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한 달 새 5개 외교장관 만나
세계사적으로 유례 찾아보기 힘들어
종전선언 앞두고 분주한 움직임 보여
문 대통령·바이든, 열차타고 평양으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 달 새 유엔 안전보상이사회 상임이사국 국가인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외교 장관을 모두 만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사국 외교 장관을 모두 만났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싸고 외교적 행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종전선언과도 맞물려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 과연 종전선언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br>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인근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 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한 달 사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외교장관들을 모두 만나는 일은 전세계 역사상 없었다.

그런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 달 새 5개 이사국 외교 장관들을 모두 만나는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무엇인가를 안보리 이사국과 논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 충분한 행보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한·프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한 안보리 이사국인 프랑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는데 역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분주한 정의용

같은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할 때 정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종전선언 등에 대해 솔직하고 시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지난 1일 영국 글레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외교장관과도 만난 정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영국의 지지와 관심을 당부했다.

이처럼 불과 한 달 새 정 장관은 안보리 5개 이사국 외교 수장을 모두 ‘대면’ 접촉을 가진 것이다.

이는 전세계사(史)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안보리 이사국 외교 장관 한 명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5개국 외교 장관을 한 달 새 모두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개 이사국 외교장관을 만난 이후 종전선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외교부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국제사회 지지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 충분하다.

다만 외교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논의를 했다고만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한 달 새 5개국 외교 장관을 연달아 만나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나눴다는 것을 외교가 안팎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북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5개국 외교 장관을 연달아 만났다는 것은 곧 종전선언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오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갖기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당근책 필요

다만 북한을 종전선언에 끌어들기 위해서는 당근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계속해서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적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정책을 폐기하는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폐기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로서 북한에게 제시할 당근책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을 발전시키지 못하도록 어떠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면서 제재 완화를 꺼내들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북한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의중이 담겨져 있다.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10개 비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나라 중 9개 나라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실상 이견이 없어야 하는 상황으로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사전 밑바닥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정 장관이 한 달 새 5개 이사국 외교 장관을 만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유엔 안보리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완전히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려져 있다면서도 대북제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이유로 5개 이사국 외교장관을 모두 만난다고 해도 미국이 비토권을 행사한다면 대북제재 완화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종전선언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도 우리와 미국만 참여하는 일방적인 종전선언이 되기 때문에 반쪽짜리 종전선언이 될 수밖에 없다.

대화의 장으로

핵심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게 당근책을 줘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핵심은 미국을 어떤 식으로 설득하느냐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확고하다.

이런 가운데 대북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국제사회와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국제사회와 북한에게 우리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종전선언 추진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와 추진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에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하게 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외교적 성과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문제에 대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외교적 무능이 드러났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하자마자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체면을 구겼다. 그것이 바이든 행정부로 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유권자들을 향해 무엇인가 결실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더욱이 미국은 현재 중국과 무역 전쟁 중이다. 전선을 확대할 필요와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전선을 축소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과 대척점을 계속 보이는 것이 미중 갈등에 있어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북한과의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결국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이라고 해도 일단 북한과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면 미국은 오롯이 중국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북한이 가장 큰 문제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해 계속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향해서 적대적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전제조건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의 접촉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 미국이 물밑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종전선언을 위한 한발짝 내딛는 작업을 현재 계속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어느날 갑작스럽게 발표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것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계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간 후 김정은을 만나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함께 종전선언에 서명을 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국제사회는 내다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