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략 위한 마케팅부터 이색 보험상품 출시 봇물
보험업계 강타한 ‘코로나19·비대면·1인 가구 증가’ 영향
전문가, 미니보험 세계적 트렌드…적극적인 상품 개발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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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최근 대다수 기업들의 관심사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분야와 세대를 막론하고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는 MZ세대. 남다른 개성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이제는 소비의 주체가 됐다. MZ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하는 건 당연지사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신한라이프와 흥국화재는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일찌감치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신한라이프의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 가상 캐릭터 ‘로지’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과 스타일을 내세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신한라이프가 유튜브를 통해 로지가 출연한 캠페인 영상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 편을 공개하자 20여일 만에 누적 조회 수 1000만회를 넘어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MZ세대 공략을 위한 보험사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마케팅은 광고뿐만 아니라 보험 상품으로까지 뻗어나가는 추세다. 보험업계는 현재 MZ세대 취향에 맞는 보험상품의 다양화를 꿈꾸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소비자들의 생활 속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틈새보험’ 즉 ‘미니보험’이다.

이 보험상품들은 조금 더 남다르고 색다르며, 간편하고 간단한 보험 이미지를 지향한다. 금융권 역시 저성장을 지속해 온 보험업계가 미니보험 시장 확대를 통해 미래 세대 공략과, 성장 돌파구 발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 짧은 기간, 필요한 보장만 ‘쏙’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원의 ‘미니보험 상품의 개요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니보험은 보험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상품을 일컫는다. 이는 보험업계가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신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소비자 니즈와 규제 환경이 변화되면서 등장했다.

미니보험은 전통적인 보험 상품처럼 모든 암이나 질병 등을 보장하지 않고 소액으로 특정 질환만을 단기간에 보장하는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월 1만원 수준의 보험료로 레저활동 시 발생하는 배상 책임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끈다. 특히 보험기간이 일회성이거나 1~2년으로 짧기 때문에 소비자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미니보험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미니보험이 보험 가입 자체를 지양하고,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게 ‘가성비’를 제공, 시장 활성화의 새 연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소비자가 직접 특정 보장내역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고, 합리적인 보험료로 인해 2030세대의 보험 진입장벽을 완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1인 가구 증가가 미니보험의 인기를 견인했고, 앞으로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생명보험협회(이하 생보협회)는 지난 6월 미니보험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1인 가구는 기존의 전통적인 보험상품보다 자신이 직접 보장받아야 하는 의료비나 간병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니보험이야말로 이러한 1인 가구의 니즈에 최적화됐다고 덧붙였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인 가구는 약 614만 가구로, 전체 2034만 가구 중 30.2%에 해당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현재 암보험, 질병·상해보험, 어린이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온라인 미니보험들을 개발·판매하는 등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니보험의주요 형태는 소비자가 선택한 암 보장, 스마트폰 사용 관련 질환, 취미·레저활동 관련 상해보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관련 상품 등이다. 

손보사들 역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부터 다양한 취미활동을 영위하는 소비자를 위해 취미생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보장하는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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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맞춤 보험 출시 봇물…보험사들 너도나도 ‘미니’

삼성생명의 미니보험은 기존의 암보험을 축소한 ‘미니 암보험 2.0’이 대표적이다. 해당 상품은 CM(사이버마케팅)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암을 1종과 2종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1종은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암 등 주요 암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하고, 2종의 경우 3대 암(위암·간암·폐암)을 집중 보장한다.

흥국생명은 건강보험 1종과 어린이보험 3종 등 총 네 종류의 온라인 미니보험을 판매하며 미니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들숨날숨 건강보험’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요소를 보장을 내세우며 소비자 니즈 공략에 나섰다. 이 밖에 ‘헬린이 보장보험’을 통해 스포츠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부상 치료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KDB생명은 MZ세대부터 그 이하 세대까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과 관련한 질환을 중점적으로 보장하는 스마트폰 질환 보장보험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VDT증후군(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오랫동안 하면서 생기는 눈의 피로, 어깨·목 통증 등의 증상)으로 수술을 할 경우 1회당 20만원을 보장한다.

