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부동산 설문조사 결과와 통계로 본 부동산 현황
여론조사서 ‘GTX 확충, 수도권 집중화 영향 줄 것’ 75.9%
서울서 내 집 마련, 월급 꼬박 모아도 18년 5개월 걸려
“수도권 주택 공급,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 높인다”

다지난 17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다지난 17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유례를 찾기 힘든 가파른 집값 상승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정부는 온갖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도한 집값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만연해 있던 땅 투기가 성난 민심에 불을 당겼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지역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 사건이 터지며 부동산개발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투데이신문>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응답자의 68.9%가 우리나라의 집값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약간 높은 수준’(21.4%)이라고 답한 응답자를 합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90.2%)은 현재의 집값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다보니 새정부의 핵심 과제는 부동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주택 250만호+a 공급정책을 내세우며 막대한 주택물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주택 보급률 100%를 초과한지 오래인 현재를 감안하면 과연 공급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 떠오른다. 부동산 문제의 심화는 수도권 집중화와 함께 진행된 사안이다. 수도권에 밀집된 공급이 오히려 집중화를 부채질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 문제와 사회 각 분야는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살펴 근원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화두다. 지역마다 걸려있는 현안은 다양하지만 그 연원을 파헤치면 ‘집값’과 ‘땅값’에 얽힌 이해관계가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 상승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를 정점으로 한 수도권 주택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다 최근에야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본보는 <탈서울, 인지역> 기획보도를 준비하며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 여론조사에는 정부의 정책 추진이 수도권 집중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묻는 설문도 포함됐다. 수도권 집값 급등이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모여드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집값 수준 인식 설문조사 결과 ⓒ투데이신문
현재 집값 수준 인식 설문조사 결과 ⓒ투데이신문

국민 78% “택지개발·재건축·재개발·규제 완화, 수도권 집중화에 영향”

본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부동산정책에 관한 국민여론을 묻는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글로벌리서치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CATI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 우리나라 집값이 높다는 응답이 무려 90.2%를 차지했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이 68.9%, ‘약간 높은 수준’은 21.4%가 나왔다. 국민 3명 중 2명이 현재의 집값을 ‘매우 높다’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이 73.4%나 나왔다.

수도권 택지개발, 재건축, 재개발, 도시규제 완화 등이 수도권 집중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설문하자 ‘영향을 줄 것’이란 응답이 78%(매우 큰 영향을 줄 것 24.2% 포함)나 나오기도 했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17%에 머물렀다. 국민 대다수가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확충이 수도권 집중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를 묻자 응답자의 75.9%가 ‘영향을 줄 것’(매우 영향을 줄 것 27.9% 포함)이라고 봤다. GTX 건설의 직접 수혜를 받을 수도권에서는 ‘매우 영향을 줄 것’ 28.9%,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 48.9%로 77.8%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5년 후 부동산 가격 전망 설문조사 결과 ⓒ투데이신문
5년 후 부동산 가격 전망 설문조사 결과 ⓒ투데이신문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5년 후 집값 전망에 대해 묻는 설문도 있었다. ‘집값이 내릴 것’이란 응답은 40.6%, ‘집값이 오를 것’이란 응답도 40.1%로 나타나 전망이 팽팽하게 갈렸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5.7%였다.

연령대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20대와 30대는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응답이 각각 48.5%, 51.7%로 나타나 우세했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집값 하락 전망이 각각 44.7%, 47.6%로 많았다. 40대에서는 집값 상승 43.3%, 집값 하락 41.7%로 대등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권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으로 추출된 표본에 따라 실시(표집틀 무선 RDD)됐으며 응답률은 10.5%다. 통계보정은 2022년 5월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셀가중값을 부여했다.

