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언’이냐 ‘실질적 선언’이냐
정부-미국, 종전선언 문안 협의 논의
북한 접촉 미국, 아프간 사태 만회 위해
빠르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 선언
평화협정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발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반도 종전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한반도 주변을 통해 들려오고 있다. 한미 정부가 문안 조율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단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 될지 실질적 선언이 될지는 결국 미국과 북한의 결단이 남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선언이 돼도 그것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정치적 선언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후 빠른 속도로 종전선언 논의가 우리 정부와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미 정부가 문안을 놓고 조율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종전선언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4.27판문점 선언을 통해 연내에 종전선언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동안 남북은 적대적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촉구했고,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역시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로 전향하는 뉘앙스를 보인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 지지율 50%대로 출발을 했지만 현재 30%대도 못 미치고 있다.

그 이유로 코로나19 펜대믹과 더불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외교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미국 국민들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프간 사태에서 보여줬듯이 미국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 당사자는

종전선언은 교전 당사자들이 전쟁 종료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남북미중이 만나 종전선언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남북미가 만나 종전선언하는 방안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우리 정부와 미국은 빠른 속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종전선언 문안 작성까지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종전선언을 빠르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에 하겠다는 입장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중국 정부로서도 종전선언에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막판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면 중국의 참여 없이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계산을 깔아놓았다.

문제는 북한의 참여다. 현재까지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 종전선언에 서명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종전선언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적대적 정책이라는 것이 한미연합훈련 종료, 주한미군 철수 등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을 종료할 이유도 없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이유도 없다. 이런 이유로 종전선언까지 도출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어디까지 접촉이 됐으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힌 바가 없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와 미국이 문안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을 제외한 채 문안 협의가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의 태도

핵심은 북한의 태도다. 북한의 태도가 종전선언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런 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을 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종전선언이 늦게 체결될 수도 있다.

또한 종전선언의 내용이다. 단순히 정치적 선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선언이 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등을 인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을 종전선언 문안에 녹여낼 것인지 여부도 고민을 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한다면 단순히 ‘지금부터 전쟁을 끝냈다’는 선언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군축 협약’ 등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정도가 될 것인지 여부도 고민을 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한 후에도 계속해서 군비 경쟁을 한다면 종전선언을 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을 한다면 결국 군축 협약 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곧 한미군사훈련과도 맞물려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과연 미국이 얼마나 용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도발과 같은 행위를 멈출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실질적 선언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종전선언을 위반했을 경우 어떤 식의 제재를 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이 단순히 남북미 정상이 만나 “오늘부터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또한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 될지 실질적 선언이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동안 역사적인 사례에서 종전선언을 해도 ‘정치적 선언’에 불과했고,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법적 구속력

이런 이유로 종전선언이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북한 모두 종전선언을 실천해야 할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남북관계 개선에 남북 모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종전선언을 한 후에도 적대적 관계가 된다면 종전선언을 한 의미가 없어지고, 그것은 법적 구속력을 약하게 만들고 다시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난 후 평화협정으로 곧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

즉, 종전선언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지난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미국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이유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종전선언은 비록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보다 실질적인 선언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종전선언이 이뤄지게 된다면 차기 정부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종전선언은 미래 세대의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우리와 북한이 얼마나 평화를 추구하려고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손에는 무기를 쥐고 있다면 종전선언을 해도 그 의미가 없다.

또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얼마나 잘 추진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정부는 남북 경협 사업 등을 통해 남북 관계의 개선 노력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비록 종전선언이 이뤄진다고 해도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미국은 종전선언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북한의 응답만 남았다. 과연 북한이 어떤 식으로 응답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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