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제안 부정적 입장 보인 북한, 노림수는
문 대통령 종전선언 제안에 북한 “시기상조” 입장
미국 대북 적대정책부터 철회 요구하고 나선 북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의 효과는 언제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북한은 ‘시기상조’라면서 일단 선을 그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머쓱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북한의 의중을 잘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조건 종전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제조건’을 들고 나왔다는 점을 볼 때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단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보기좋게 거절했다.

더욱이 귀국길에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주변 당사국들이 적극적이며 북한도 대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지 몇 시간만에 북한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은 머쓱한 상황이 됐다.

美 적대정책 철회해야

리태성 부상은 “조선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없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놓여 있다”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부상은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언급, 선언적 의미의 종전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종전선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면서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우리 군의 SLBM 시험발사에 대해 비교했다.

또한 미국이 올해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과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를 선언한 것 등을 나열하면서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는 조선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문 완전 닫힌 것 아니야

이날 리 부상의 성명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보기 좋게 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직 실망하기 이르다는 반응이 많다. 리 부상의 성명에서는 ‘종전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 종전선언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대화의 끈을 아직 놓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리 부상은 종전선언에 대해 “종전선언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반응이다. 즉, 무조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 부상은 “앞으로 평화보장 체계 수립으로 나가는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언젠가는 종전선언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대화의 끈을 아예 놓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의 태도에 따라 종전선언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라면 즉흥적으로 대북 정책을 구사했을 것이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철저하게 실무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르다.

즉, 미국이 현재의 대북 정책을 갑자기 단기간에 변화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대북 압박에 대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미국에게 보내고 있다.

대북 제재 완화로 이어질까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으로서는 아직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종전선언 협상 테이블에도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일단 자신들의 체제 안정부터 시켜줘야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이다. 

이런 줄다리기가 트럼프 행정부 내내 이어졌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점은 대북 정책에 대해 좀더 유화적인 모습을 취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갑작스럽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다가도 어떤 때는 갑작스럽게 강경노선을 취하는 등 즉흥적인 면이 많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도 한편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비쳐볼 때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를 가져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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