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대선과 구보수의 대선은 다른 성격
전당대회 통해 이준석 돌풍, 신보수의 등장
위협받은 구보수, 새로운 돌파구는 윤석열
윤석열의 구보수 vs 이준석의 신보수 대결로
당 대표 파업 장기화, 국민의힘에게는 치명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방문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잠행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물론 지방을 다닐 때마다 흔적은 남겨두면서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작심한 듯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쏟아냈을 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JTBC에 화상인터뷰까지 했다. 이 대표의 지방 투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러 가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으면 이 대표가 쉽게 올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의 모든 것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출발했다.

국민의힘은 크게 세 부류의 집단이 있다. 하나는 기존에 존재했던 세력, 그리고 최근 입당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장성민 전 의원,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등 민주당 계열 세력, 그리고 이준석 대표로 대변되는 2030세대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존 세력을 구보수로 칭하고, 이 대표로 대변되는 2030세대를 신보수로 칭한다.

구보수는 이념편향적인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고, 국민의힘의 기득권이 됐다. 2030세대는 이념은 약한 대신 실용주의적이면서도 젠더 이슈에 민감한 집단이다. 다시 말하면 2030세대는 젠더 이슈로 인해 보수화가 진행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구보수와는 가치지향점이 다르다. 구보수는 ‘보수의 깃발 아래 모이자’라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지만 2030세대는 보수의 가치를 굳이 지켜야 하나는 생각을 하지만 젠더 이슈만큼은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바람을 일으키면서 2030세대의 입당 러시가 이뤄졌다. 이것은 구보수에게는 위기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쇄신론을 꺼내 든다면 구보수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목도해야 하는 구보수로서는 새로운 희망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선 경선으로 표출됐다.

대선 경선에는 여러 후보들이 출마를 했다. 구보수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윤석열 대선 후보였다. 윤 후보가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구보수 인사들은 끊임없이 윤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고, 윤 후보는 그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당을 했다.

신보수란

윤 후보가 입당했을 당시부터 이 대표는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다. 입당 당일 입당 소식을 차 안에서 들은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기 전에 차 안에서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윤 후보 측은 계속해서 이 대표를 패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은 점점 커져갔다.

그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것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불발과 이수정 교수의 영입이다. 이 과정은 이 대표로서는 단순히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선을 어떻게 치르느냐는 전략의 문제였다.

구보수로 둘러싸인 윤 후보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이 대표는 판단했다. 윤 후보 주변에 있는 구보수를 일정부분 제거를 하고, 신보수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2030세대가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0대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50대는 비등한 모습을 보인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윤 후보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세력은 2030세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걸맞은 이슈 즉 젠더 이슈로 선거전을 치러야 한다고 이 대표는 생각했다.

그런데 윤 후보에 현재 둘러싸여진 세력은 구보수이다. 구보수는 젠더 이슈 입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이슈이다. 이수정 교수가 영입됐을 때 이 대표는 반대했지만 구보수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보수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한 기득권 세력인 셈이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야’라는 식으로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2030세대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이 대표에게 감싸기 시작했다.

구보수는 물러나라

이 대표 스스로가 2030세대의 돌풍에 힘입어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했듯이 이번 대선도 2030세대의 돌풍에 힘입어 윤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대위를 구성할 때 구보수가 뒤로 물러나고 신보수가 전면에 배치돼야 한다고 이 대표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구보수에게는 위기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오고, 이 대표가 선대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면 결국 쇄신 바람이 불게 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보수 입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며, 이 대표가 선대위에서의 권한이 많아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도래했다.

이런 이유로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이 계속해서 몽니를 부리면 함께 할 수 없다면서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고, 이 대표를 향해서는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모욕적인 언사가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누구냐에 대해 실명이 몇몇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정치권에서는 결국 윤핵관은 구보수 자체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보수의 등장이 껄끄러운 그들이 바로 윤핵관이다.

구보수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다음 총선에서 자신도 여전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이 대표가 선대위에서 아예 손을 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장하고 이 대표가 선대위에 개입을 하는 순간 자신들은 쇄신의 바람 속에서 흩날리는 모래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윤핵관이 돼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

결국 이 대표는 그들의 공격에 분노를 느끼면서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당무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 사유는 권성동 사무총장이 임명된 후 보고를 딱 1번 받아봤다는 것이다. 즉, 구보수가 대놓고 이 대표를 패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표가 원하는 것은 결국 구보수 인사들 중 몇몇은 뒤로 물러나고 선대위를 새로 짜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이 윤핵관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윤 후보의 정치적 태생이 구보수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구보수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윤 후보가 당심에서는 승리했지만 민심 즉 국민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의원에게 밀렸다.

이런 이유로 윤 후보는 구보수에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요구하는 구보수의 핵심 인사 몇몇을 날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러 가겠다는 의사를 지난 2일 밤 보였지만 빈손으로 이 대표를 만날 경우 문전박대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표로서는 신보수에 대한 입지를 넓혀주지 않는다면 선대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언제 서울로 복귀하는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것은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구보수가 둘러싸고 있는 선대위를 깨지 않고서는 올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신보수의 입지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넓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벌써부터 이 대표를 끌어 내려야 한다는 탄핵 글이 당원 게시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 집회까지 지난 2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렸다.

당내에서는 현재 친이준석파와 반이준석파로 나뉘어서 이 대표를 동정하는 여론과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할 수 있냐면서 강경파로 나뉘고 있다.

윤 후보 역시 현재 곤란한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와 현재 지지율이 골든크로스 현상으로 직면해 있다. 장기화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현재 윤 후보는 3일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내려간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다고 해도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과연 조만간 서울로 올라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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