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책임 통감...사고 수습 최선”
공법 안전성·사고대응 미흡 지적 이어져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다수의 시민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경영진들이 유족과 부상당한 사고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불법 하도급 의혹, 공법의 적절성 등 관리 부실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시공사 등 공사 관계자들의 사고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HC현산 정몽규 회장은 10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공개사과 했다.
또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DC현산 권순호 대표도 이날 오전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과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약속했다. 또 사고원인과 이에 따른 책임과 무관하게 유족과 사고자들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철거현장에서 벌어졌다. 철거하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도로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1대를 덮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에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숨졌고 8명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재개발사업은 12만6433㎡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됐다.
지난 2018년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360억원에 사업을 수주한 HDC현산이 재개발사업 시공을 맡았다. 최근까지 기존 건축물 철거작업을 진행, 이번 붕괴사고를 일으킨 건물이 사실상 마지막 철거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작업 현장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되면서 시공사인 HDC현산과 철거작업을 진행한 하도급업체들에 대한 책임 규명 요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철거 방식의 위험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철거작업은 굴삭기가 위에서 아래로 허무는 방식, 일명 탑다운 공정으로 진행됐다. 철거 대상 건물 뒤편에 폐자재 등을 쌓아 올리고 폐자재 더미에 굴삭기가 올라가 남은 구조물을 부수는 방식으로 진행, 수평 하중이 앞쪽으로 쏠리는 구조로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음 발생 등 건축물 붕괴 전조 현상이 있었음에도 도로 차량 통제 등 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붕괴 조짐이 일자 철거 작업자와 신호수들은 서둘러 현장을 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너진 건물 잔해를 막아내지 못했던 허술한 가림막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사고 당시 철거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감리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점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은 감리회사와 ‘비상주 감리’ 계약을 체결해 감리자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철거 작업 과정에 불법 재하도급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철거 작업이 HDC현산으로부터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한솔기업이 다시 재하도급 줘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철거업체 관계자가 자신의 소속을 하청업체라고만 밝히고 명확한 소속을 밝히지 않으면서 관련 의혹은 증폭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HDC현산 권순호 대표는 기자들의 재하도급 관련 질문에 “제가 알기론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가 다시 재하도급을 줄 경우 원청이 이를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기 힘든 구조임을 감안하면 철거 참여업체와 계약구조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날 권 대표는 사고 발생 시각, 현장소장이 붕괴 현장 당시 작업자들이 대피했던 시각, 철거 공사 감리자 현장 상주 유무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HDC현산은 사고 후 대책반을 꾸려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현재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다. 사고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은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HDC현산이 진행 중인 다른 건설 현장에 대한 추가 안전 점검 계획 등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철거 업체 관계자와 목격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시공사와 철거업체를 상대로 안전 수칙과 업무상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 사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시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26일에 공포된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돼 이번 참사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HDC현산 등 공사 관계자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 안전수칙 위반 등이 확인되면 사업주가 아닌 현장소장이나 안전담당 임원 등 안전보건관리자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사고로 HDC현산이 강조해 온 안전경영 의지도 무색해졌다. 올해 초 HDC현산은 지난해 협력사 포함 사망재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품질 특별캠페인 ‘스마트 제로(SMART ZERO)’ 캠패인을 진행했다.
당시 권순호 대표는 “중대재해 발생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시스템과 시설·도구 개선을 통해 원칙을 지켜나가 무재해·무결점의 현장관리에 최선을 다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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