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테러로 인해 젠더 갈등이 또다시 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GS리테일은 ‘여혐(여성혐오)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여성 누리꾼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최근 ‘여성혐오_키워낸_기업’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한 운영자는 “GS리테일은 억지 남혐 논란의 씨앗에 물과 거름을 줘 성차별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키운 현 사태에 반성하고 사죄하라”며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이에 다른 여성 누리꾼들이 동참하며 GS25 공식 인스타그램 등에서 ‘#여성혐오_키워낸_GS_사과하라’, ‘#국격_낮춘_GS_사과하라’, ‘#GS리테일_여혐기업’ 등 한 게시물에만 4000개 이상의 댓글을 달고 있는 상황이다. 

GS리테일이 공격받는 이유는 지난 5월 있었던 캠핑 홍보 포스터 사건 때문이다. 당시 일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GS25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스터 속 손 모양이 한국 남성의 특정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라고 주장하면서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들이 지적하는 엄지와 검지를 모은 ‘집게손 모양’은 무언가를 집거나 가리킬 때 쓰이는 평범한 모양이었지만, 해당 지적 이후 혐오 표현의 대명사로 낙인찍혔다.

문제가 된 것은 GS리테일 측의 대처였다. 억지 논란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음에도 불매운동 예고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가장 먼저 한 조치는 포스터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수정이었다. 그러고도 항의가 잇따르자 GS리테일은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했으며, 인스타그램에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게재했다. 내부직원에 대한 징계도 이어졌다. 마케팅 팀장은 보직 해임됐으며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도 징계를 받았다. 조윤성 사장의 편의점 사업부장 겸직을 해임하고 신임 사업부장에 오진석 부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서 사과를 받아 낸 남성 커뮤니티는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은 듯 행동하며 갖가지 손가락 모양을 찾아내 그것이 곧 ‘페미’와 ‘남혐’을 상징한다는 주장을 이어갔고 결국 증오와 혐오만 남겼다. 

최근에는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향한 남성 누리꾼들의 온라인 테러가 입길에 올랐다. 이들은 안 선수의 머리가 짧고 특정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는 한편, 금메달을 회수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 안산 선수와 양궁협회는 대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산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와 관련 GS 규탄 운동을 주도한 익명의 여성들은 성차별주의자들의 요구에 순응한 기업의 대처가 결국 젠더 갈등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GS리테일의 진정성 없는 사과가 일부 남성 누리꾼들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양쪽에서 ‘젠더 혐오’ 낙인이 찍히게 된 GS리테일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조윤성 사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지난 5월 초 “뼈를 깎는 쇄신을 해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더욱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지만 GS리테일은 전화위복 대신 쪼그라든 실적을 마주해야 했다. 

GS리테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7.7%, 24.5% 줄어든 428억원, 25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강화와 강수량 증가 등 여타 요인도 있지만 불매운동 확산의 영향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GS리테일이 맞닥뜨린 문제는 식품 위생이나 노동환경 등 비교적 정답이 명확한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사안에 대해 일부 불편한 소비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계적인 사과에 나선 것이 화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을 잠재우려 깊은 고민없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다 되려 진정성을 잃었다는 평가다. 과거 ‘남혐’ 논란에 빠졌던 여러 기업들은 취재 과정에서 자사는 혐오 행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내부 직원 징계와 사과는 곧 과거에 있었던 혐오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현재 해시태그 운동에 나선 여성들은 GS리테일 이미지 담당 디자이너의 징계 철회와 마케팅 팀장 보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성차별주의자들의 요구에 응한 대처들이 성급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기업은 소비자 없이 존재하지 못한다. 우리는 작은 리스크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오너 일가가 물러나고서야 사태가 수습된 남양유업의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그러나 논란에 대한 흐름에 편승해 당장 벌어진 사안을 덮기에만 급급한 태도 또한 분명 독이 돼 돌아온다. 이른바 ‘진정성’의 부재로 양쪽 성별 모두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GS리테일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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