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식량난으로 어려움 가중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경 봉쇄 착수
대중 교역량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식량 생산, 고난의 행군보다 더 급감
우리 정부 지렛대 삼아 미국과 대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1년 1개월만에 복원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돌변했다. 외신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노동신문을 통해 알렸다. 노동신문이 북한 내부용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국제사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신문이라는 점을 살펴보면 사실상 국제사회를 향해 호소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태도 바꾼 북한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은지 1년 1개월만에 복원을 한 것을 두고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북한이 또 다시 국제사회에 나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정상회담을 넘어 북미대화를 이어가며, 그것은 결국 비핵화의 길로 걸어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북한은 우리를 향해 적대적인 이빨을 드러내는 등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발언이 쏟아졌다.

그런데 1년 1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그리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현 자국 상황을 노동신문를 통해 알렸다.

김 총비서는 제7차 전국노병대회서 현 상황을 “전쟁 못지않은 시련”이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에 북한의 현 상황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이다.

즉 코로나19 사태로 1년 반 가까이 국경 문을 걸어 잠근 상황 속에서 경제난과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내부 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고자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하노이 회담까지 열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그때부터 북미 대화를 중단하고 남북대화 역시 끊어버리고 미국과 우리나라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이 뒷받침 해줬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미국과 대화를 굳이 하지 않아도 중국의 원조를 받으면서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북한은 변현한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국경선을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국경선을 봉쇄한다는 것은 중국과의 교류를 사실상 차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계속 ‘자력갱생’을 외쳤다.

하지만 식량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 주민의 불만이 쌓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 교역 급감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의 중국산 수입 규모는 약 1231만 달러(140억원)에 이른다. 앞서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지난 4월 당시 약 2875만 달러(332억원)까지 증가했다가 5월에 다시 약 271만 달러(31억원)로 급감했다.

또한 지난 6월 양국 수출입을 합한 교역 총액은 1413만달러 우리 돈으로 161억원에 불과했다. 2019년 6월 양국 교역총액이 2억 2663만달러 우리 돈 2617억원의 6%에 불과하다. 그만큼 양국이 교역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의 농작물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 서비스가 공개한 ‘4월 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올가을 쌀 생산량은 도정 후 기준 136만톤에 그쳤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중후반 쌀 생산량이 150만톤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고난의 행군보다 더 큰 시련이 되는 셈이다.

북한으로서도 더 이상 국경을 봉쇄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국경을 열고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 혹은 백신이 필요하다.

중국을 통해 치료제나 백신을 구할 수도 있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백신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과연 김 위원장이 중국 백신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북한으로서도 백신 및 치료제 그리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 지렛대로 미국과 대화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 치료제나 백신 더 나아가 식량 원조를 받을 수 있다. 그러자면 우리 정부와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즉, 우리 정부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남북 대화를 이끌어가고 북미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찬성을 표한 것이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정부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더욱이 8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모더나 백신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은 북한으로서도 매력적인 뉴스가 된다.

미국의 승인만 떨어진다면 북한은 모더나 백신을 우리를 통해 공급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도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남북정상회담’이 되는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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