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화 위해서는 우리나라 거쳐야
북미대화 앞서 남북대화 중요 공감대 형성
비핵화 테이블 위해 남북대화가 먼저라는
구체적 내용 없이 립서비스라는 비판도
임기 남지 않은 文 정부, 대화 쉽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한미정상회담이 끝났다. 한미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면서 남북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조건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북미 대화를 하려면 일단 남북대화부터 먼저 하라는 이야기다. 북한으로서는 우리나라와 먼저 대화를 한 후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의 핵심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회담’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나라에게 대북 대화의 주도권을 미국이 줬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게도 익숙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했다. 이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성 김 특별대표를 임명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스티브 비건 전 대표 퇴임 이후 공석이 된 특별대표에 성 김을 임명했다는 것은 북한에게 “우리는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부 부상과 함께 합의문 초안을 작성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이 포함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하겠다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번 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이 들어갔다. 즉,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는데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남북 관계 진전을 촉진해 북미 대화와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을 바이든 행정부가 지지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진전이 없었는데 그동안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언급했지만 직접적인 북미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북미 대화 이전에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중간자 역할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북미대화에는 신중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북한이 북핵 문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무언가 약속을 한다면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흥적이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실무회담을 거친 후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를 통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여러모로 남북 대화가 선행돼야 북미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이 이에 대해 반응을 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이 판문점선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올리는 만무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판문점선언의 주요 내용인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에 나설만한 의지를 갖지 못하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실질적인 내용 없어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하게 되면 북미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서는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제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을텐데 그러한 언급이 없었다. 또한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를 이번에 다루면서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평가도 있다.

즉, 남북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에 나서겠냐는 이야기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정권이 바뀌게 되면 그때가서 대화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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