손해보험업계도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긴 마찬가지다. 삼성화재의 경우 골프 중 배상 책임, 골절 수술비, 자동차 사고 벌금,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등을 보장하는 ‘골프플랜’을 선보였다. 하나손보의 경우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를 보장하는 ‘자녀생활보험’을 출시했으며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 피해 예방을 보장하는 ‘사이버금융범죄보험’을 내놨다.

에이스손해보험은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다양한 미니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착안해 ‘처브원데이 레저보험(등산플랜)’과 ‘처브 국내여행 차박보험’을 출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처브 펫밀리보험’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일상도 즐길 수 있는 상품도 내놓았다.

캐롯손보도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보험 가입 시기를 놓친 소비자를 위해 ‘폰케어 액정안심&도난분실보험’을 출시하는가 하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를 보장하는 ‘펫 산책보험’을 내놨다. 이 밖에도 축구·등산·낚시 등 취미활동을 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레저상해보험’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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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정보 수집 위한 미끼 상품’ 오명 여전

이 같은 미니보험 시장 확대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소비자들이 당장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보장금액과 보험료 갱신 등 주의할 점을 놓칠 수 있어 주의도 당부된다.

한 생명보험사 설계사는 “미니보험이 단기간에 소액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면서도 “다만 건강 관련 미니보험 특성상 보장 범위가 좁기 때문에 해당 보험만 준비한다면 질병 발생 시 리스크 우려가 있으니 보장내용이나 갱신 여부를 고려해 가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미니보험의 시장성 및 편의성 이면에는 보험사의 ‘미끼상품’이라는 오명도 존재한다. 일각에서 미니보험이 저가 상품인데다가 판매 수수료가 적어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 MZ세대를 주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보험사들의 전략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삼성생명이 미니 암보험을 판매할 당시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2종 암보험에 대해 공짜 이벤트를 펼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다수의 2030소비자들이 삼성생명의 이벤트를 통해 1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가입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수익이 크게 창출되지 않는 구조의 미니보험을 가입시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8월 금융당국 또한 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미니보험 가입을 유도해 개인 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하며 부작용 우려가 확산되자 다수의 보험사가 경쟁적으로 미니보험 형태의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해당 보험을 소액단기·무료보험임을 강조해 가입을 유도했고, 이 때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 또는 제휴업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제휴업체는 무료가입을 조건으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예측하지 못한 광고·마케팅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상품 가치 인정받으려면 세분화된 니즈 파악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이 세분화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보험업계의 저성장 기조 돌파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연구원 류성경 연구원의 ‘일본 보험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전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소액단기 보험상품 출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국내 보험회사들은 종신보험이나 초보험 등 하나의 상품에서 거대한 보장을 감당하는 종합형 보험상품을 선호해왔다.

이는 고객이 직면한 다양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고객이 직면한 리스크의 종류나 크기가 달라질 경우에는 소비자의 효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류 연구원은 “최근 고객의 니즈는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됐는데, 이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의미한다”라며 “(보험사들이) 니즈를 파악했다 하더라도 이를 상품개발로 연결하려면 요율 산정을 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는 고객의 니즈를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파악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 차원에서 고객의 니즈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개발로 이어갈 수 있는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곧 ‘리스크의 소형화’를 의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미니보험은 기존 보험회사와 신규참여 보험회사 등이 전문 보험회사로 진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도 나왔다.

보험연구원 김석영 연구원은 “보험사가 (미니보험을) 적극 개발 및 판매를 통해 특정 위험에 대한 전문회사 이미지 구축이 가능하다”라며 “미니보험은 IT기술 등과 결합해 쉽고 간편하게 필요한 위험만을 보장하는 전문 보험사의 출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니보험이 활성화되려면 가입 절차 간소화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가입 절차가 복잡하면 소비자들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니보험의 경우 필요한 것만을 보장하는 간편한 보험상품이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신속한 보험 가입이 필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원 또한 “미니보험은 해외에서도 트렌드”라며 “기존의 전통 보험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먼저 공급을 한 후 수요가 발생했지만 미니보험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환경 변화와 위험에 대한 대처 필요성을 느끼면서 수요가 발생했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그런 부분들에 집중하고 공급하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 시장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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