수도권 집값 급등, 무엇이 원인인가

여론조사 결과에 나왔듯 수도권에 사는 국민일수록 집값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짙었다. 또, 대다수가 정부의 정책 추진이 수도권 집중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식했다. 수도권 집값과 수도권 집중화 사이의 상관관계에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직전 문재인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공급 시그널을 보냈다. 3기 신도시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등 모두 수도권 지역에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9월 “3기 신도시, 주거복지로드맵 포함지구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2년까지 총 37만호의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라며 “수도권 127만호 중 공공택지를 통한 84만 5000호 공급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 가격은 3기 신도시 계획 발표를 전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신도시 교통정책 중 하나인 GTX 사업은 노선 인근의 주택가격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문재인정부는 3기 신도시가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하는데다 그린벨트 훼손 등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비판에도 수도권 주택 공급에 열을 올렸지만 끝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경기도 광명·시흥 지구를 6번째 3기 신도시로 지정하고 주택 7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달인 3월, LH직원과 가족들이 광명·시흥지구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신도시 개발이 결국 투기의 먹잇감이었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시의 소득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8.38이다. 서울에서 소득과 주택가격이 중간 수준인 3분위를 기준으로 약 18년 5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집값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5년 전인 2017년 3월 기준 서울시의 소득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의 PIR은 10.55였다. 5년 만에 내 집 마련 기간이 7년 10개월 가량 늘었다. 2021년 12월에는 PIR 19.01을 기록해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 통계를 보면 서울과 큰 격차를 보인다. 지난 3월 전국 평균 소득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의 PIR은 7.32다. 5년 전인 2017년 3월 기준 전국 PIR 5.59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지역 집값이 전국 평균에 비해 유독 가파른 상승을 보인 것이다.

같은 통계의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을 보면 서울시의 아파트 가격은 6월 기준 12억7992만원이다. 5년 전 가격인 2017년 6월 6억1755만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4억1472억원에서 8억1055만원으로 역시 두 배 가량 급등했다.

이에 반해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동기간 1억8690만원에서 2억4361만원으로 약 30.34% 올랐다. 경북지역과 전남지역 평균 아파트 가격은 6월 현재 각각 1억9745만원, 1억9927만원으로 2억원을 넘지 않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정관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 등이 담긴 6.21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시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정관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 등이 담긴 6.21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여당은 수도권 집값 급등이 공급부족에 있다고 보고 대규모 공급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보급률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4.9%.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98%로 전국 주택보급률 103.6%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2019년까지 주택 보급률이 96% 내외를 보였다. 그러나 주택수 증가(3만9800호)가 가구수 증가(8만5900가구)를 따라잡지 못하며 주택보급률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향은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점차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화가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의하면 수도권 인구는 2020년 기준 2604만3325명으로 총인구(5182만9136명)의 50.25%가 밀집해 있다.

수도권 인구는 2018년 2571만3241만명, 2019년 2589만2678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 인구는 2018년 2591만6271명, 2019년 2588만6525명, 2020년 2578만5811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지역내총생산은 1936조원인데 이 중 수도권이 1017조원으로 전국 대비 52.5%를 차지했다. 국토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와 경제생산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다. ‘서울공화국’이란 단어가 과장이 아닌 셈이다.

한국교통대학교 권일 건설환경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도시화 이론 중 하나인 ‘토다로 이론’을 예로 들어 주택공급과 수도권 집중화의 관계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도시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 도시의 일자리를 늘려도 농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유입돼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토다로 이론’이라고 한다. 주택공급 역시 마찬가지다”라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은 일시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이룰 수 있지만 결국 더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 집중화를 심화시키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권 교수는 “도시의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시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농촌 안정화 정책을 펴서 농촌의 인구유출을 줄이면 된다. 비수도권에서 굳이 수도권으로 주거를 옮기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수도권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택문제니까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수도권 인구집중을 더 촉발해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1기 신도시 건설 이래 꾸준히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펼쳤다. 이에 주택 보급률이 100%에 달하게 됐지만 집값은 가파르게 치솟기만 했다. 주택 문제라고 주택 공급만 떠올리면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할 수 없다. ‘탈(脫)서울, 인(in)지역’이 가능하도록 공론을 모아야할 시점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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