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거·부채·출산 등 청년 삶 전반에 걸쳐 문제
사회 속 격차, 불평등·차별·배제로 또 다른 격차 낳아
한국 사회 불평등 재생산 구조 타파할 청년기본법
정책 한계 넘어 청년층 자립과 능동적 삶 위해 탄생

청년을 부르는 또 다른 말 청춘(靑春). 푸를 청(靑), 봄 춘(春)자를 써 ‘만물이 푸른 봄철’을 뜻하는 청춘은 이제 더 이상 쪽빛이 아닌 잿빛이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계층화로 한국 청년의 미래는 더욱 더 어둡기만 하다. 청년만을 위한 유일무이한 법, ‘청년기본법’이 지난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청년들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청년기본법의 탄생 배경부터 내용, 지난 1년여 동안 청년기본법에 의거한 정책들의 추진 및 해결사항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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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강지혜 기자】 2010년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실패와 불안함은 20대 젊은층만 향유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라는 김 교수의 설명은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불투명한 미래에 희망을 줬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 청춘은 아픔, 고통 그 자체가 돼버렸다. ‘헬조선’에서는 ‘노오력’만으로 절대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수저론’까지 탄생시켰다. 이제 청년이 세상을 향해 고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목소리가 모여 ‘청년기본법’이 탄생했다. 더이상 청년문제는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현재 청년이 처한 현실을 통해 청년기본법의 제정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청년, 그들은 누구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년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다. 보통은 청년을 연령으로 단순하게 구분해 젊은 성인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법률이나 조례에서도 연령을 기준으로 청년을 규정하고 있다. 청년기본법에서는 19~34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는 14~29세, 조세특례제한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은 15~29세,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은 15~34세,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39세 등으로 청년을 규정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상 청년 연령을 서울, 울산, 세종, 경기는 15~29세(단, 적용 조례에 따라 연령 범위 확장), 부산, 인천, 강원, 충남은 18~34세, 대구, 광주, 대전은 19~39세, 충북, 경북은 15~39세, 전북, 전남은 18~39세, 경남, 제주는 19~34세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개념으로 보면 청년은 단순히 나이로 구분해 20대나 30대를 지칭하는 게 아닌 반독립적, 반의존적 특성을 지닌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청년은 생애 최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행기에 놓여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된 경기침체는 청년의 홀로서기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다보니 졸업 후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과정은 과거 세대만의 전유물로 남았다.

그간 청년은 88만원 세대, N포세대, 영끌족 등 수많은 수식어로 불려왔다. 과연 현재 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방안연구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층 인구수는 1089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1.0%다. 청년 인구는 2011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19~34세 청년층은 2019년 대비 2020년 11만여명이 감소했는데 저출산 심화에 따른 저연령층 인구감소로 분석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2065년에는 해당 연령의 인구는 절반 이하인 496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34세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9년 69.1%로 나타났다. 그중 청년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72.9%로 15세 이상 전체 남성(73.5%)보다 0.6%p 낮았다. 해당 연령의 고용률은 64.2%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7.1%로 집계됐으며 이는 15세 이상 전체 연령의 평균 실업률 3.8%보다 3.3% 높은 수치다. 20~39세 비정규직 근로자 수의 비율은 2019년 기준 30.5%로 나타났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2019년 월임금 총액은 222만원으로 전체 연령층 314만원 보다 92만원 적다. 부채 규모는 2017년 29세 이하 가구주 기준으로 2393만원으로 나타났다.

