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장관 “중대재해처벌법상 철저히 책임 규명”
사고 원인으로 지반 약화‧허술한 안전의식 등 꼽혀
삼표그룹 “안전보건기준 규정 따르고 있다” 강조

지난 1일 경기 양주시 은현명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금속탐기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뉴시스
지난 1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사진=소방청 제공)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는 지반 약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안전조치를 한층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이 해당 붕괴사고에 대한 수사를 맡아 수사전담반을 편성, 위법 내지는 부실관리 정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 은현면에 위치한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선 지난달 29일 소방당국 추정 30만㎥의 토사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노동자 3명이 매몰됐으며 결국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일어난 당일 근로감독관 8명을 현장에 출동시켜 관련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재해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날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했으며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작업장에서 2차례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지난해 6월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서 석재가 떨어지는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이어 9월에는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에서 덤프트럭에 작업자가 치여 숨진 적이 있다. 고용노동부 안경덕 장관은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체에서 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해 참담하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발방지대책 수립 의무 등에 대해 철저히 책임 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번째로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만큼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책임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삼표산업은 사고 당일 이종신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재발방지에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해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까지 처벌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으로 삼표그룹 최고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도 지난해 3차례의 사고로 3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라며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산업안전보건법 471건 위반 혐의가 밝혀졌지만 4억3000만원의 과태료와 안전관리자 1명 입건으로 모든 책임을 면했다. 이러한 전례가 지금 기업살인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 ⓒ뉴시스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 ⓒ뉴시스

이번 사고 원인으로는 지반 약화와 허술한 안전 의식이 꼽히고 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현장 사진을 보면 무너진 곳은 풍화토나 토사 등이 섞인 것으로 추정된다. 발파작업 등을 하기 전에 지질조사를 하고 지질이 불안정하면 보완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사전조사와 작업계획서 작성을 하도록 돼 있는데 사전조사에 지질조사가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당 채석장은 198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30여년 동안 석재를 채취한 것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천공과 발파작업의 진동이 인근 지질을 흔들면서 붕괴가 되기 쉬운 조건이 됐을 것이다”라면서 “너무 무감각하게 ‘별 문제 없겠지’하고 작업하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라 본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지난 3일 “노동자들은 채석장, 석산에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라며 “석산에서 채굴을 마치면 원상태로 복구를 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실어온 흙을 허술하게 쌓아놓기만 하고 있다”고 사정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현장뿐만 아니라 대다수 석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2004년 산지관리법이 개정되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림청으로 채석허가권이 이전됐다. 그러나 산림청은 지질조사 등 안전에 필요한 사안들까지 감독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채석장은 2012년 채석단지로 지정됐고 2019년에는 면적을 확대하는 사업변경이 있었다. 이 때 채석 허가도 연장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채석 허가를 연장할 때엔 채석 경제성 평가로 해당지역의 경제성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 때 시추조사를 한다. 그러나 산지관리법상 지질조사 개념은 없다”고 부연했다.

지역주민들도 해당 채석장에 대해 오랜 기간 민원을 제기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시 산림민원팀 관계자는 “이 작업장은 기본적으로 발파 등으로 인한 진동, 균열, 소음 민원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채석장은 사업계획이 바뀔 때마다 변경신고를 하는데 말그대로 신고사항이라 거부할 수 없다. 지자체는 사업계획대로 채취행위를 하는지 점검할 뿐이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삼표산업이 환경오염, 주민 건강 및 주거환경 침해 등의 목소리를 무마하기 위해 마을운영비, 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지역주민을 지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작업장 안전조치와 주민지원 등에 대해선 “회사 내부 사안이라 언론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사고와 관련해 “조사 중인 사안이라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 아직 고용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자사가 운영 중인 석산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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