스푼이 여러 개씩 딸려와 곤란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또 취식을 해야 하는 매장에서는 다회용 스푼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플라스틱 숟가락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한 번 사용하고 버리게 된다.

배스킨라빈스, 나뚜루, 백미당 3사의 스푼 관련 정책 비교 ⓒ투데이신문

일회용? 다회용? 브랜드마다 매장마다 달라

30일 본보가 배스킨라빈스와 나뚜루, 백미당 등 매장 수 기준 국내 3위권에 드는 아이스크림 매장 3곳에서의 스푼 사용을 확인한 결과, 모두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하고 있었다.

먼저 SPC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스푼을 일회용 스푼과 병행해 사용하고 있었다. 다회용 스푼을 먼저 제공하고 고객이 원하지 않을 경우 일회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배달과 포장의 경우에는 무조건 일회용 스푼이 제공된다. 다만 무인기기 주문 화면에 ‘스푼 필요 없음’ 버튼을 추가해 사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배달앱에서 아이스크림을 배달할 시에는 3사 모두 앱 내에서 스푼이 필요 없다는 의사 표시가 가능하다.

롯데제과의 나뚜루는 매장 내외에서 모두 일회용 스푼을 사용하고 있었다. 본사 차원에서 따로 다회용 스푼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매장 취식 시 일회용 스푼 사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만 배달과 포장 시 포장고객이 원하지 않을 경우 사용 유무 선택은 가능했다.

남양유업의 백미당은 다회용 스푼을 도입했었지만, 현재는 매장 내외에서 모두 일회용 스푼을 사용하고 있었다. 앞서 매장 내에서 나무로 된 다회용 스푼을 사용했던 백미당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회용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당분간 이를 중단했다. 백미당 또한 배달과 포장의 경우에는 점원이 스푼 사용 여부를 물었다.

다만 3사의 일회용 스푼 사용에 대한 기준과 관련해서는 지점별로 차이가 존재했다. 일례로 배스킨라빈스 본사에서는 매장에서 다회용 스푼을 우선으로 사용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고객에게 안내 없이 먼저 플라스틱 스푼을 제공하는 지점도 있었다.

아울러 3사 모두 직원이 플라스틱 스푼 사용 유무를 묻도록 하는 것이 지침이라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스푼을 몇 개 드리면 되냐’고 질문하는 등 기준이 모호한 곳도 있었다.  

매장별로 하루에 제공되는 플라스틱 스푼의 정확한 양을 알 수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의 증언으로 유추해 보면 많게는 하루 200개 이상 스푼이 제공되는 아이스크림 매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모 아이스크림 업체 점주는 “하루에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250개까지도 플라스틱 스푼이 나간다. 물론 매장 취식과 포장 전부 합한 숫자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끄는 여름을 목전에 둔 시점이기에, 플라스틱 스푼 사용량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정책 답보…기업 대응도 ‘미지근’ 

원칙적으로 환경부에서는 아이스크림 매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도록 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르면 법안이 개정된 2018년 8월부터 식품접객업소, 도·소매업종 등에서 일회용 수저가 포함된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 지난 2019년 11월에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마련해 올해부터는 배달용 식기류 등을 금지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환경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 스푼이 쓰이고 있는 걸까.

실제로 현재 다회용 스푼을 혼용하는 배스킨라빈스 외에도 백미당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 소재로 된 다회용 숟가락을 도입해 사용해 왔었다. 다회용 스푼이 사라지고 일회용 숟가락이 매장에 다시 등장한 이유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지자체별 실정에 맞게 운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자체가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자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새로운 지침인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사용규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규제되며, 거리두기 1.5단계에서 2.5단계까지는 다회용기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고객 요구 시 일회용품 제공을 허용한다.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에는 지자체장이 판단해 고객 요구 시 일회용품 제공을 허용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현재 4월 30일 기준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는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이기에 일회용품 규제 단계는 아니다. 

다회용기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사실상 일회용품이 허용되는 상황이기에,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일회용품 사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장 내 일회용 스푼 사용과 관련해서는 기업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위생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인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배스킨라빈스 담당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장에 스텐 스푼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위생 문제로 다회용 스푼을 원하지 않는 고객도 있어 일회용품 제공과 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미당 관계자는 “나무스푼을 도입해 제공해왔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움이 커진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스푼을 많이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중단하고 일회용 스푼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뚜루 관계자 또한 “고객들이 위생을 중시해 일회용 스푼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이 같은 플라스틱 정책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빠져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소비자 A씨는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플라스틱 스푼밖에 없으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카페의 머그컵 사용처럼 다회용 스푼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배달앱에서 스푼이 필요 없다는 표기를 할 수 있게 돼 좋아했는데 아이스크림 스푼은 꼭 2개씩 기본으로 딸려 온다”며 “플라스틱 스푼이 알록달록하니 예쁘긴 하지만, 소비자와 함께 기업 또한 친환경에 대해 좀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배스킨라빈스, 나뚜루, 백미당 아이스크림 사진 ⓒ각사 공식 인스타그램

친환경 대체도 좋지만…플라스틱 ’감량’ 주목해야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저마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핑크색 스푼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아온 배스킨라빈스의 플라스틱 저감 계획은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골자로 한다. 석유화학기업과 협력해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여러 플라스틱 제품들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개선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백미당과 나뚜루 또한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플라스틱 감량을 위한 대안과 친환경 제품 개발 등 여러 방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플라스틱 일회용 수저류 저감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환경부는 녹색연합과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와 논의를 거쳐 오는 6월 1일부터는 배달앱을 이용 시 일회용 수저와 포크·나이프는 요청해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배달앱엔 일회용 수저류가 제공되도록 기본값이 설정돼 있어, 이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가 일회용 수저류를 받으면서 불필요한 폐기물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일회용 수저류가 필요한 소비자는 반드시 ‘일회용 수저류 제공’ 란을 선택해 별도로 요청해야 한다.

이밖에도 환경부는 시민사회·업계와 협업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음식 배달 시 일회용품 제공을 제한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도 친환경 제품 개발보다는 제로웨이스트, 즉 쓰레기 줄이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지양하고 다회용품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환경에는 결국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최선인 만큼, 친환경 제품 개발보다는 소독시설을 잘 구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환경부의 정책 완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장기화되고 있어 저감 정책 또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의 해법은 결국 덜 버리는 것”이라며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이기에, 친환경 제품 개발에 치중하기 보다는 결국 다회용기로의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식당에서도 소독기를 써서 쇠로 된 수저를 제공한다”며 “일회용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소비 시스템이나 사회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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