20~34세 청년 가구주의 1인 가구 비율은 2019년 기준 59.6%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비율(30.2%)와 비교해 볼 때 2배 가량 높다. 20~24세 청년 가구주의 1인 가구 비율은 83.1%로 전체 대비 52.9%p가 높았다. 이는 가족규모의 지속적 축소에 따른 영향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9년 기준으로 초혼연령은 남성은 33.4세, 여성은 30.6세로 나타났다. 성별과 관계없이 2000년 이후 평균 초혼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약 2~3세 가량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34세 모(母)의 출산 연령별 출생아 수는 20만명으로, 2000년 58만9000명 대비 34.0% 감소했다. 모의 출산 연령은 2000년 29.0세였던데 비해 2019년 33.0세로 증가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의 진학률은 2000년대 들어 99%이상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등학교에서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률은 통계 기준이 변경된 2011년 이래로 꾸준히 감소해 2016년 이후에는 60% 진학률을 보이다 2019년 다시 70%로 집계됐다.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거나 현재 다니고 있는 청년 중 졸업 유예 경험 비율은 8.7%, 졸업 필요 요건 미이수 경험은 4.6%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졸업연령대인 25~29세 졸업유예 경험은 12.2%, 졸업 필요 요건 미이수 경험은 6.2%로 타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졸업 유예 또는 졸업 필요 요건 미이수 경험이 있는 청년은 그 이유로 ‘취업 준비를 위해서(47.2%)’라고 답변을 가장 많이 내놨다. 이어 ‘졸업을 해도 취업이 안 될 것 같아서(20.2)’,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서(15.0%)’ 등 순으로 나타났다.

15~20세 가운데 일이나 교육, 훈련 등을 받지 않는 청년 니트(NEET)는 2019년 기준 19.9%이며,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2019년 기준으로 35~39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처럼 청년은 생애주기 중 고용, 주거, 부채, 출산 등 전반에 걸쳐 시급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연구내용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7개 시‧도 만 18~34세 일반가구에 거주하는 청년 3500명 내외를 대상으로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 조사구를 표본 추출툴로 활용, 가구단위 개별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한 얻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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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격차에 출구없는 청춘들

더 나아가 청년 세대 내부만을 비교해 살펴보면 더 깊은 격차와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5일 열린 ‘2020 한국청년을 말하다’ 3차 포럼에서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조은주 사무국장은 청년층의 “일상화된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주 국장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경쟁력이 되는 세습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로부터 자산과 소득을 이전받은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은 출발선 자체가 애초부터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행기를 지나 장년, 노년의 불평등과 빈곤문제로 이어진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서강대 이철승 교수의 ‘세대간 자산불평등의 형성과 이전, 1990~2016’ 연구에서 2010년 이후 30~40대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으로 인해 귀속임대 소득이 증가한 점을 들었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의 조사 결과 청년들이 행복조건을 ‘직업·직장’보다 ‘재산·경쟁력’을 1순위로 꼽은 것도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조 국장은 “격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비정상의 세계에서 생존전략은 로또당첨, 주식대박과 같은 벼락부자를 꿈꾸며 견디거나, 헬조선을 떠나 다른 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가거나 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 밖에는 다른 출구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사회의 공여자로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존중이 있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고졸인지, 대졸인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동등하게 일을 하고도, 심지어 성과를 잘 내더라도 보이지 않는 신분제에 가로막히기 십상이다”라며 일상에 만연한 격차를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안)」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안)’

불평등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다

이렇듯 사회 속 격차는 불평등, 차별, 배제를 낳고 이는 또 다른 격차를 낳게 된다. 이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재생산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9년 2월 발표한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성장과정에서 나타난 노동·소득·교육·자산의 격차는 상호작용을 통해 불평등을 재생산,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시장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 교육 불평등을 낳고 이는 다시 노동시장 불평등을 낳고, 자산 불평등은 소득과 교육 부문의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정봉 전 연구위원은 ‘이행기 관점 청년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청년정책’ 연구를 통해 “자산-소득-교육 영역의 불평등은 상호작용하고 그 결과는 노동시장 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각 영역의 불평등이 커지는 사회 구조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동시에 청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전 연구위원은 “청년문제를 다루는 많은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청년이 겪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불평등과 사회 격차를 지적하고 있다”며 “현재의 청년은 다차원적 불평등을 경험하고 기존의 불평등 구조와 맞물리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은 약화된 사회이동성과 증폭된 사회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심각하고 복잡한 청년문제는 정책만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한계가 분명한 만큼 청년기본법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다.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는 신보라 전 의원은 “청년기본법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가의 체계적 종합적 대응을 명시한 최초의 법률로 청년들의 자립과 능동적 삶을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전 의원은 “지금도 청년들의 고통이 삶 전반에 걸쳐 가중되면서 일자리, 빚, 자살률, 취업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는 국가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정책위원회와 시도단위 전담지원조직이 구축, 운영되고 있는 만큼, 청년기본법이 청년들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청춘은 아픔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청년기본법이 청년들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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